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의 에피소드로 본 수불사업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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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에피소드로 본 수불사업의 가치
  • 이흥수
  • 승인 2022.03.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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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건강시민연대 특별기고⑤]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이흥수 교수

제3기 건강형평성 확보를 위한 치아건강시민연대(이하 치아건강시민연대)가 지난 2월 26일 공식 출범했다. 새롭게 출범한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에서는 지난 2018년 모든 지역에서 수불사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매년 4월 9일 불소의 날 기념식 행사 등 아동뿐아니라 장애인, 어르신들의 충치예방에 꼭 필요한 수불사업과 불소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을 줄여나가기 위해 우선은 불소치약 등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운동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와 함께 총 10회에 걸쳐 약 2주 간격으로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법들과 관련한 글들을 연재하기로 했다.

- 편집자 주

(그림제공= 서대선)
(그림제공= 서대선)

에피소드 1. 이번 선거와 수불논쟁은 닮은꼴

“OOO 논쟁이라기보다는 수돗물불소화는 가치적 대립으로 보아야 한다”


- 박한종(토론회 토론문) -

선거가 끝났습니다. 네거티브와 거짓, 그리고 막말로 얼룩진 선거라는 평입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됐던 것은 정책 토론이 실종된 것이었습니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의 논쟁과 닮은꼴입니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이 정책을 통해 가치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래야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승리에만 혈안이 되다보니 정책이 실종됐던 것처럼, 수불사업의 반대자들은 수불사업 저지를 위해 네거티브를 동원합니다. “암을 유발한다”, “지능을 저하시킨다”, “에이즈를 유발한다” 등등 끝도 없는 안전성에 대한 근거 없는 네거티브와 거짓을 유포합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와 수불사업의 논쟁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OOO”으로 표시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박한종 회원의 말을 온전히 채워 보겠습니다.  

“과학적 논쟁이라기보다는 수돗물불소화는 가치적 대립으로 보아야 한다”

박한종 회원은 수불사업의 논쟁은 개인적 선택권과 공공복리의 대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수불사업의 논쟁이 가치의 논쟁이었다면 한국 수불사업 반대론을 주도했던 김종철 교수에게 경의를 표했을 것입니다.

그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인생 최대의 덕으로 여기는 헨리 소로우의 철학을 경배하는 사람입니다. 김종철 교수의 철학을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수불사업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지 않고 ‘안전하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가치의 논쟁에서 이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에피소드 2. 과학과 무당 

“수불사업은 가치충돌의 문제가 아니다”

- 장재연(학회 주제발표문) -

예방의학자인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장재연 교수는 말합니다. 이전에 논란이 됐던 ‘동강댐’ 건설 문제는 ‘수자원 확보’라는 가치와 ‘환경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한 것이라고요. 그런데 수불사업은 가치 충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불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우식(충치)예방입니다. 수불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의 이유는 안전성, 즉 건강상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이 둘의 가치는 모두 ‘건강보호’가 된다는 것입니다. 수불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로 안전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불사업 논쟁이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판단’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장재연 교수가 수불사업이 과학만의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안전성 때문에 반대한다면 수불사업은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학적 판단은 전문가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김종철 교수를 소환합니다. 김종철 교수는 영문학자였습니다. 영문학자가 단언합니다. 수불사업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입니다.

또 다른 반대자는 치과의사는 치아만 알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대신 공학자나 화학자를 건강의 전문가로 내세웁니다. 또 다른 반대자는 수불사업의 우식예방 효과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적어도 치아 전문가인 치과의사들에게 가르치듯이 말합니다. 치과대학 교수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그래서 김진범 치과대학 교수는 일갈합니다.  

“한국에서 수불사업의 중단은 선무당이 과학을 이긴 최초의 사례일 것이다”

- 김진범 -

에피소드 3. 백신과 수불사업

“전국보건연합(NHF)은 정부의 어떠한 간섭에도 대항해 소위 성전을 치러왔다. 동시에 그들은 이미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다양한 보건 사업–천연두 예방백신접종사업, 우유의 저온살균사업, 소아마비백신접종사업, 수돗불불소농도조정사업 등-에 반대해 왔다.”

- 미국 소비자연맹보고서(Consumer Reports) 중에서 - 

전국보건연합하면 마치 정부공식 단체 같지만, 이 단체는 미국의 대표적인 수불사업반대 민간단체였습니다. 김종철 교수를 비롯한 수불사업 반대자들이 교주받들 듯 모시는 야모야니가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이들은 백신 접종을 반대합니다. 

“자유의지를 뺏기고 조종당한다”, “유전자가 조작당한다”, “감염위험이 더 높아진다”, “사탄의 계획이다”, “빌게이츠가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음모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전자현미경으로 검사했더니 기생충으로 보이는 괴생명체가 발견됐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음모론입니다. 대부분의 음모론은 해당 사업을 반대하기 위해 혹은 영리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음모론은 ‘백신패스로 인한 낙인’, ‘개인의 선택권’ 같은 중요한 가치 논쟁을 숨겨버립니다.  

“수불사업은 원자탄 개발계획의 일환이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수불사업을 반대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자료를 은폐했다”, “수불사업은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수불반대론이 등장한 것은 1998년 5월 영남대 영어영문학과 김종철 교수가 『월간 말』지에 ‘수불정책은 원자탄 개발 계획의 일환’이라는 선정적인 기사를 통해, 그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수불반대론이 등장한 것은 1998년 5월 영남대 영어영문학과 김종철 교수가 『월간 말』지에 ‘수불정책은 원자탄 개발 계획의 일환’이라는 선정적인 기사를 통해, 그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수불사업에 대한 음모론 역시 넘쳐납니다. 제가 참가한 수불 공청회에서 반대 이유를 설파한 사람은 ‘세계보건기구’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산하 단체라고 거리낌없이 말합니다. 그래야 세계보건기구가 수불사업을 지지하고 권장하고 있는 이유가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수불사업에서 중요한 가치논쟁은 사라집니다.

에피소드 4. 천연두와 수불사업 

“썩은 소 고름을 사람 몸에 넣다니!”, “일본인이 조선 사람을 박멸하기 위해 우두라는 독물을 주사한다”

천연두 예방접종이 우두법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썩은 소 고름과 천연두 백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천연두 백신이 소 고름에서 만들어졌을지는 모르나 썩은 소 고름을 인체에 주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톡스가 식중독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세균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해서 유해 세균을 우리 몸에 주입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인회석에서 인산을 얻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불소를 ‘산업폐기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마타도어입니다. 

천연두 예방접종을 통해 우리는 최초로 급성전염병인 천연두를 퇴치할 수 있었습니다. 불소를 사용하면 대부분의 치아우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질병관리청(CDC)이 백신개발과 함께 수불사업을 ‘20세기 10대 공중보건 업적’으로 선정한 이유입니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어깨에 천연두 예방접종 자국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천연두 예방접종 자국은 저에게 천연두로부터 자신을 보호한 자랑스러운 몸의 흔적일 수 있습니다.

수불사업의 유일한 부작용은 반점치입니다. 그러나 수불사업으로 인한 반점치는 천연두 접종 자국처럼 대부분 쉽게 눈이 뜨이지도 않습니다. 모든 몸의 자국이 천연두 예방접종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반점치 역시 수불사업이 아니더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아불소증은 치아형성기 동안에 섭취한 불소 때문에 생기지 이 시기가 지나면 절대 발생되지 않습니다. 약 15세 이후에는 불소가 첨가된 수돗물을 마시더라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수불사업시행지역에 1년 전에 이사 온 성인이 수돗물을 먹었더니 반점치가 생겼다고 언론에 이야기하고, 언론은 검증도 없이 그대로 보도합니다. 

일본이 조선 사람을 박멸하기 위해 우두라는 독물을 주사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 경찰이 강제로 천연두 접종을 하니 이에 대한 반감으로 나온 말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보건을 다룬 기관은 총독부 경무국 경찰위생과라는 경찰조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천연두 접종을 피하려다 죽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조선 민중의 저항이 얼마나 거셌던지 우두접종 반대를 ‘독립운동’하듯이 전개했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습니다. 우두접종 반대는 ‘독립운동’이 아닙니다. 문제는 천연두 예방접종 자체가 아닙니다. 천연두 예방접종을 보건 관점이 아니라 철저히 일본인을 위한 식민지지배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에피소드 5. 딜래니 청문회와 아일앤드의 불소포럼

딜래니 청문회는 1970년대 미국 하원의 운영위원장이었던 딜래니(J.J. Delaney)가 수불사업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든 소위원회의 이름입니다. 딜래니는 수불사업 반대자였습니다.

위원장이 수불사업 반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딜래니 위원회는 명확한 수불사업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결론 없이 흐지부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미국치과의사회와 국립암연구소를 비롯한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과학적 조사결과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가치의 대립을 조정하는 일입니다. 딜래니 청문회가 비록 수불사업의 중단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딜래니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은 다릅니다. 일부 지역에서 수불사업 중단이 지방자치단체의회 의원에 의해 주도되기도 했으니까요.

심사숙고나 객관성 없이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른바 공청회를 진행합니다. 담당기관인 보건소 공무원을 윽박지르기도 하고, 찬반 여론조사를 한 후 찬성이 많게 나오자 오차범위 내라고 하면서 사업을 중단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수불사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나라입니다. 아예 법으로 정해 사업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아일앤드가 강제적인 법률을 제정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아일앤드의 27개 지방의회에서 각각 수불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둘째, 상수도수 공급이 겹치는 경우 서로 이웃되는 지방의회에서 불소화에 대해 서로 반대하거나 찬성할 경우 분쟁의 소지가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을 주도한 것은 물론 아일랜드의 보건부였습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전라북도의 경우 용담댐을 수원지로 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전라북도의 경우 용담댐을 수원지로 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전라북도의 경우 용담댐을 수원지로 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를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 경우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같은 상수도 공급을 받게 됩니다. 전라북도 수불사업이 좌절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5개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라북도 수불사업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의 역할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심지어 사업중단 위기 지역보건소에서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음에도 그저 수수방관하기만 했습니다. 

아일랜드가 이 법을 제정한 것은 1960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2004년에 불소포럼을 또 엽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이 사업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수불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해가 1981년입니다. 2019년 사업이 중단됩니다.

우리나라의 40년과 2004년 아일랜드의 40년이 왜 비교가 될까요? 우리나라 보건복지부가 아일랜드만큼의 노력을 했을까요? 그 대답은 보건복지부 자신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에피소드 6. 물음들

"우리나라 수불사업의 중단 과정은 더 이상 치아우식이 중요한 공중보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보건복지부의 시각 변화와 정확히 그 궤를 같이 한다”

- 한동헌 -

‘건강권확보를 위한 치아건강시민연대’ 출범식 기념 토론회에서 발제한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한동헌 교수의 주장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구강건강을 건강의 필수적 일부라고 표현합니다. 정녕 치아우식은 이제 중요한 공중보건의 문제가 아닙니까?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정의로운 정책인가? 수불사업이 사회적 약자들의 구강건강 향상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수불사업이 정의로운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서대선(건강을 위한 시민연대, 학회 발제문) -

계층 간 구강건강격차가 커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사회적 약자들의 구강건강증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왜 정의로 나아가지 않는 것입니까?

“수불을 추진하려는 주체들의 적극적인 의사 개진과 특히 공공성, 건강권 등에 대한 담론 형성에의 참여가 절실하다”

- 전민용(6월민주포럼 운영위원장, 학술대회 토론문) -   

이제 새로운 정부가 시작됩니다. 공공성과 건강권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간절하게 묻습니다. 건강한 사회는 무엇으로 만들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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