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등 이동노동자 구강건강상태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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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등 이동노동자 구강건강상태 열악”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11.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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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이동노동자 구강건강증진 방안 토론회 개최… 유급검진 등 대책마련 '시급’
‘이동노동자 구강건강 실태 및 건강증진 방안 토론회’가 지난 22일 개최됐다.
‘이동노동자 구강건강 실태 및 건강증진 방안 토론회’가 지난 22일 개최됐다.

“택배와 음식배달, 대리운전 등 이동노동자들의 경우 구강건강상태가 전반적으로 타 직종에 비해 열악한 상태였으며 칫솔질실천율이 낮고 미충족 치과치료율이 높아 이에 대한 대착마련이 시급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지난 22일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공동으로 주최하고 도심권 서울시노동자 종합지원센터와 동북권 서울시노동자 종합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동노동자 구강건강 실태 및 건강증진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황선자 부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사회치과학교실 류재인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동노동자들의 구강건강 실태와 함께 건강증진 방안을 발표했다.

류 교수는 “서울시에서 택배와 대리운전, 음식배달 등을 하고 있는 이동노동자들의 구강건강 및 관리 실태를 조사, 이들의 구강건강증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며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직종별 70명 내외, 총 200명을 대상으로 구강검진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직종별 5명 내외, 총 1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업무 후 지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고(81.9%) 몸이 아파도 일을 한 경우가 72.4%,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77.6%’에 달하는 택배기사 등 서울시 이동노동자들의 구강건강실태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재인 교수
류재인 교수

류재인 교수는 “이동노동자의 97.5% 이상이 남성으로 대리와 택배 노동자의 90.5%와 76.6%가 50대 이상이었던 반면, 음식배달 노동자의 75.0%는 40대 이하였고 교육수준은 대졸 이상의 경우 44.6%로 국민건강영양조사의 41.2%와 유사했지만 대리운전과 음식배달의 경우 각기 66.7%와 50.0%로 다소 높게 나타났다”면서 “월간음주율과 평생흡연율은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와 비슷했지만 신체활동 여부(실천 안함)는 52.6%대 76.5%로 높았고 최근 1년간 구강검진 여부는 65.2%대 50.5%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아울러 류 교수는 “영구치우식유병률은 전체적으로 1.4배 정도 높았고(31.7%대 43.6%) 자연치아 수는 약간 적었으며(28.6%대 28.2%) 저작불편호소율은 높은 것(23.1%대 33.3%)으로 나타났는데, 점심식사 후 칫솔질 실천율은 41.8%대 24.0%로 매우 낮았고 잠자기 전 칫솔질 실천율은 42.3%대 31.4%로 낮았으며 미충족 치과의료율도 28.8%대 40.4%로 10% 이상 높았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심층면접 결과 이들은 오랜 시간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밤일까지 하고 있었다”면서 “주관적인 구강건강상태도 안 좋게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시간이 없어 밥도 잘 못 먹는데 칫솔질에 신경쓰기가 힘들고 외부 화장실에서 칫솔질하기가 꺼려진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었다. 치과에 가는 것도 비용 때문에 꺼려진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전반적으로 이들의 구강건강상태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비해 열악한 상태였다”면서 개선책으로는 “직종별 특성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음주율을 낮추고 신체활동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 ▲칫솔질 교육과 구강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참여형 교육 및 사업 ▲실질적으로 미충족 치과치료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지정토론 장면. (왼쪽부터) 정최경희 센터장, 류재인 교수, 황선자 부원장, 김지수 부위원장, 신승현 의장, 이성종 운영위원장.
지정토론 장면. (왼쪽부터) 정최경희 센터장, 류재인 교수, 황선자 부원장, 김지수 부위원장, 신승현 의장, 이성종 운영위원장.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정최경희 센터장은 “WHO에서는 개인의 건강을 결정짓는 것은 사회적·정치적·경제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구강건강도 마찬가지”라면서 “하나의 정책을 수립할 때는 개인이 건강한 행태를 어떻게 하면 사회·정치·경제적으로 더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들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대표적인 구강질환의 위험요인은 흡연, 음주, 설탕 섭취이고 당뇨도 치주질환 발생과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치주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이러한 위험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상담과 교육부터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개입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구강보건사업이 시행돼야 하지만 상담과 교육방법은 인구집단에 대한 영향이 적을 뿐아니라 건강불평등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는 방법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최경희 센터장
정최경희 센터장

더불어 정최 센터장은 “설탕섭취 감소를 위해서는 설탕함량이 높은 음료 규제, 금연을 위해서는 담배세 인상, 절주를 위해서는 알콜음료 규제 등이 건강붚평등을 감소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이동노동자들이 치과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치과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9년 기준 치과의원 36.9%, 치과병원 27.4%로 전체 64.2%에 비해 여전히 낮기 때문인 만큼 치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함께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유급검진 및 유급병가, 유급휴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라이더유니온 김지수 부위원장은 “플랫폼의 AI 노동통제 속 방치되고 있는 플랫폼 배달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배달노동자들의 소득 파악 및 배달업체에 대한 규제와 현황 파악을 위한 계획부터 수립돼야 한다”면서 “배달노동자들의 건강증진 및 안전을 위해서는 지난 2020년 서울시 성동구에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통과시킨 것처럼 지자체의 역할 제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휴서울노동자쉼터 이성종 운영위원장은 “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의 총량은 비대면과 재택이 가능한 노동이 아니라 그것이 불가능한 영역에서 부각된다”며 “택배 등 그동안 저평가 받아온 필수노동에 대한 기준을 제대로 세우고 그 가치를 재평가해 필수노동자 규정을 확대하고 경제적 지원을 넘어 노동관계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신승현 의장은 ”바쁜 일상으로 구강검진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이동노동자들의 환경을 고려, 구강검진 설비가 갖춰진 차량과 연계된 공익적인 성격의 픽업 서비스“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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