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료원이 좋은 공공병원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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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료원이 좋은 공공병원이 되려면
  • 원용철
  • 승인 2021.11.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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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원용철 논설위원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가 지난 2020년 11월 3일 대전광역시청 북문 앞에서 개최한 대전의료원 설립 촉구 기자회견 장면(사진제공=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가 지난 2020년 11월 3일 대전광역시청 북문 앞에서 개최한 대전의료원 설립 촉구 기자회견 장면(사진제공=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전의료원 설립을 위한 기재부의 적정성 심사가 드디어 끝났다. 이제 행안부의 중앙투자심사만 끝나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지난한 세월,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노력한 결과다. 

1992년 대전시의회에서 의료원설립촉구 결의안이 채택되고나서 29년, 1996년 대전시가 대전의료원 설립을 발표한지 25년, 2007년 대전의료원설립추진운동본부가 시민운동을 시작한지 14년만이다.

왜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됐을까? 그것은 공공병원 확충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도로를 건설하고, 건물을 짓는 등 토목공사는 아무리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재정적자가 예상되더라도 시민들의 편익을 내세워 쉽게 추진된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는 공공의료는 민간의료기관이 많다는 이유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대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전시가 설립하겠다고 발표한지 25년만에 중앙정부의 행정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은 그만큼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없었던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전시는 1996년 가오지구 택지개발지구 내 가오동 425번지 일원 22,768㎡를 의료용지로 지정하고, 1999년 9월에는 동구 가오동 택지개방지구 내에 종합의료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3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하1층 지상 5층 규모의 시립병원, 장애인재활병원, 보건소 등이 입주하는 대전보건의료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것이었다. 

보건의료센터에 들어서는 시립병원은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의 기능을 갖춘 종합병원 급으로 2001년에 착공해 2003년에 완공하겠다고 했던 것이 이제야 설립을 할 수 있는 중앙정부의 행정절차가 끝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제도적인 문제도 한몫했다. 국가재정법 38조에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고지원 300억 원 이상인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검토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모든 국책사업이 경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는 경제성은 없지만 국민의 안전과 편익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이 있는가 하면 예타 자체가 무의미하거나 쉽지 않은 국책사업도 있다.

그래서 동법 38조에는 예외규정을 따로 두어 예타면제사업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공공병원을 설립할 때도 예비타당성 검토를 받도록 돼 있으며 예타검토 사항에서도 B/C값, 즉 경제성 평가가 중요한 항목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공공병원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신성한 의무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일에 국가안보차원에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공공병원 설립은 예비타당성 검토가 아닌 면제로 추진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공공병원 설립을 경제성이란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공공병원 설립을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만들었고 공공병원 확충의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대전의료원도 올해 초 다행히 예타면제 사업으로 지정됐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KDI의 예타 중간평가 B/C값이 0.3에 불과해 추진자체가 불투명했다.

다행히 대전의료원 설립은 잘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어떤 병원을 만들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칫 행정편의주의로 흘러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그저 300병상짜리 병원 하나 더 생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가 대전의료원이 어떤 병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지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꼼꼼히 살피고 추진해야 대전시민을 위한 제대로 된 지방의료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대전시는 시민사회와 한 마음이 돼 대전의료원 설립을 위해 힘써왔다. 우선 대전의료원 추진과정을 보면 심의기구인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정방식, 위치, 규모 등 중요한 사항들을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숙고해 왔다.

또한 민선 6기 대전시장의 공약도 집행부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하겠다는 약속대로 자문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로 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그 후 설립의 중요한 부분을 함께 논의하며 지금까지 왔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추진위원회가 사라져버리고 집행부 일방통행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같아 우려된다. 사실 시민사회의 의견은 대부분 집행부서에는 잔소리쯤으로 들릴 수 있다. 때론 딴지를 거는 것으로 오해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실무적인 부분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손쉽고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비록 때론 딴지를 거는 것처럼 여겨지고,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나더라도 대전의료원이 제대로 된 공공병원으로 자리 잡으려면 열린 자세로 설립 과정부터 시민사회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해야만 한다.

제대로 된 공공병원이 되려면 시민참여가 관건이다. 그래야만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병원, 좋은 공공병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원용철(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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