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인상만으론 필수의료 공백 못 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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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인상만으론 필수의료 공백 못 메워”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2.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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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윤석열 정부 ‘필수의료 지원대책’ 비판…“재정 투입해 공공의료 대폭 확충해야”

윤석열 정부가 확충 계획 없는 의료인력 대책과 수가인상을 ‘필수의료 지원대책’으로 내놔 시민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오늘(3일)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민간 의료 시장을 더욱 공고히 할 뿐이라며 정부 대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본부는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는 민간의료기관이 돈이 되지 않아 제대로 공급하지 않으면 공백이 생겨 문제가 되는 분야”라면서도 “이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필수의료 확충에는 도움이 안되는 민간의료기관 지원이라 문제”라고 짚었다.

정부가 지난달 9일 내놓은 지원대책의 하나는 바로 ‘공공정책수가’로 민간의료기관에 돈을 더 줘서 필수의료 확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본부는 필수의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를 90% 이상의 민간의료기관이 지배하는 비정상적인 의료시스템의 맹목적 수익 추구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전형적인 시장논리에 기반한 정책으로, 그간 우리 의료시스템을 지배해 온 민간의료기관들은 정부로부터 돈을 더 받고도 상황을 개선하지 않았다”며 “정부 스스로도 지난 2009년 흉부외과 수가 100%, 외과 수가 30%를 인상했음에도, 의료인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지 못했다고 시인하고서는, 다시 수가를 더 준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본부는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면 타 분야와 과목 의사들도 과목의 필수성을 일견 타당하게 주장하며 격차를 메울 수가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공공정책수가는 수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 민간의료기관들의 배를 불리고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수단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본부는 “시상을 숭상하는 윤석열 정부는 한편으론 타당해 보이는 필수의료 대책을 제시하지만, 거의 모든 대책이 평가기준 개선, 평가기준 신설‧보강, 협업, 협진, 협력 유도 같은 비강제적 조치 뿐”이라며 “정부 대책들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민간의료기관들의 수익을 보장할 뿐이고, 행위별수가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손보기 보다는 ‘공공정책수가’를 행위별수가제 보완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인력 확충 계획 없는 전공의 근로조건 개선?

정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으로 전공의들의 ▲의사 당직제도 ▲연속근무 개선 등 의사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그 안에 의사 인력 확충 계획은 없다.

본부는 “당직과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의사인력 확충이 필요한데,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한다는 계획만 있지 정부 안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불과 10년 후면 의사 9천6백여 명이 부족할 것이란 보건사회연구원 전망을 인용하면서도 지금 바로 시작해도 10여 년 이상 걸리는 의사 인력 양성에 나서지 않는데 부족한 인력으로 필수의료가 가능한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특히 본부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의료인력 양성을 민간의료기관과 개인들의 선의에 의지한다는 것은 의료인력 확충을 포기한다는 것”이라며 “기업주들의 원활한 이윤창출을 위해 필요한 전기, 도로, 에너지 등 사회기반 인프라는 정부가 막대한 재정으로 책임지고 마련하면서 사회 필수 의료서비스를 위한 인력 양성에는 왜 정부가 나서지 않는가?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은 민간의료기관의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본부는 정부에 ▲공공의과대학 설립 ▲국립의과대학 강제‧책임 ▲의료기관에 충분한 전문의와 간호사 고용법 강제 등을 촉구하며 인력 충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본부는 “정부는 ‘공공정책수가’ 재원 마련 계획을 밝히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를 강조하며 환자와 서민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길 것 같다”며 “국고를 민간의료기관 지원에 투입하는 건 더더욱 찬성할 수 없으며, 그럴 돈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공공의료 확충에 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논평 전문이다.

 < 논 평 >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더욱 공공히 하는 윤석열 정부의“필수의료 지원대책”
재정을 투입해 공공의료를 대폭 확충해야 
‘필수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다.

아파서 병원에 간 환자들에게 자신에게 해당하는 과목은 모두 필수적 의료다. 중증이 아니면 그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는 필수적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란 무엇인가? 정확히 말하면,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이 돈이 되지 않아 제대로 공급하지 않으면서 공백이 생겨 큰 문제가 된,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없어서 이제는 정말로 필요하게 된 의료 분야가 정부가 칭하는 ‘필수의료’다.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가 부족하게 된 근본적 이유는 90% 이상의 민간의료기관이 지배하는 비정상적 의료 시스템의 맹목적 수익 추구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를 제대로 제공하려면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익 추구에 매몰되지 않는 공공의료를 대거 확충해 시장 중심 민간의료가 의료체계를 좌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기존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필수의료 부족 지속 정책’이다. 복지부는 지난 1월 9일 업무보고에서는 “필수의료 강화”라고 했는데, 이번 발표가 필수의료 강화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스스로도 멋쩍었는지 용어도 “지원대책”으로 슬쩍 바꿨다. 이조차 ‘필수의료’ 확충에는 도움이 안 되는 민간의료기관 지원이라 여전히 문제지만 말이다. 

‘공공정책수가’는 공공을 가장한 수가 인상 정책이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기 전 여러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한다. 그 결과 “의료체계 개선”, “적정 보상”, “인력 확보”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대책의 대부분은 ‘공공정책수가’라는 이름으로 “적정 보상“을 해주는 수가 인상, 즉 의료 공급자들에게 건강보험 재정 퍼주기에 맞춰져 있다. ‘공공정책수가’는 공공이라는 이름과는 반대로 돈을 더 줘서 필수의료 확충을 ‘유도’하겠다는 전형적인 시장 논리에 기반한 정책이다. 이런 시장 논리에 따라 그동안 우리 의료시스템을 지배해 온 민간의료기관들은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를 내팽개쳤다. 돈을 더 줬는데도 이들 민간의료기관들은 상황을 개선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 스스로 2009년 흉부외과(100%)와 외과(30%)의 수가를 대폭 인상했음에도 지역에서 근무하던 의료인력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런데 다시 수가를 더 준다는 것이다.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면 다른 분야와 과목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가만히 있을까? ‘우리는 필수가 아니냐’라는 일견 타당한 항의를 하며 격차를 메울 수가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그래서 ‘공공정책수가’는 수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 민간의료기관들의 배를 불리고,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수단이 될 뿐이다. 복지부가 의견을 수렴한 대상이 대부분 의료 공급자들이라 어쩌면 의견 수렴 과정은 수가 인상을 위한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을 숭상하는 윤석열 정부는 한편으로 타당해 보이는 ‘필수의료’ 대책을 제시하지만 이를 위해 민간의료기관들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거의 모든 대책이 평가기준 개선, 평가지표 신설·보강, 협업, 협진, 협력 유도 같은 비강제적 조치들이다. 강제적 조치라고는 시정 명령, 소액 과태료(3백만 원), 지정 취소 따위 것들이다. 거대한 부와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민간의료시스템이 이 정도에 눈이나 깜빡할까.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민간의료기관들의 수익을 보장할 뿐 아무것도 강제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 대책들은 재원 문제는 차치하고 그 자체로도 힘이 없다.
정부는 또 의료기관들이 수익을 추구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 행위별수가제(의료 행위 횟수마다 수가 지급)에 한계가 있다면서 행위별수가제를 근본적으로 손보려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행위별수가제에 ‘공공정책수가’ 하나를 더해 준다. 이걸 행위별수가제 보완이라고 했다.

말뿐인 의료인력 확충

정부는 의사 당직제도, 연속근무 개선 같은 전공의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당직을 줄이고 근로 시간을 줄이려면 의사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의사 인력 확충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 의료계와 협의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 정부 안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는다. 비민주적인 밀실 협의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의료계와의 협의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논의하라.
불과 10여 년 후면 의사 9천6백여 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전망을 인용하면서도, 지금 곧바로 시작해도 10여 년 이상이 걸리는 의사 인력 양성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부족한 의료 인력으로 필수의료가 가능한가? 정부 계획이 있다면 밝혀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의료 인력 양성을 민간의료기관과 개인들의 선의(“한국의 의사상”) 같은 것에 의지한다는 것은 의료 인력 확충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기업주들의 원활한 이윤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전기, 도로, 에너지 같은 사회기반 인프라는 정부가 막대한 재정으로 책임지고 마련하면서, 사회적 필수서비스를 위한 의료 인력 양성에는 왜 정부가 나서지 않는가.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 인력은 민간의료기관의 수지 타산에 맞지 않는다.
그러니 정부가 재정을 투자해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고 국립의과대학을 강제해서 책임지고 충분한 의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병원에는 충분한 전문의와 간호사 고용을 법으로 정해 강제해야 한다. 95% 민간병원들 자율에 인력 충원을 맡겨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재정을 투입해 공공의료를 확충하라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기관에 지원하는 ’공공정책수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말하지 않았다. 그간 정부가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보장성 축소)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환자와 서민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길 것 같다. 찬성할 수 없다. 국고를 민간의료기관 지원에 투입하는 건 더더욱 찬성할 수 없다.
필수의료 확충에 별 소용 없는 ‘공공정책수가’에 건강보험 재정을 쓰는 것이야말로 건강보험재정을 불안정하게 하고 낭비하는 것이다. 그럴 돈이 있으면 보장성을 강화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그 어느 정부보다 민간 중심(시장 중심)이고 공공의료에 관심이 없다.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대표 브랜드인 ‘필수의료’ 대책조차 민간의료기관 퍼주기다. 그러나 시장은 실패한 지 오래다. 그 증거가 ‘필수의료’ 공백 위기다.

2023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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