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월든
상태바
[행복한 책읽기] 월든
  • 서대선
  • 승인 2007.02.09 00:0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유명한 책 월든이다.

하버드대 출신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 2년동안 통나무 집을 짓고 살면서 썼다는 영문학의 백미, 대표적 소설이다.
소로우가 문명생활을 등지고 자연속으로 들어가 최소한의 것들만 소유하면서 월든 호수가에서 느꼈던 일상의 생활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록했다.
한 권의 소설 이 전에 하나의 경전처럼 읽히고, 대단히 아름답고 주옥같은 글들이 담겨져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다.

내가 산 월든 책만도 한 댓권 되는 것 같다.
책선물을 자주 하는 까닭에 이 책을 자주 선물하곤 했는데, 다음에 읽어보았냐고 물어보면 아직 읽지 못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일단 깨알같이 빽빽한 글자들이 눈을 압박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두께. 맘 먹고 읽지 않으면 쉽게 완독하기가 어려운 책이지만, 부담감을 버리고 중간 중간 펼쳐 읽어도 아름답고 맛깔스러운 내용에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책.
머리맡에 항상 한권 쯤 두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나도 소로우 처럼한 2년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진다.
실제로 이 책의 영향으로 소로우 처럼 삶의 방식을 바꾼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 책 내용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라면 자연주의자이자 인공적 기계문명를 싫어하는 그이지만, 아침 철로변을 따라 산책하면서 철로가 주변의 특유한 냄새를 맡는 것이 좋다는 구절이 있다.

소로우는 기차로 상징되는 기계문명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아침 산책중 은연중에 철길 주변의 냄새를 맡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즐거운 일부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지방 소도시에서 친구들과 철길에서 놀아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적인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소로우의 기찻길 향수는 역설적이게도 무엇이 진짜 자연인지 다시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나는 그가 통나무 집과 호숫가 주변 자연환경에 대해 얘기한 부분보다 환경속의 사람에 대해 얘기할때가 가장 좋았다.
그의 [시민의 불복종]이란 유명한 책에서도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돼지 몰이(?)'인가, 하는 챕터이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그가 자연 환경이 아니라 돼지를 우리에 가두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할때, 그의 재치있는 문장은 반짝반짝 빛났고 가장 흥미로웠다.

월든에서 핸리 데리빗 소로우는 조로아스터교의 경전 구절들 자주 인용한다.
재미있는 것은 간디가 영적 스승으로 삼았던 사람이 바로 이 미국인 데이빗 소로이다.

인도인으로서 간디는 영국에서 태어나 변호사를 하다 자신의 조국 인도의 참 모습을 보고 인도의 영적 스승이 되었지만, 그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사람이 미국인 소로우였던 것이다.

조로아스터교는 힌두교를 믿는 인도 북부의 전통종교인데,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헨리 데이빗 소로에게 힌두교의 간디가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쉬었을 것이다.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은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 독립투쟁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당시 간디는 식민지 지배자 엥글로 색슨 영국인들게, 당신들에게는 헨리 디이빗 소로우와 같은 위대한 영적 스승이 있는데, 왜 당신들의 영적 스승의 가르침를 잊고 사는가,라며 지배자 영국을 질책하였다고 한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현대 생태주의의 아버지라고도 불리운다.
우리나라나 외국에서나 소로우는 환경, 생명.생태주의의 선구자로 추앙받는다. 그의 최소주의 생활방식과 자연과의 영적교감등은 현대 환경, 생태주의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위에서 잠깐 언급한 기차길 걷기와 돼지몰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간에 대한 애정 또한 깊은 휴머니스트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월든, 이런 책은 일단 사고 볼 일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머리맡에 두고 시간날 때마다 짬짬히 읽으면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느낄 것이다.
두께에 겁 먹지 말고 시간날 때마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으면 두뇌 웰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참,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 그의 삶을 그대로 실천한 이가 있다. [길을 잃은 즐거움]이란 책을 쓴 윌리스 카우프만이다.
그는 월든과 다르게 단호하게 말한다,
자연은 자비롭지도, 친절하지도 않으며 처절한 생존경쟁을 요구한다.

나는 월든에서 자연의 아름다움, 풍족함을 '관념적'으로 공감했다면, [길을 잃은 즐거움]에서는 자연에는 결단코 자비 같은 것은 없으면 끊임없이 투쟁해서 적응해야할 대상이고 풍족하지도 않다는 리얼리즘에 더욱더 공감하게 되었다.

요즘 필자가 생태주의, 극단적 환경주의, 귀농운동등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 드는 것도 윌리스 카우프만과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윌리스 카우프만은 모건 브랜치 라는 호숫가 숲 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25년간 생활한 영문학자이다.

영문학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자연 앞에서는 얼마나 겸손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월든을 반드시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현대 환경, 생명, 생태주의의 바이블이나 마찬가지다.
필독을 권한다.

혹시 미혼 남녀들 중에 월든을 다 읽어봤다는 사람이 있으면 꼭 잡아라. 괜찮은 사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월든을 다 읽었다면 이 책 못지 않게 두껍고 소중한 오두막 생활 25년간의 삶의 기록인 [길을 잃은 즐거움]도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David 2007-02-13 01:35:31
이 책, 초등학교 권장도서인데요...
원래, 대학생 필독 도서였다가, 요즘은 초등학생 필독도서가
됐다는거...어렵지 않아요! 특히 월든에서 소로우가 묘사한
숲속 풍경을 묘사한 부분을 읽을때, 문자로도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전 놀라고 말았습니다. 눈앞에서 그
칼라풀한 숲을 묘사한 장면을 읽을때, 한 편의 3D 칼라 에니메이션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너무 오바했나?) 근데, 그 뒤부분 부터
아직 못 읽고 있네요. 2/3 쯤 읽었나? 이번 기회에 다 읽고,
'길을 잃은 즐거움'도 한번 읽어 봐야겠네요.

우리가 모르는 사실 하나,
월든 호수와 그 땅 일대가 [에머슨]의 땅이라네요. 근데 월든에서는
그런 사실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소로우는 하버대 출신에
많은 부자들이 주변에 있었고, 연필공장 사주의 아들로 중산층이었으며
여행을 하거나 배를 타거나 경제적 궁핍이 전혀 없었던 미국 최초의
"히피"였다는 것이 '길을 잃은 즐거움'의 저자 카우프만의 주장입니다.

참고로 소로우는 에머슨의 땅를 빌려 통나무집을 짓고 2년 2개월을
살다 도시로 나갔지만, 비록 한 세기(100년)의 터울이 있긴 하지만
카우프만은 자비를 털어 땅을 사고 25년을 살았으니...
두 책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울듯 하네요.

송학사 2007-02-12 21:54:45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감명 받았던 것이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쓴 『월든』이었다. 부제가 '숲 속의 생활'인데, 1830년대 하버드 대학을 나온 엘리트가 월든이라는 시골 호숫가 숲 속에서 제 손으로 통나무집을 짓고 자급자족 농사일을 하면서 사색한 것을 기록한 책이다. 애숭이 나라인 미국에서 그것도 기껏 30살 젊은이가 보여준 사고의 폭은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철도가 갓 부설하고 있던 시기인 이때에 기계문명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보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속삭이는 외침은 인간 예지의 아름다움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인도의 '우파니샤드', '바가바다 기타', 중국의 '논어' 심지어 '맹자'의 격언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쓸모 없는 노년기에 미심쩍은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인생의 황금시절을 돈버는 일로 보내는 사람"들을 질타하고 있다. 그의 실험적 삶은 산업사회와 자본주의의 가치관에 대한 한 인간의 위대한 실천적 저항이었으며, 그 당시 공자 맹자 말씀만 우주의 전부인양 굳게 믿고 있었던 조선의 고리타분한 유생과 차라리 비교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을 일천한 역사와 천박한 문화를 가진 나라라 흔히 비하해야만 속이 시원해지는 사람들은 데이비드 소로우를 바로 안다면 그런 말이 대단히 실례가 되는 무지막지한 발상이라는 것을 쉽게 깨달을 것이다. 소로우 전에는 에머슨이 있었고 또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유럽 문명으로 무장한 엘리트들을 줄줄이 발견할 것이다. 더욱이 소로우는 조국이 멕시코를 침공하자 그 유명한 『시민의 불복종의 의무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하여 미국의 야만성을 통박하였다. 이 책의 첫 구절인 "내 가슴에 다음과 같을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다스리지 않는 정부일수록 좋은 정부이다." 라고 한 것은 후세 정치학도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소로우의 직계 제자가 바로 간디인 것이다. 간디의 비폭력을 통한 불복종운동의 뿌리는 소로우의 사상이다.

sarugi 2007-02-12 15:00:27
소로우도 그런 면이 있었군요... 책을 읽을 엄두는 좀~^^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