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변산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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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변산바람꽃
  • 유은경
  • 승인 2022.03.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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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예순 아홉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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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은 느긋하다. 남쪽에서 꽃이 핀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눈소식과 늦추위로 주춤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한껏 움츠려 있는 우리를 닮았나보다. 지난해는 ‘변산바람꽃’을 찾지 않았다. '나 하나라도…'하며 한해를 쉬는 휴식년을 만들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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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을 데리고 와 바람꽃일까? 바람이 꽃자리를 만들어주니 바람꽃일까? 아니면 아직은 차가운 이른 봄바람에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어 바람꽃일까?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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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내밀곤 낙엽 아래서 한숨을 돌리며 힘을 저축할 것이다. 그리고는 남아 있던 에너지를 끌어 모아 넓은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폈다. 이렇게 씩씩하고 당당할 수가 없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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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을 뚫는다. 대체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는 걸까? 한 계절 넘게 단단하게 쌓여 있던 시간을 작은 씨앗이 밀어 올렸다. 그 안간힘을 사람들이 짐작이나 할 수 있으려나.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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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에서 처음 찾아내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제주와 거제를 비롯해 따스한 남쪽에 모여 있지만 중부지방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높은 산에선 3월말까지 피어난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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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바람꽃들이 그렇듯이 꽃잎처럼 보이는 게 꽃받침이다. 대부분 하얗고 드물게 연분홍빛인 다섯 장의 꽃받침과 다섯 갈래로 갈라진 잎, 연두빛 고깔모양의 꽃, 거기에 푸른빛 암술과 기다란 수술… 이 특별하고 어여쁜 변산바람꽃의 조합 속에서 울리는 감동은 꽃 크기와 관계가 없는 듯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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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람꽃은 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긴 겨울을 견디게 하는 절절함과 애닯음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꽃이다. 변산바람꽃을 만났으니 비로소 우리는 봄을 품었다. 바.람.꽃. 가만히 읊조리던 속울림이 더이상 속울림이 아니다. 새계절은 새 희망을 품고 꽃으로 다가왔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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