증삼살인(曾參殺人)… 가짜 뉴스·뻥튀기 뉴스·확증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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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삼살인(曾參殺人)… 가짜 뉴스·뻥튀기 뉴스·확증편향
  • 송필경
  • 승인 2021.11.1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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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송필경 논설위원

1.
공자 제자 가운데 공자보다 46살 어린 증자(曾子)란 제자가 있었다. 증삼은 증자의 이름으로 다음은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날 동네 사람이 베틀을 짜는 증삼의 어머니에게 뛰어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고 알렸다.

증삼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살인을 할 사람이 아니야!"하고는 태연히 계속 베를 짰다.

조금 있다가 또 한 사람이 달려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고 해도 어머니는 여전히 그럴 리가 없다면서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베를 짰다.

또 얼마 있다가 또 다른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했다. 증삼의 어머니는 그제야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놀란 증삼의 어머니는 베짜기를 그만 두고 황급히 담을 넘어 도망갔다.

실은 증삼(증자)이 아닌 동명이인(同名異人)인 증삼이 살인을 했다.

‘증삼살인’이란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되풀이하면 믿는다는 뜻이다.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참말이 된다는 비유다. 공자 시대에도 가짜 뉴스가 많이 있은 듯하다.

2.
다음은 뻥튀기 뉴스에 관한 우리 시조라 한다.

대천(大川) 바다 한가운데 중침세침(中針細針) 빠지거다
열나믄 사공 놈이 긋 무딘 사엇대를 긋긋치 둘러메어
일시에 소리치고 귀 꿰어 내닷 말이 이셔이다
님아 님아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하쇼셔.

*사엇대(상앗대): 얕은 물가에서 배를 밀어낼 때 사용하는 막대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바늘 두 개가 빠졌다.
열 명 조금 넘는 사공들이 끝도 무딘 사엇대로 바다 바닥을 휘저어 바늘을 찾아냈다.
온갖 사람이 온갖 말을 하여도 스스로 잘 짐작하여 판단하자.

촛불(사진제공= 송필경)
촛불(사진제공= 송필경)

3.
현대 철학의 천재 비트겐슈타인은 『논리 철학 논고』를 다음 말로 끝냈다고 한다.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을 하라.

이 명제는 깊이 생각하지 않은 문제나 내가 전문으로 다룰 수 있는 일이 아니면 침묵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확증편향(선입견, 편견, 맹목)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명제의 또 다른 해석은 이렇다.(『도올논어1』(김용옥. 통나무. 2000에서 인용)

비트겐슈타인의 관심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것을 넘어서는 신비로운 것이다.

우주는 사실의 체계가 아니라 가치의 세계를 포괄한다. 상징적 표상의 세계뿐만 아니라 신비적 직관의 세계까지 포섭하는 것이다.

침묵의 세계를 배제하려 노력한 것이 아니라 침묵의 세계를 보전하기 위해 말할 수 있는 한계를 명료하게 하려 했다.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함으로써 말할 수 없는 현묘한 세계를 더욱 현묘하게 인식하려는 것이다.

4.
이번 대선은 참으로 복잡 미묘하다.
어떤 후보는 가짜 뉴스로 도배를 당하고,
어떤 후보에게는 뻥튀기 뉴스로 도배를 한다.
가짜와 뻥튀기로 사실을 오염한 확증편향을 모두 걷어내고
이제 가치의 세계를 품을 수 있는 정치를 선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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