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에서 바라본 수불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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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에서 바라본 수불사업
  • 강주수
  • 승인 2022.0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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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건강시민연대 특별기고③] 인천평화복지연대 강주수 상임대표

제3기 건강형평성 확보를 위한 치아건강시민연대(이하 치아건강시민연대)가 오는 26일 공식 출범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에서는 지난 2018년 모든 지역에서 수불사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매년 4월 9일 불소의 날 기념식 행사 등 아동뿐아니라 장애인, 어르신들의 충치예방에 꼭 필요한 수불사업과 불소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을 줄여나가기 위해 우선은 불소치약 등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운동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와 함께 총 10회에 걸쳐 약 2주 간격으로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법들과 관련한 글들을 연재하기로 했다.

- 편집자 주

수불사업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11년 7월 14일 인천 송도컨베시아에서 개최된 국제심포지엄 장면.
수불사업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1년 7월 14일 인천 송도컨베시아에서 개최된 국제심포지엄 장면.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이 시작된 지 4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9월 30일과 10월 6일 양일간 ‘치아건강시민연대’에서 주최한 줌 회의 방식의 비대면 토론회가 열렸다. 두 차례에 걸친 토론회를 통해 우리나라 수불사업의 좌절과 교훈, 그리고 향후 과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토론시간을 가졌다.

지난 1957년 세계보건기구에서 충치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수불사업을 전 세계 국가에 권장한 후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4월 진해시 석동정수장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됐다. 1995년에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수불사업 관련조항이 만들어지면서 기초자치단체에서 수불사업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치과의사 등 전문가의 열성적인 활동과 시민들의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로 최대 3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불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일부 국민의 불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과 정치인의 반대표 의식 등의 이유로 현재는 전국 모든 기초자치단체에서 수불사업을 중지한 상태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인천지역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인천에서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이하 건치) 인천지부를 중심으로 지난 1994년 4월 수불사업을 추진했고, 1994년 10월에는 인천지역 60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수돗물에불소를넣어충치예방을바라는인천시민모임’(이후 인천불소시민모임으로 명칭 변경)을 발족해 수불사업운동을 열정적으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시의회 청원운동, 인천시민 서명운동, 시민토론회, 정책간담회 등을 진행했고, 수불사업에 대한 인천시민 여론조사 결과 80%의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찬성. 마침내 2010년 민선5기 인천시장의 100대 공약사항에 포함되면서 수불사업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지난 2011년 7월 14일 수불사업 3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을 인천 송도에서 진행하기도 했으나, 반대세력의 요구로 다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시민 60% 찬성, 30% 반대라는 우호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2014년 보수적인 민선 6기 시장이 취임하면서 수불사업의 시행이 보류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활동가들의 활동력은 저하됐고, 현재는 15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인천불소시민모임’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처럼 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충치예방사업에 효과가 큰 수불사업이 왜 중도에 좌절하게 됐는지에 대한 자기반성과 교훈을 지난 토론회를 통해 고민하게 됐다.

물론 일부 시민의 반대와 행정가 및 정치인들의 소극적인 자세 등의 사유도 있었지만, 우리가 수불사업의 타당성을 너무 이론적, 학술적 측면으로만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도 있다. 수불사업도 시민운동이라는 측면을 간과하게 된 것이 수불사업 좌절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제 시민친화적인 새로운 수불운동을 시작해 보자. 의료계, 보건의료운동단체 등 전문가 그룹과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시민들을 우리의 우군으로 확보하는 활동도 해보고 불소치약과 불소소금 등 불소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충치를 예방하는 활동을 해보자. 그래서 마침내 충치예방에 효과가 크고, 건강형평성 확보에도 유용한 수불사업을 국민들이 수용하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7일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부속 연구기관인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발표한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0% 국민에게 집중되는 부의 규모는 전체 부의 58%를 차지하고, 소득의 규모는 전체 소득의 46%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하위 50% 국민은 전체 부의 6%와 전체 소득의 16%에 불과했다.

한국 상위 10% vs. 하위 50% 부의 집중도의 변화추이(자료출처: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
한국 상위 10% vs. 하위 50% 부의 집중도의 변화추이(자료출처: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상위 10% 국민들에게 집중되는 부의 크기는 1990년대 35%, 2021년 46%, 2022년 58%로 변화해 1년 만에 부의 집중도가 12% 증가됐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하위 50% 국민에게 집중되는 부는 1990년대 21%, 2021년 16%, 2022년 6%로 1년 만에 10%이나 악화됐다. 
    
건강형평성에 대한 수치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욱 악화됐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치아건강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한동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구강건강과 관련된 각종 지표들을 분석해보면 소득과 교육 등에 따라 구강건강의 격차가 발생한다고 한다.

지난 2015년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충치유병율이 자치구별로 최대 2.5배 이상 차이 나고, 같은 자치구내에서도 소득과 교육 수준별로 격차가 또 다시 발생해 치아건강의 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황기일수록 국민들은 치아가 아플 경우 치과로 가지 않고, 진통제 약으로 버티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아플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원한다. 소득에 관계없이 공공의료와 건강형평성이 보장되는 의료제도를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수불사업의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충치예방을 할 수 있는 공중보건사업인 것이다.    

우리는 오는 26일 오후 4시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를 재출범하려고 한다. 과거의 좌절을 딛고 역사적인 교훈을 얻어 다시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앞으로 건강격차해소 및 치아건강을 위한 사업과 불소를 이용한 충치예방사업, 수불사업 등 시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나갈 것이다. 대학생 등 젊은 청년들과 함께 하는 서포터즈도 운영하게 될 것이고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토론회, 시민친화적인 치아건강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나갈 것이다. 치과의사와 치위생사 등 건치신문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참여를 바란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와 ‘강물의 끝과 바다의 시작을 바라보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있다. 이는 신영복 선생의 『나무야, 나무야』에 나오는 글의 제목이다.

우리들은 지난 30년간 우직함으로 수불운동을 해왔다. 지금까지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돼 뛰어 내리고, 숱한 골짜기를 굽이굽이 지나서 바위 같은 장애물이 있으면 돌고 돌아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치열한 물이었다면 이제 많은 시민을 포용하는 해불양수의 푸른 바다가 돼야 한다.

시민들의 바다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민친화적인 ‘치아건강시민연대’ 활동을 통해 불소와 함께 재미있게 놀아보자. 이런 재미를 통해 수불사업을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자아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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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두 2022-02-09 14:07:32
녹색연대에서 수불화 사업 심하게 반대했었지, 우라늄 추출 부산물인 불소를 소비시키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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