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먼 나라 이웃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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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먼 나라 이웃 나라
  • 서대선
  • 승인 200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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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살펴 읽기...

 

▲ [ 먼 나라 이웃나라 ] 이원복 저

우리나라 최고의 베스트셀러 만화인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가 최근 미국 내 유대인을 비하했다, 하여 당사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돈과 언론을 무기로 자신의 뜻대로 미국을 움직이는 유대인 때문에 9.11 테러가 발생했다", 또 "한인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지만 마지막에는 유대인이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라는 내용 등이라고 한다.

이런 내용에 대해 미국 내 유대인들이 저자에게 이를 사과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 대처하면 국제적인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도 있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먼 나라 이웃나라], 이 만화책에 대한 문제점은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에 의해 이미 일부 제기된바 있다. 서울대 역사학과 주경철 교수는 그의 책, [테이레시아스의 역사]에서 이원복 만화가 지닌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한 바 있다.

이원복 만화는 만화라는 매체가 가진 특징만큼이나 과장과 생략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함에도 그 만화가 교양서의 의미를 지닌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원복의 만화에는 은연중에 인종차별적 내용이 간간히 들어난다는 문제점이 있고, 서양사 위주의 만화전개 방식에도 문제점이 있다. 이원복 교수의 서양사 위주, 역사의 승리자 위주, 열강 위주의 해석은 제3세계, 식민 지배를 당한 나라의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훨씬 뒤에 식민 지배를 당한 동남아 국가 등에 관한 만화책이 나오긴 하였으나 이는 영어로 번역되지 않은 별개의 만화책이며, 별개의 문제다. [먼 나라 이웃나라], 그것이 비록 만화의 형식을 빌린 것이라 할지라도 세계역사 교양만화 시리즈물이라면 제국주의의 시각뿐만 아니라 식민지 국가의 시각 또한 공평히 다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역사에 대한 편향된 관점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바, 이미 우리는'요코 이야기'에서 이를 무섭도록 체감하고 있다.

[먼 나라 이웃나라]는 시리즈물로서 이미 완결되었고 영어로 번역되어 수출된 유일한 이원복의 만화이다. 우리나라 국민들뿐만 아니라 재외 동포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수정가필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만화책에 대해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http://www.readread.co.kr)사이트,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는 좋은 만화책들"에 수록된 [먼 나라 이웃나라]에 대한 서평에서, 허병두(서울 숭문고 국어교사)씨는 역사학자 주경철 교수의 책, [테이레시아스의 역사]에 실려 있는 내용을 인용하며 비판적 읽기를 권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주경철 교수가 날카롭게 지적하였듯이 이원복 만화는, 1) 일부 사실이 부정확하게 제시되고 2) 해석을 잘못하며 3)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시각과 고정 관념을 내세우며 4) 잘 이해가 안 되고 지나치게 단순히 설명하는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유럽 역사를 설명할 때 이원복은 극우적 유럽인이 되어 이슬람을 단지 야만과 폭력을 앞세우며 '착한 유럽’을 위협하는 '나쁜 쥐’로 그린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국민을 계도의 대상으로 보는 우월적 지배 엘리트의 시각 또한 이원복 만화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허교사는 또한 그가 최근에 펴낸 [새 먼나라 이웃나라-우리나라 편]의 한 대목의 예를 들면서 이원복 만화의 문제점을 집는다.

"어차피 국가 지도자란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으니 일단 존경하면서 위대한 인물로 만들어야한다", “조그마한 흠집이 발견되면 가차 없이 공격하고 비난하여 결국 내팽개치는 상황에서 어찌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235쪽)

이런 이원복 교수의 주장에 대해 허교사는 정말 지금까지 우리의 지도자들은 그저 조그마한 잘못을 저질렀을 뿐인데 국민들이 이를 침소봉대해서 훌륭한 지도자를 못 나오게 한 것인가, 라고 반문한다.

이 밖에도 그의 만화는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일반화함으로써 종종 오류에 빠지곤 한다는게 허교사의 견해다. 공감이 간다.


더군다나 그의 만화형식은 그만의 독창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만화가 우데르조의 그림과 스타일, 심지어 만화 칸막이조차 모방한 것이다.(맨 아래그림과 비교해 보시라.)

▲ 프랑스 만화가 Albert Uderzo 의 대표작 Astrix 의 한 장면

유학시절, 1961년 프랑스의 작가 고시니(Rene Goscinny)가 글을 쓰고, 우데르조(Albert Uderzo)가 그림을 그린, 고대 켈트인들을 소재로 한 프랑스 만화《아스테릭스》(Asterix)의 영향을 받은 것에 대해 이원복씨 자신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게 문제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다만, 이런 사실을 알고 [먼 나라 이웃나라]를 자녀와 함께 읽어보자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 문제가 된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유대인을 비하한 부분이 있다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들에게 사과하고, 문제된 부분을 고친 후, 제본을 다시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요코이야기'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제2의 ‘요코이야기’는 멀리 미국 유대인 사회에서도 타국 사람에 의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재미있고, 교육적이며, 역사적 진실에 더욱 충실한, [먼 나라 이웃나라]가 세계인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만화책으로 재탄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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