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가입자인 국민들에게만 책임 전가”
상태바
“건보가입자인 국민들에게만 책임 전가”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1.26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정부와 국회에 ‘건강보험 정부지원 항구 법제화’ 촉구
건강보험재정 항구적 정부지원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오늘(26일) 국회 앞에서 개최됐다.
건강보험재정 항구적 정부지원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오늘(26일) 국회 앞에서 개최됐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입자인 서민들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재정 긴축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전형적이고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부로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재정은 결코 긴축하지 않지만 복지와 건강보험 등 서민들을 위한 재정은 긴축 일변도다.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같은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줄 뿐아니라 어려우면 재정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축나는 재정은 서민 증세로 메울 계획이다. 노골적으로 서민 지갑을 털어 기업과 부자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는 예산안 심의에서 건강보험 정부지원 예산을 약 11조 원 책정했고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정부지원 5년 연장에 대해 합의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그뿐 정부지원은 연장되지도, 항구적 지원으로 개정되지도 않았고 결국 지난해말 건강보험 정부지원법이 종료되면서 이제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해가 바뀐 올 1월 임시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조차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과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오늘(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건강보험법을 즉각 개정해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항구화 하라”고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보노조 김철중 위원장은 “민생을 내걸고 1월 임시국회가 개회됐지만 국회는 일을 하지 않고 개점 휴업 상태였다. 국회는 정치적인 쟁점만 있지 국민을 위한 민생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 보험료 걱정 없는 사회를 염원하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여야 원내대표들이 당장 만나 정치적 대타협을 통해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즉각 상정하라”고 피력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박민숙 부위원장도 “법적 근거가 사라진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제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건강보험은 오로지 국민이 낸 보험료 수입만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그럴 경우 보험료는 약 17.8%, 국민 1인당 월 2만 원 가량 대폭 인상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

아울러 그는 “건강보험은 올해부터 적자로 전환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현 상태라면 6년 뒤인 오는 2028년 적립금이 바닥나기 때문에 건강보험 정부지원을 항구적으로 법제화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높은 것”이라며 “법으로 명시된 건강보험 재정지원 20%를 매년 어겨오면서 지난 2007년부터 약 32조 원을 미납하고 있는 정부는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건강보험 재정지원을 30% 이상 국가가 책임지도록 항구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조희흔 간사는 “건강보험 정부지원 규정은 건강보험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지난 1999년 지역가입자들 중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법에 명시된 20%의 국고지원을 단 한 번도 이행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여당과 정부는 계속해서 건강보험 재정위기론을 펼치면서 재정누수의 원인이 보장성강화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의료남용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절대적인 원인은 환자들에게 과다한 진료를 받게 하는 해이한 병의원들이 포진해 있고, 과잉 공급된 병상으로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까지 입원하게 만드는 낭비적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한국의 건강보험 국고 부담은 10%대에 불과하지만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50% 이상, 일본도 40% 가까이 부담하는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최소 30% 이상 부담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이런 형편없는 국고지원 현실 때문에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너무나도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

또한 그는 “이런 형편없는 국고 부담률은 그대로 두고 단순히 일몰제 폐지냐, 아니면 5년 연장이냐만 가지고 싸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한심하긴 마찬가지”라며 “재벌 총수들의 보험료율은 0.01%대에 불과한데 서민들에게는 무려 7%를 꼬박꼬박 걷어가고 있다.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의 미래는 없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처럼 국고지원을 30% 이상으로 늘려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보험료를 경감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항구적 정부 지원 법제화

‘국민건강보험법 즉각 개정하라’

2022년 건강보험 정부 지원법이 종료되면서 이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고 말았다. 2022년 말 국회는 예산안 심의에서 건강보험 정부 지원 예산을 약 11조 원 책정하였고,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정부 지원 5년 연장에 대해 합의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정부 지원은 연장되지도, 항구적 지원으로 개정되지도 않았다.

법적 근거가 사라지고 정부 지원을 강제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건강보험은 오로지 국민이 낸 보험료 수입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럴 경우 보험료는 약 17.8%, 국민 1인당 월 2만 원가량 대폭 인상될 것이다. 보험료 폭탄, 보장성 축소로 서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고,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민간실손보험에 더 의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보험료를 끝없이 올릴 수는 없으므로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정해져 건강보험 자체가 약화될 것도 충분히 예상된다. 이는 의료 민영화에 다름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과 노동시민사회는 지난 2022년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 항구적 법제화로 국민 건강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라는 요구를 담아, 국회토론회, 기자회견, 대국민 선전전, 집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 특히,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벌인 항구적 정부 지원 법 개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 운동은 단시간에 45만여 명의 국민이 참여해, 건강보험 국가 책임 강화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그동안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 규정에도 불구하고, 역대 모든 정부는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지금도 약 32조 원 과소 지원 상태다. 정부 지원금이 과소 지원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예산의 범위’, ‘보험료 예상 수입액’, ‘상당하는 금액’ 등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 조문과, 법을 지키지 않아도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임의 규정이 그 이유의 일부다. 따라서 항구적 정부 지원과 함께 이러한 모호한 문구도 명확히 해 강제 이행토록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 긴축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전형적이고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부다.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재정은 결코 긴축하지 않지만 복지, 건강보험 등 서민들을 위한 재정은 긴축 일변도다.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같은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줄 뿐 아니라 어려우면 재정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축나는 재정은 서민 증세로 메울 계획이다. 노골적으로 서민 지갑을 털어 기업과 부자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최초로 정부 지원 연장도 개정도 이뤄지지 않아 건강보험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국가 책임은 회피하고 가입자인 국민이 낸 보험료에 건강보험 재정을 의존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노동시민사회는 정부에게 항구적인 정부 지원으로 법을 개정해 국가의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말로는 민생을 외쳐대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며 정부 지원 종료를 코앞에 둔 지난 2022년을 허송세월하며 민생을 외면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민생과는 거리가 먼 당리당략과 정쟁에는 큰 목소리를 내면서 건강보험 정부 지원 종료에는 전혀 대처하지 않았다. 해가 바뀐 1월 임시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국회에 묻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입자인 서민들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극찬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의 대혼란 시기에 국민을 안심시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국가는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지켜나갈 책임이 있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강화하고 국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정부 지원 항구적 법제화는 시혜가 아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통한 국민의 건강권 보장은 헌법이 부여한 국민의 기본권이자 국가의 책무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보장제도의 중추이자 보편적 복지의 큰 줄기인 건강보험제도를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는 윤석열 정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고물가, 고금리, 경제 위기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국가가 나서서 재정을 지원해 보장성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약자인 환자들을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집단으로 몰며 보장성을 축소해 도덕적 해이를 고치겠다는 오만한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하다면서도 재정 불안의 오랜 주요 요인인 정부의 과소 지원, 의료 공급자들의 과잉 의료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걱정은 보장성을 축소하기 위한 거짓이다.

민주당이 제1당인 국회도 안일하기 그지 없다. 국회는 말로만 민생을 외쳐댈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하라. 국회의 책임 중 하나가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라면 국민 건강권 보장이라는 정부의 책임 방기를 보고만 있는 국회도 책임 방기다. 건강보험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는데도 법 개정에 손 놓고 있는 것도 국회의 책임 방기다. 건강보험 정부 지원법은 2007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후 벌써 네 번째 연장된 법안이다. 부족했지만 정부 지원이 국민건강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한시적 지원을 연장만 할 것이 아니라 아예 항구적으로 지원하도록 개정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 책임의 의무와 보장성 강화 등 국민 건강권 수호에 역할을 다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거짓 걱정이 아니라면 그동안 미지급된 정부 지원금 32조 원을 우선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앞장서서 국민의 요구인 건강보험 항구적 정부 지원을 위한 법 개정에 즉각 나서라. 

윤석열 대통령이 외쳐대는 자유가 기업주들과 부자들만의 자유가 아니라면, 서민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자유도 보장하라. 그 길은 건강보험 정부 지원을 항구적으로 법제화하고, 최소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국가들 정도로 지원을 확대해 보장성을 높여 병원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민간실손보험에 가계 재정이 불필요하게 축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 건강보험 재정의 정부 지원을 즉각 항구적으로 법제화하라.

- 정부 지원 회피에 이용돼 온 모호한 정부 지원 법 조문을 명확히 정비하라.

-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정하다면 미지급된 32조 원을 우선적으로 지급하라.

- 보장성 축소가 아니라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해 보장성을 강화하라.

- 기업주, 부자 지원이 아니라 서민들을 위해 건강보험을 지원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당 전임 대통령 두 명 중 한 명은 탄핵당해 쫓겨나 수감되고, 한 명은 파렴치한 부패로 결국에는 수감됐던 사실을 잊지 말라. 특별사면됐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둘 모두 노골적 친기업을 표방했고 의료 민영화를 추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우리는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국민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어떠한 투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1월 26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행동하는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민중과함께하는한의계진료모임 길벗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