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이』… “단 하루가 남은 것처럼 사랑하라”
상태바
『원데이』… “단 하루가 남은 것처럼 사랑하라”
  • 박준영
  • 승인 2021.12.29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속 세상읽기- 서른 일곱 번째 이야기

크로스컬처 박준영 대표는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언론과 방송계에서 밥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역사콘텐츠로 쓰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한국사 편력기』 와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등의 책을 냈다. 앞으로 매달 1회 영화나 드라마 속 역사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겨울이 깊어지고 추위는 매서워진다. 한 해를 마감하는 마음은 분주하지만 그와 함께 공허한 감정이 밀려온다. 아, 올해도 결국 아무 것도 한 게 없구나… 이럴 때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과 함께 가슴 시려 사무치는 멜로물 한 편에 푹 빠지고 싶어진다. 여기저기 유혈이 낭자한 잔혹극만 보다보면 더욱 그러하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고 이루어질 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사랑의 절대 명제는 그간 많은 영화의 화두로 되풀이됐다. 『첨밀밀』과 『비포 선라이즈』가 머리에 먼저 떠오르고 한국영화 『클래식』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하나 더. 영화 『원데이』는 제목과는 다르게 남녀의 엇갈리는 행로를 무려 20년 동안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게 한다.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남녀 애정물의 끝판 왕이다.

이 정도의 감성이 관객에게 먹히려면 주인공 여배우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헤서웨이 정도는 돼야 한다. 남주인공은 휴 그랜트와 주드 로 등의 계보를 이을 짐 스터게스가 든든히 뒤를 바치고 있다. 바람둥이이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없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작가를 꿈꾸는 엠마(앤 해서웨이)는 대학 졸업파티에서 오래 전부터 짝사랑해온 덱스터(짐 스터게스)를 만나 얼떨결에 하룻밤을 보내지만,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덱스터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자신과는 처음부터 궁합이 맞는 사이가 아님을 깨닫고 애써 그와 거리를 둔다. 이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는 긴 세월과 우여곡절이 흘러야 했다.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원작 소설의 저자인 데이비드 니콜스가 직접 시나리오에 참여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출을 맡은 론 쉐르픽 감독은 “원작과 시나리오 모두 데이비드가 직접 집필했기 때문에 두 작품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와 함께한 작업은 정말 특별하고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특히나 이 영화는 파리와 런던의 고풍스런 거리와 건물의 풍경을 담고 있으며, 에든버러의 아름다운 자연을 극적으로 카메라가 담아내면서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에든버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홀리루드 파크의 정상은 꼭 한번 나중에 가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올 것이다. 『노팅 힐』의 주제곡 「She」의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인 엘비스 코스텔로가 「스파클링 데이(Sparkling Day)」로 우리의 ‘갬성’을 일깨운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결국 인간의 행복과 사랑도 하루에 벌어지는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완성된다. 제목에서 굳이 『원 데이』라고 명시한 작가의 의도는 ‘오늘 주어진 하루가 마치 마지막 우리에게 주어진 1일’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것일 게다. 그렇게 산다면 삶이 한결 달라 보이고 순간순간 새로운 희망이 새롭게 움틀 거라 믿기 때문이다. 사랑을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새해에는 사랑하게 해 주소서’라는 기도가 절로 나오는 쓸쓸한 세밑이다. 모두들 “Happy New Yea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