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기후행동’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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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기후행동’ 실천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03.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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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연구기획위원

대한치과의사협회(협회장 박태근 이하 치협)가 지난 1월 정기이사회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 관련 3대 실천방안을 확정 발표하는 등 지난해 11월 건치와 치협이 공동으로 주최한 ‘치과보건의료인 기후위기 대응 공동선언’ 이후 기후위기에 대응한 치과계의 움직임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연구기획위원을 만나 이러한 치과계의 움직임이 오는 2050년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 세계적인 기후정의행동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는 또 무엇이 있을지 짚어보았다.

- 편집자 주

김현우 위원
김현우 위원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6)’는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COP26 개최에 발맞춰 지난해 11월 6일에는 전 세계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기후정의를 위한 세계 행동’이라는 국제 공동행동을 조직했고, 또 우리나라 치과보건의료인들도 지난해 11월 22일 건치와 치협의 주도 하에 ‘기후위기 대응 공동선언식’을 개최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후위기’라는 측면에서 지난해, 2021년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2021년은 원래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약)이 발효되는 해였다. 지난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약은 2020년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것으로,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1997년의 교토의정서와 달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이 있는 첫 기후합의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글래스고에서 COP26을 개최하기로 돼 있었는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말미암아 회의가 1년 늦춰졌던 것이다. 오는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이를 위해 각국에서 오는 2030년까지 중기 탄소감축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한 해였다.

오는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지 못 한다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많은 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가 급속히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이를 계속해서 방치한다면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파국을, 결국에는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오는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지 못 한다고 해서 당장 지구가 불바다가 되거나 빙하시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예측할 수 없는 가뭄과 홍수, 지진 등의 천재지변과 현재의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사태가 예전에 비해서는 매우 자주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돼 지구상의 온실가스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면 물과 공기를 데우고, 또 그것이 해류와 기단·기류 등을 변화시키면서 인류가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스러운 사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정확히 언제 우리에게 찾아올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오게 된다는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이고, 그렇게 인류가 야기한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변곡점을 넘기 전에 오는 2050년까지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목표로 우리의 삶을 바꿔가야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한 것이다.

1.5℃보다는 1.6℃가 더 위험하겠지만 1.8℃보다는 1.7℃가 더 안전하다. 문제는 어떤 수치가 아니라 오는 2050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목표로,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인류의 삶의 양식을 지금 당장부터 바꿔나가야만 한다는 사실인 것이다.

지난해 COP26에서 보여준 각국 정부와 특히 한국 정부의 기후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는가?

중국이 오는 206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고 나머지 나라들은 대부분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중간 목표들은 너무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어쨌든 오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전 세계가 공감을 했다는 것, 더 이상 말로만 해서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정부의 경우 2050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치가 없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은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현재 각 부문별 배출량이 이 정도이니까 그것을 어떻게 효율화하거나 에너지원을 바꾸겠다는 계획이 예산까지 잘 짜여져 있는 반면 우리는 목표만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나 예산배정이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특히 지난해 COP26에서 보여준 전 세계 시민사회운동의 역할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대중들 속에서의 저변 확대를 통해 진정한 대중운동으로 거듭나는 것, 그리고 단지 1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차원에서 벗어나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어떤 한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시스템 상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담론의 질적 전환, 이 두 측면에서 큰 진전이 있었지 않나 싶다.

앞으로는 오는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30년의 장기전 속에서 정부를 감시·압박·추동하면서 새로운 대안체제들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6일 대학로에서 개최된 기후위기 관련 보건의료·건강권 운동선언 장면.
지난해 11월 6일 대학로에서 개최된 기후위기 관련 보건의료·건강권 운동선언 장면.

한국의 시민사회도 그 정도 수준에 올라섰다고 보는 것인가?

아니다. 아직은 그 두 측면에서 모두 하나씩 전 단계인 것 같다. 대중적인 저변 확대도 그렇고, 지금 한국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해 대놓고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그거 정말 해야만 하는 거야?’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속된 말로 가방끈이 긴 학자나 연구자들까지도 그런 형편이다.

물론 잘못은 정부나 언론 등에 있을 것이다. 왜 탄소중립이 필요한지 반복적으로 알려줘야 하는데 그러질 않으니… 우리나라 국회의원 299명 중에서 진심으로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의원들은 채 10명도 안 되는 것 같다. 대선후보들도 마찬가지이고…

심지어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 철회’까지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자력발전소가 발전 과정에서는 탄소배출이 적지만 안전관리나 폐기물처분 과정에서는 탄소배출이 적지 않으며, 시간과 비용의 측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말이다. 

담론의 질적 전환이라는 측면에서도 이제는 ‘1회용품을 안 쓰는 것만으론 안 된다. 소비자 행동만으로는 안 된다’는 정도까지는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치과계에서는 지난해 11월 건치와 치협이 공동으로 ‘치과보건의료인 기후위기 대응 공동선언식’을 개최, 정부의 현실적인 기후대책 마련 및 산업계와 기업의 혁신적인 변화 등을 촉구한 바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치과의 경우 진료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분야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치과의사 등 치과보건의료인들은 직업의 특성 상 국민들을 가장 많이 만나고 있는 직군 중 하나로 국민들이 믿고 의지해야만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치과의료인들이 국민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이렇게 여론을 형성하거나 1회용품을 줄이고 바꿔나가는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것을 1∼2년 하고말 것이 아니라 계속 확산해가면서 일상 속의 모범 사례들을 발굴, 확산시켜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치협에서는 지난해 공동선언의 후속조치로 지난 1월 환경친화적 1회용품에 대한 기준 확립과 인식 개선을 위한 여론 형성, 제품 개발 등의 3대 실천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회용품의 사용 제한 등으로 환자들의 진료 및 안전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종이컵 등 1회용품의 사용에서 잘 검토해보면 개선할 수 있는 점도 꽤 많을 것이다. 시중의 종이컵들은 온수와 오랜 시간에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두껍고 또 방수코팅도 해야 한다. 하지만 치과에서는 진료 후 입을 헹구는 용도로 굳이 방수코팅이나 두꺼운 컵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치협 차원에서 전체 치과의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치과에서 사용할 종이컵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제조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생산·보급하게 된다면 아주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페이퍼타올이나 티슈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좋은 사례들을 발굴, 언론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해나간다면 의료계 등 타 분야로도 확산되는 모범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22일 개최된 ‘치과보건의료인 기후위기 대응 공동선언식’ 장면.
지난해 11월 22일 개최된 ‘치과보건의료인 기후위기 대응 공동선언식’ 장면.

마지막으로 치과의사 등 치과보건의료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치과진료 과정에서 전기 소비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대신 특히 지방의 경우 오래된 건물로 인해 냉난방 비용이 많이 소비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럴 경우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냉난방비용을 절감해보길 바란다.

나아가 치협 차원에서 전국의 치과병의원을 평수 및 직원수, 체어수, 매출액별로 전기사용료를 조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조사결과 특별히 전기사용을 많이 하고 있는 치과가 있다면 왜 그런지 에너지 컨설팅도 받아보고… 나아가서는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친환경제품을 사용하는 등 기후위기와 관련해 적극 활동하고 있는 치과들을 녹색치과 등으로 선정해 확산시키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지금 당장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들의 행동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또 주위를 둘러본다면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직접 치과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국내외에서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곳에 투자를 해보거나, 치과진료를 기다리며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마련인 환자들을 위한 ‘기후행동’ 홍보물들을 치과내에 부착하는 일 등도 치과의사들의 선한 영향력들을 확산시켜내는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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