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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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이름값
  • 황윤숙
  • 승인 2022.03.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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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건강시민연대 특별기고⑥] 한양여지대학교 치위생과 황윤숙 교수

제3기 건강형평성 확보를 위한 치아건강시민연대(이하 치아건강시민연대)가 지난 2월 26일 공식 출범했다. 새롭게 출범한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에서는 지난 2018년 모든 지역에서 수불사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매년 4월 9일 불소의 날 기념식 행사 등 아동뿐아니라 장애인, 어르신들의 충치예방에 꼭 필요한 수불사업과 불소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을 줄여나가기 위해 우선은 불소치약 등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운동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와 함께 총 10회에 걸쳐 약 2주 간격으로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법들과 관련한 글들을 연재하기로 했다.

- 편집자 주

2000년대 초반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KTX 잡지에 실렸던 수불사업 홍보물.
2000년대 초반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KTX 잡지에 실렸던 수불사업 홍보물.

현대 사회에서 홍보는 단순히 소비를 위한 기업 제품을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책이나 성과, 더 나아가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으로도 홍보의 개념과 전략이 적극 도입돼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을 위한 보건정보나 정책을 널리 알리기 위한 여러 방법 중 청소년 혹은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서포터즈 활동이 구강을 포함해 금연, 비만, 절주 등등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치과계에서는 산업구강보건, 건강형평성 확보를 위한 불소 활용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돼 건강소비자들의 관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보건 정보를 위한 서포터즈 활동과 공모전들은 전문가들의 표현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시각에서의 다양한 언어와 표현을 통한 쉬운 홍보가 장점이며, 거기에 참가자들이 자료를 만들기 위해 일차적으로 학습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게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그리고 동영상, 카드뉴스, 모션그래픽, 웹툰, 인터뷰 영상 등 여러 방식으로 제작된 자료들은 유튜브나 SNS에 공개됨으로써 정보 확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치의학 또는 치위생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거나 혹은 비전문가들이기에 제작된 자료들을 검토하다 보면 정보의 오류들이 다수 발견되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여러 주제들 중에 특히 불소와 관련된 정보들에서 오류가 많이 나타난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정보의 출처가 치과전문가들에게서 제공된, 즉 치과병의원 홈페이지나 유튜브의 자료라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 

일상에서 쓰는 단어 중에 나이값, 덩치값, 이름값 등등으로 00값을 붙이는 표현들이 있다. 이중 이름값은 ‘명성이 높은 만큼 그에 걸맞게 하는 행동’을 말하며 흔히 이름값도 못한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아 사용한다. 

예전에 주민들과 지역사회 구강건강증진 운동을 열심히 할 때 활동가 한 명이 필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이런 일을 하세요?” 

그 질문에 당시 어린 나이의 나는 혼자 말로 중얼거리며 모기만한 소리로 “사람들은 어린 제가 전문가라는 이유로 과분한 대접을 해줍니다. 그건 아마도 전문가들은 대접을 받을 만큼 주위에 도움주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열심히 활동 합니다”라고 답했다. 전문가로서 책임 있는 이름값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잘 표현이 되지 않아 목소리가 작아졌던 순간이었다.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름 석자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 치과위생사라는 전문가의 이름값에 나의 이름값이 더해졌고, 흰머리와 주름 등 세월의 흔적들이 몸에 나타나면서 나이값이 포개져 삶에 책임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진다. 

전문가들은 전문가라는 이름값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건강과 관련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배운 지식과 기술을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건강에 이로운 일을 하도록 국가에서 면허를 부여한 사람들이다.

특히 대중들은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지식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제공됐을 때 사람들에게 끼칠 피해는 매우 크고 어떤 경우에는 회복하지 못할 건강상의 위험을 주기도 한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 해학적 표현으로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지식을 전달함에 있어서는 개인의 관점보다는 객관적 근거에 의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전문가의 이름값에 맞는 신중한 행동이 아닐까한다. 

전문가라고 해서 자신의 영역의 모든 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모두가 접근 가능한 공개된 곳에 자신들의 전문적 지식을 공유할 경우 좀 더 검증된 자료에 근거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더불어 구강건강을 위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전문가로서의 행동이 필요하다면 건강소비자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길 바래본다. 

요즘 묵묵히 이름값의 책임을 다하며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희망을 키운다. 그리고 이 걸음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길 바라며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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