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의료민영화 이미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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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의료민영화 이미 진행 중”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10.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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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2022 가을 학술대회 ‘개최’… ‘팬데믹과 건강’이라는 주제 아래 새로운 ‘보건의료운동’ 모색
‘2022 인의협 가을 학술대회’가 지난 16일 서울시립대에서 개최됐다.
‘2022 인의협 가을 학술대회’가 지난 16일 서울시립대에서 개최됐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회(이하 인의협)가 지난 16일 서울시립대학교 자연대학 국제회의실에서 ‘2022 인의협 가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의료현장에서 돌아보고 내다보는 팬데믹과 건강’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진 이날 학술대회는 ▲코로나19 현장에서 본 팬데믹과 인권 ▲다중의 위기와 보건의료운동 등 2개의 주제발제에 이어 ▲현 시기 공공보건의료 쟁점에 따른 공공보건의료 강화방안 ▲팬데믹 시기 강화되어야 할 일차보건의료 전략 방향 ▲위기를 기회로? 디지털헬스와 불평등 등 세션별 주제발표의 순으로 진행됐다.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유영진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코로나19 현장에서 본 팬데믹과 인권’ 주제발제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신천연합병원 백제중 병원장은 “거리두기 정책 적용과정에서는 대기업의 사무실이나 생산현장은 통제하지 않고 또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영업시간만 제한하고 인원은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식당 등 소규모 서비스업에는 영업시간뿐아니라 인원까지 제한하는 등 차별과 불평등이 있었고 치료현장에서도 코로나19 환자나 접촉자에 대한 협오와 함께 비코로나19 환자의 의료접근권이 제약되는 등 차별과 불평등이 있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나타난 돌봄과 교육, 노동, 국제협력의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장애인과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방역지침을 마련하는 등 인권에 기반한 방역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며 신자유주의 파탄 속에서 불거진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한 노력 등을 통해 돌봄사회로 전환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 장면.
패널토론 장면.

인의협 정형준 정책위원장과 이서영 기획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2번째 주제발제 ‘다중의 위기와 보건의료운동’에서 노동건강연대 김명희 운영위원장은 ‘보편적 의료보장이라는 신기루: 코로나19가 드러낸 현실’이라는 발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국가는 건강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면서 전 사회적인 공중보건의 위기에 대응하려 했다. 한국의 공공병원은 감염병 대응의 최일선에서 모처럼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감염병 대응에 집중할수록 본래의 책무달성에는 실패해 공공병원을 단골로 이용해왔던, 전 국민의 0.5%에 달하는 약 25만 명의 사람들은 배제되고 말았다”며 “공공병원확충 및 역량강화, 그리고 민간의료기관의 사회적 통제를 통한 의료제공 체계의 공공성 강화와 함께 건강보장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재정적 보호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팬데믹·경제위기·기후위기·전쟁에 맞서는 보건의료운동’이라는 주제로 2번째 발제자로 나선 인의협 우석균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팬데믹은 앞으로 더욱 자주 발생하고 팬데믹의 근본 원인이기도 한 기후위기 심화는 전 세계인의 건강에도 불평등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라는 더욱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의 등장으로 건강관리서비스와 개인정보의 상업화 등 미국식 의료민영화가 이미 진행 중에 있다”고 진단했다.

우석균 공동대표
우석균 공동대표

특히 그는 “현재처럼 다중적 위기가 중첩된 비상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인도주의가 필요하다”며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생명들, 생태계 나아가 전지구적 차원의 건강을 포괄하는 인도주의 ▲단지 의료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전반을 포괄하는 총체적 인도주의 ▲복합적이고 중첩적인 위기에서의 전환을 위한,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고민하고 극복하려는 체제전환적·실천적 인도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주제별세션은 3개의 장소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현 시기 공공보건의료 쟁점에 따른 공공보건의료 강화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1에서는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정백근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료의 양적 확충목표를 축소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책임의 핵심 정책수단으로 공공정책수가를 상정하면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제공체계에 대한 비전이 공공정책수가를 통한 취약지 지원정책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 수단을 공공정책수가로 한정하지 말고 권역 및 중진료권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를 활성화해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를 보장해야 한다”며 “공공병원 설립, 취약지 필수의료인력 배치, 의료취약지 가산 수가의 획기적 인상 등 지역필수의료 격차완화 정책과 함께 필수 공공보건의료인력을 양성·관리해 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산모·신생아·어린이·재활·감염병 등 필수의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팬데믹 시기 강화되어야 할 일차보건의료 전략 방향’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2에서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나백주 교수가 ‘한국의 일차보건의료전략의 새로운 변화는 가능한가?’라는 발제를 통해 “한국의 일차보건의료는 전략 개념으로 도입되기는 했지만 거시적 전략은 매우 미흡했고 시장중심의 민간보건의료 위주의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형식적 틀만 도입했을 뿐 내용과 기능면에서 매우 미흡했다”면서 “보건소 인프라 확충 및 일차의료 강화, 공공병원 확충,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등 분절적 대응을 넘어 의료영리화 반대,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공공보건의료체계 강화, 취약계층 건강돌봄 강화 등 이슈를 중심으로 이를 아우르는 일차보건의료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일차의료연구회 이재호 회장도 “국내 보건의료 현실에서 일차진료는 지나치게 활성화돼 있으며 시장기전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돼 병적인 상태에 있지만,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해 지역주민들에게 흔한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일차의료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일차의료의 강화는 보건의료체계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는 의사협회의 눈치를 보면서 주치의제도라는 용어사용을 금기시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지만 일차보건의료의 이념적 목표 달성을 가능케 하는 주요 전략으로서 국내에서 주치의제도 도입은 매우 시급한 일”이라고 밝혔다.

국제회의실 강연장 전경.
국제회의실 강연장 전경.

마지막 세션3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디지털헬스와 불평등’이라는 주제 아래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과 전북대학교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정준호 연구원의 발제가 진행됐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디짙털 헬스’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OECD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한국과 달리 원격의료가 전격적으로 시행되는 등 디지털 헬스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됐다. 여러 규제장치들에 의해 규제해오던 것들을 임시로 어쩔 수 없이 응급상황이니까 허용한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문제는 기술이 아니었다. 디지털 헬스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은 어느 나라에서나 가지고 있는 의료시스템이라는 전통적인 모델이 가지고 있는 구조(체계)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굉장히 많은 데이터들이 리얼타임으로 생성되고 있음에도 이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지금은 갖춰져 있는 아님이 명확해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리얼타임으로 생성되고 있는 기본 데이터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만만치 않은 시도로 현재 미국에서도 디지털 헬스와 관련된 투자액이 줄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만 한국적인 특성상 정부의 주도의 디지털 헬스 관련 프로젝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국민 의료서비스는 국가가 관리하는 면허 취득 의료인들에 의해 허가된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규제와 관리·통제 하에 제공되는 것이란 근대적 의료 체계(모델)를 기반으로 디지털 헬스기기와 프로그램 등의 인허가 및 건강보험 등재 프로세스 등을 감시해야 할 것”을 피력했다.

정준호 연구원
정준호 연구원

정준호 연구원도 ‘디지털 헬스와 불평등’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디지털 헬스와 관련된 규제들이 급격히 완화됐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헬스의 추진이 각 국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이미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던 민간사업자들에 의해 운영·개발되면서 민간 행위자들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된 것”이라면서 “결국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공공의료서비스 영역에 진입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의료서비스와 일반 건강관리(웰니스)서비스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고 복잡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의 규제는 효과가 없거나 불필요하다는 디지털 예외주의가 등장한게 된 것”이라며 “디지털 격차로 인한 불평등과 민간의료의 확대로 인한 국가 건강보장체계의 침식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헬스을 추진하고 있는 플레이어(다국적 기업, 민간 사업자)들을 어떻게 통제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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