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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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04.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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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치주과학회 홍보기획위원회 민경만 부위원장

대한치주과학회(회장 허익 이하 치주학회)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광주시 소재 성분도복지관에  구강보건실을 설치했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치과진료실(구강진료실)뿐만 아니라 교육시설(양치시설을 포함한 구강보건교육실)이 함께 구비된 구강보건실을 설치한 것은 국내 최초이다. 치주학회는 성분도복지관에서 지난 2012년 구강검진을 시작으로 2014년도부터는 장애인의 치주건강을 위해 ‘사랑의 스케일링’ 재능기부 사업을 진행해온 바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성분도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활동을 펼쳐온 치주학회 홍보기획위원회 민경만 부위원장을 만나 성분도복지관 구강보건실 설치에 대한 의의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민경만 부위원장
민경만 부위원장

치주학회는 지난 2012년부터 성분도복지관에서 구강검진을 시작으로 ‘사랑의 스케일링 행사’ 등 장애인들의 구강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다. 치주학회에 이러한 활동을 처음 제안했던 계기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경기도 광주시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어 성분도복지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또 공보의 시절 인덕학교 등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치주학회 차원에서는 당시 류인철 집행부에서 처음으로 실행이사로 일을 하게 됐는데 ‘잇몸의 날’ 행사와 관련해 사업 구상을 하던 중 장애인들의 구강건강증진을 위한 실천적 사업을 해보자고 이사회에서 제안을 했었다.

당시에도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총 250만 명이 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 중 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국민들의 치주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5%나 차지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나 몰라라 무시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10년 넘게 장애인 구강검진과 스케일링 재능기부를 해오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처음 한두 번 가보면 내가 장애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그러나 계속해서 가다보면 우리나라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들인데 이들에게 나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성분도복지관에서 구강검진 등의 활동을 해왔는데 다행히도 지난 2015년부터는 신설된 구강보건법 제5조에 따라 매 5년마다 국가 차원에서 구강보건사업 기본계획을 세우고 취약계층 구강건강 불평등 완화 정책의 하나로 장애인 구강보건사업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1년부터 17개 광역시도에 단계적으로 설치해온 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현재 권역별로 15개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지난 2019년 기준 등록 장애인 260만 명에 대입해보면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 한 곳 당 17.3만 명에 달하는 장애인들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전국적으로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 소속된 치과의사의 수도 지난 2020년 9월 기준 대략 250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1인당 1만 명 이상을 담당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시설과 인력이 부족해 충남 같은 경우는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 진료 신청 후 전신마취하고 치료를 받기까지 1년 넘게 대기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국민 20명 중 1명이나 되는 장애인들을, 물론 중증 장애인들의 경우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 치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경증 장애인들의 경우라면 일반 치과의사들도 적극 진료에 나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지난달 30일 성분도복지관 구강보건실 개소식을 마치고 나서 치주학회 허익 집행부 임원 및 성분도복지관 관계자들과 함께한 민경만 부위원장(뒷줄 가운데)
지난달 30일 성분도복지관 구강보건실 개소식을 마치고 나서 치주학회 허익 집행부 임원 및 성분도복지관 관계자들과 함께한 민경만 부위원장(뒷줄 가운데)

그리고 알려진 바로는 장애인의 구강건강 향상에 걸림이 되는 요소들로 태도적 장벽, 물리적 장벽, 경제적인 장벽, 동기부여의 부족 등이 있는데 그 중 사회적 태도장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진료를 개발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를 위한 마중물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성분도복지관에서 10년이 넘게 재능기부 활동을 해왔지만 이것이 무슨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증의 많은 장애인들은 일반 치과의사들도 조기치료나 스케일링, 실란트 같은 예방치료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까지 이런 활동들을 해온 것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성분도복지관에 구강보건실까지 설치했다. 구강검진과 스케일링 재능기부를 너머 구강보건실 설치까지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성분도복지관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구강검진 및 사랑의 스케일링 행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성분도복지관 구강보건실이 굉장히 오래되기도 했고, 기구나 시설이 낙후된 게 더 지저분해보이기도 했다.

장애인 시설의 구강보건실의 경우 기부를 받아 설치되다보니 최신 기구와 설비보다는 좀 오래된 기구와 설비를 기증받아 쓰게 된다. 그러다보니 장애인들의 경우 낡은 기구와 설비에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그들이 좀 더 보편화돼 있는 최신 기구와 설비에 익숙해지면 치과 진료를 두려워하는 장애인들이 일반 치과에 가게 되더라도 좀 더 친숙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푸르고바이오직스와 덴티움, 오스템, 동국제약 등의 업체에서도 치주학회의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주셨고 일정 부분 도움을 주겠다고 해서, 치주학회 회원들의 후원금 모금을 통해 구강보건실 설치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후원금 액수는 치주학회 회원들이 모금해준 것이 가장 컸는데 후원액수보다는 소중한 일에 회원과 업체 등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준 것에 감사드린다. 

성분도복지관 구강진료실(치과진료실) 전경.
성분도복지관 구강진료실(치과진료실) 전경.

성분도복지관의 구강보건실은 치과진료실 외에도 구강보건교육실까지 국내 최초로 따로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구강보건법 상에는 학교와 보건소 등의 구강보건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장애인 시설 내 구강보건실 설치에 대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지금까지 장애인 시설 내 구강보건실은 보통 진료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021년의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안내(구강보건)에는 지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보건소 구강보건센터 시설 및 장비를 기준으로 한다고 나와 있고 시행규칙 제16조의 2 제3항과 관련한 표에 구강진료실과 구강보건교육실, 구강보건사업실로 정리가 돼 있어 이것을 참고로 ‘구강진료실’과 ‘구강보건교육실’을 따로 설치했다. 또한 학교 구강보건실의 경우 양치시설의 설치 운영에 대해 강조하고 있어서 구강보건교육실의 한쪽에 양치시설을 따로 설치하게 됐다. 

장애인들의 경우 그 특성상 구강진료실뿐아니라 어떻게 보면 구강보건교육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성분도복지관에 국내 최초로 양치시설이 포함된 구강보건교육실을 구강진료실과 분리해 따로 설치한 것이고, 이번에 성분도복지관 구강보건교육실의 경우는 양치교육을 위한 공간에 mirror TV를 설치해 장애인들이 거울을 통해 교육을 받고 부족한 부분은 거울 아래 설치된 모니터로 바로 수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치주학회가 직접 제작한 ‘즐거운 칫솔질’ 동영상이 화면에 재생돼 교육에 임하는 장애인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는데, 특히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경우 3개월만 지나면 교육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설치된 구강보건교육실을 통해 꾸준히 반복 교육을 받는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양치시설 위에 mirror TV를 설치한 성분도복지관 구강보건교육실 전경.
양치시설 위에 mirror TV를 설치한 성분도복지관 구강보건교육실 전경.

바람이 있다면 이번에 치주학회가 성분도복지관에 구강보건실을 구강진료실과 구강보건교육실로 따로 분리해 설치한 것을 계기로, 이러한 시설이 국가 주도로 전국의 장애인 시설들에도 확대 설치됐으면 한다. 성분도복지관에서도 꼭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해주셨다.

마지막으로 치과계 및 치과의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봉사활동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내가 평생 혼자 담당해야만 한다면 솔직히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봉사활동도 누군가와 나누어 한다면 부담이 줄고 또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성분도복지관에 구강보건실을 설치한 이유 중에 하나도 이런 점이 있다.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니 누구라도 한 번 부담없이 편하게 와서 장애인들을 만나보고 또 진료해보면 좋겠다. 평생 한 번 와도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장애인의 숫자는 우리나라 국민들 20명 중 1명으로 생각보다 많다. 국가 차원에서도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설립하는 등 장애인을 대상으로하는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장애인 수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중증장애인이라면 몰라도 경증장애인들의 경우 일반 치과에서도 진료를 해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현재 장애인 진료를 하고 있는 일반 치과들이 전국적으로 300개 정도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더 많은 치과들이 장애인들을 진료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치주학회 허익 회장이 지난달 30일 새롭게 설치된 구강보건교육실에서 성분도복지관 훈련생들을 대상으로 칫솔질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치주학회 허익 회장이 지난달 30일 새롭게 설치된 구강보건교육실에서 성분도복지관 훈련생들을 대상으로 칫솔질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물론 저도 개원의인 입장에서 장애인 진료 수가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이러한 내용들이 더 많이 공론화됐으면 한다. 

치주학회에서 이번에 성분도복지관에 전국 최초로 구강진료실과 양치시설을 포함한 구강보건교육실을 분리·설치한 것을 계기로 더 많은 치과의사들이 장애인진료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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