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참여정부 의료정책 특징은 '상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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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참여정부 의료정책 특징은 '상업화'
  • 전민용 논설위원
  • 승인 2007.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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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갈수록 초기 기조 실종…구강보건 분야는 여전히 '열악'

 

 

'산업화론'으로 전체적인 보건의료정책 논의 실종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이른감이 있지만 참여정부 초기의 보건의료정책은 국민의 정부 초기와 대체로 유사했다고 보여진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체계의 효율화, 국민 건강증진 체계 구축 등이 주요 정책 목표였는데 국민의 정부보다 더 종합적인 면을 보여주었지만, 이 중 보장성 강화 정도만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 보건의료정책의 특징은 스스로가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라고 공언한 바대로 중반부터 나타난 '보건의료 산업화론'에 있다.

보건의료산업화론이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중심이 되면서 전체적인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하위개념인 의료(서비스)산업화 정책과 시장화, 개방화 정책으로 편향돼 논의돼 왔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및 영리병원의 허용, 한미자유무역 협정의 적극적인 추진, 다양한 시장 위주의 정책들을 진행하면서, 보건의료 부문의 개혁 원칙들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또한 산업화론을 보완하기 위해 같이 만들어진 공공의료확충 종합대책안은 예산의 부족과 정부 정책의지의 부족으로 현재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가장 비시장적이며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한 보건의료 분야에 신자유주의를 무리하게 접목할 경우 의료비 상승과 사회적인 의료비용의 급증, 의료 이용과 접근성에서의 양극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

최근 복지부에서 건강투자전략 개념을 확대 홍보하고 있는데 전국민 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제도가 확립된 나라에서 국민 건강은 일차적으로 보험정책을 통해 실현해야 하고 건강증진이나 건강투자(이 두 개념의 차별성도 궁금하지만) 전략은 보험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치과의 경우 대표적인 구강상병인 치아우식증과 치주병의 경우 다양한 예방법의 발전으로 거의 90% 이상 예방이 가능한데도 보험정책에서 예방이 배제돼 있는 상황이다.

건강투자전략에서 강조하는대로 치료 중심의 의료체계를 바꿔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방향은 1차적으로 보험정책이 바뀌어야 하고 건강투자전략이 이를 보완해야 한다.

건강투자전략이 건강불평등에 대한 사회경제적인 요인을 소홀히 할 경우 피상적인 접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즉 소득의 불평등, 교육의 불평등, 노동과 작업환경의 문제가 건강의 불평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조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의료서비스나 건강투자의 가장 일차적인 대상이 돼야 할 집단이 실제로는 가장 적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 구강보건 분야는 보건복지부 구강보건팀의 규모, 예산, 사업과 보험 정책 등으로 보았을 때 국력에 비해 대단히 열악한 수준이다.


정치적·전문적 판단 구분 통해 '사회적 합의' 이뤄야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부분 역시 전 국민 의료보험 체계의 구축,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높은 보건의료 기술 수준, 보건 사업의 확대 등 많은 성장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아직 보건의료 공급체계의 불균형, 공공인프라의 취약, 낭비와 비효율, 국민과 공급자 모두의 낮은 만족도, 고령화 문제, 건강 불평등 심화, 상업주의 확대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밋빛의 완벽한 제도를 구상해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이번 의료법 재개정 과정에서 보듯 보건의료를 둘러싼 각 이해 집단 간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합의되지 않은 정책은 실행 자체도 어려울 뿐 아니라 끊임없는 불신과 반목으로 보건의료체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주요 해결 방안으로 제안되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적정 수가와의 타협이나 의료인과 국민, 정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의료비에서의 낭비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안 도출 등은 서로 어떻게 신뢰하고 합의(타협)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스웨덴의 살쮀바덴 협약(1938년), 네델란드의 바세나르 협약(1982년)은 물론이고 보다 불리한 여건에서도 협약을 성사시킨 아일랜드의 국가재건 협약(1987년), 그리고 다양한 미시적 사회협약 등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부분은 공공재적 성격과 단일하고 대표성
있는 공급자 조직들, 단일한 보험자와 안정적인 정부의 존재, 어느정도 단일화돼 있는 소비자(소비자의 대표성 있는 조직의 부재가 한계이기는 하지만)라는 좋은 협약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보건의료계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정부, 공급자, 소비자 등 보건의료계가 어떻게 대화하고 타협하고 합의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이론에 따르면 '언어 행위의 목적'은 합리적으로 대화하는 주체들이 서로 합의에 이르는데 있다고 한다.

언어 행위가 상호 이해에 이르기 위해서는 각자의 타당성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하버마스는 ▲이해 가능성의 요구(나머지 세가지 타당성 요구의 전제) ▲진리성의 요구(객관적 세계에 상응) ▲적합성의 요구(사회적 세계에 상응) ▲진실성의 요구(주관적 세계에 상응) 4가지의 타당성 요구를 제시했다.

이런 4가지 타당성 요구에 따라 특정 주제에 대한 합의를 지향해 가는 과정에 각 사안에 대한 중요한 고려점이 있는데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구분이다.

'사회적인 것'은 해당 전문가가 있는 경우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실험, 검증, 논문의 인용, 논증 등의 방법으로 전문적 판단을 구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치적인 것'은 공적인 담론의 장에서 말과 설득을 통해 정치적으로 합의해야 하는 부분으로 여기서는 상식과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보건의료 분야의 사회 협약이나 합의를 위해서는 우선 사안이 가지는 전문적인 성격과 정치적인 성격을 구분하고 합당한 인적 구성에 의해 합의를 지향해야 한다.

의료제도의 경우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각 단체의 전문가들이 일정한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합의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대표들끼리 정치적인 합의를 할 수도 있다.

이번 의료법 재개정처럼 전문적인 내용이 법과 보건의료로 섞여 있고 정치적인 판단까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경우 협상 과정에서 각각의 실무대표가 고문 변호사나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대동하고 적절한 조언을 받으면서 합의해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도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서는 하버마스의 4가지 타당성 요구와 아렌트의 전문적인 판단과 정치적인 판단의 구분을 활용하고 타국의 다양한 사회협약에 대한 사례를 참고하여 보건의료의 큰 그림부터 세부 항목에 이르기까지 우리 실정에 맞는 보건의료협약을 만들어가야 한다.

전민용(대한치과의사협회 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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