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화 논란 속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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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화 논란 속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2.10.07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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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복지부, 오는 2024년 6월까지 12개 시범사업‧케어코디네이터 활성화 계획 발표
시민사회, ‘의료민영화’ 우려…“만성질환은 관리가 곧 치료 기업에 의료행위 허용” 반발

은밀하게 아니 그냥 윤석열 정부표 의료민영화가 시작됐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원장 조현장)과 함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12개에 대해 시범인증'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의료민영화 추진과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신임 장관으로 조규홍 씨가 취임한지 하루만이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지난달 초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을 개정해 그간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던 만성질환자 대상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인이 의뢰한 경우를 전제로 대폭 허용한 것.

정부는 지난 7월 ‘경제 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했고, 이후 산업계와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후속조치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복지부가 밝힌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란 건강 유지‧증진과 질병예방‧악화 방지를 위한 상담‧교육 훈련‧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관련 서비스다. 

12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 서비스 목록
12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 서비스 목록

시범 인증을 신청한 곳은 총 31곳으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 시범사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2개 서비스가 최종 시범인증을 받았다. 시범 인증 신청‧심사는 2차례에 걸쳐 실시할 예정으로 이번 1차 이후 내년 상반기 중 2차 신청‧심사를 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은 오는 2024년 6월까지며 인증 유효기간 역시 동일하다. 복지부는 12개 서비스를 3가지 유형 ▲만성질환관리형 ▲생활습관개선형 ▲건강정보제공형 등으로 나눠 소비자 건강상태와 필요에 따라 선택해 사용하도록 했다. 1군으로 인증된 5가지 서비스의 경우 내년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환자관리 수단으로 활용된다.

아울러 복지부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에서 고혈압‧당뇨 환자 대상 건강관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케어코디네이터’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정책과제도 함께 추진‧발굴한다고 밝혔다.

케어코디네이터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참여하는 의원에 고용돼 의사가 수립한 개별 환자 맞춤형 건강관리 종합계획에 따라 통합적인 환자 관리를 수행하는 인력으로, 구체적으로는 ▲혈압‧혈당 수치 및 질환 상태 모니터링 ▲영양 및 생활습관 교육‧상담 ▲의료진-환자 간 정보 공유‧협력 등의 역할을 한다.

복지부는 케어코디네이터 활성화 방안으로 내세운 것은 ‘단시간 근로 형태’다.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의원과 단시간 근로를 희망하는 유휴 간호사 등 수요자와 공급자 양측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것. 참고로 올 8월 기준으로 케어코디네이터 고용률은 2.3%에 불과하다.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시범 인증 마크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시범 인증 마크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의 진짜 목적은 ‘의료데이터’

이에 보건의료‧시민사회는 의료민영화의 물꼬를 터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지난 6월 29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책임은 다하지 않고 치료중심으로 망가진 일차보건의료체계로 발생한 공백을 기업 돈벌이로 채우려는 시도”라며 “만성질환은 관리가 곧 치료로, 엄격히 구분하기 어려운데 이를 마치 구분 가능한 것처럼 나눠 기업에 넘겨주는, 비영리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해야 할 일을 기업 상품으로 재편하고, 사실상 기업에 의료행위를 허용해 주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보건연합은 “민간보험사의 숙원사업이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정부 인증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등을 우회한 행정독재이며, 민간보험사들이 의료서비스를 직접 공급하는 사업에 진출하는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특히 보건연합은 해당 사업 추진 목적이 민감정보인 개인건강정보를 ‘수집‧집적화’하려는 데 있고, 영리병원 금지규제를 무력화하는 사안이라고 분노했다. 이러한 ‘민감정보’가 기업에 넘어갈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크고, 손해를 명확히 따지기 힘들다. 국민 의료정보 등 민감정보를 관리하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철저히 상충되기 때문. 더군다나 정부 정책에는 개인 민감정보를 보호‧관리하는 내용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주도 건강관리 서비스에는 데이터 유출, 감시, 상업적 활용이라는 위험이 상존한다”고 맹비난했다.

실제로 지난 8월 26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는 개인 요청 시 본인 의료데이터를 실손보험 간편청구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위해 보험사와 건강관리 서비스 업체에 직접 전송을 허용하는 ’의료마이데이터 사업 민간참여 허용‘,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 등의 내용이 다뤄졌다.

이어 지난달 23일 부총리이기도 한 기획재정부 추경호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연금과 의료, 부동산 등 10대 분야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한다는 방안을 확정, 오는 11월부터 순차적으로 개방한다고.

일례로 해당 방안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인플루엔자, 천식, 아토피 등의 데이터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MRI, CT 등 의료영상 데이터를 익명화해 민간에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가지고 민간 보험사‧IT 기업은 특정 질환발생 진단기기 개발에 활용하거나, 의료수요를 예측하고 관련 모델을 개발, 사업화할 수 있게 된다.

민간에 데이터 퍼주기가 국민 알권리?

치과를 포함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국민 알권리‧접근성 향상’를 내세워 의원급까지 ‘비급여 진료비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심평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병원별 가격비교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았다.

이에 의료계는 ▲의료쇼핑을 부추기고 ▲의료를 상품화하고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춰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럼에도 지난 9월 5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경제규제혁신 TF 회의’에서는 의료기관과 환자 간 소통 활성화, 의료접근성 향상을 취지로 의료법령 유권해석을 통해 원하는 의료기관은 온라인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발표, 의료계는 이를 꼼수로 판단했다.

의료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일방적 의견만 반영된 정책”이라며 “이렇게 되면 진료비만을 단순 비교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과잉진료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한편, 이를 방지할 대안이 없어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방안 역시도 “무차별적 비급여 진료비 할인 광고가 의료법 제27조제3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과도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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