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식약처가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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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식약처가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방해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8.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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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넷, 오늘(31일) 인권위에 진정서 제출…정부 책임방기로 인한 건강권‧평등권 침해 진상규명 촉구도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은 오늘(3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은 오늘(3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이하 모임넷)은 오늘(3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처장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을 재차 촉구했다.

모임넷은 진정서 제출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임신중지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등 국가의 의무 방기를 지적했다.

이들은 낙태죄 폐지의 의미와 그에 따른 후속조치는 임산부가 인심과 출산여부를 전인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사회와 제도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산부인과학회(FIGO)는 합법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지는 여성 건강과 인권 보장을 위한 수단이며, 필수의료서비스로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셰어 나영 활동가는 “낙태죄 효력이 상실된 지 3년여가 돼가도록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질적인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아 여성의 자기결정권, 평등권, 건강권, 행복추구권을 계속 침해하고 있다”며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의 건보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지연은 특히 권리침해를 야기하는 시급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병원이 모자보건법 상의 허용사유를 이유로 진료와 서비스 제공을 제한, 거부하거나 이를 빌미로 진료비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복지부와 식약처가 계속해서 책임을 방기하는 동안 여전히 임신중지를 고민하고 시행하는 이들이 차별, 건강권과 평등권 침해를 겪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나영 활동가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 해당하는 경우 외의 임신중지는 건강보험 보장이 적용되지 않는데, 해당 법은 그 자체로 우생학적 이유에 근거하고 법적실효가 만료된 형법 조항에 따른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등 매우 제한적”이라며 “양질의 안전한 임신중지는 시기뿐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주기에서 성‧재생산 건강을 관리와 전신 건강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바 이를 방관하는 것은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남성의 여성형 유방 수술은 건보적용이 되는 반면, 양질의 시술과 사후 관리가 건강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는 임신중지는 건보적용이 안되는 것은 평등권 침해에도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혈족 또는 친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 지속이 모체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한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이동근 활동가는 지난 2021년 식약처가 이미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에서 허가돼 30년 이상 사용된 유산유도제품을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불허한 건을 지적했다.

그는 “2022년 국정감사에서 국무총리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국정감사 컨닝페이퍼에 ‘유산유도제는 안정적 법체계 하에서 허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답변이 기술돼 있었다”면서 “낙태죄 대체 입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유산유도제는 안된다는 내용”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이 활동가는 “약물은 임신 초기 임신중지를 시행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고, 임신중기에 수술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약물만 안된다고 하는 건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많은 여성들에 대한 건강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많은 시민과 보건의료인들이 유산유도제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신속하게 도입하라는 진정서를 식약처에 제출했으나, 식약처는 이해당사자간 합의 선행을 이유로 거절했다”며 “정부는 단 한 번도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진정서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복지부와 식약처의 만행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혀주길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은 오늘(3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인권위에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은 오늘(3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인권위에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시민건강연구소 김성이 활동가는 급여결정의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가 입법공백을 핑계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신중지에 대한 건보적용은 단지 경제적 비용 부담 경감 차원뿐 아니라 나머지 임신중지 서비스 접근성, 수용성, 질을 이미 국민들이 이용하는 여타 보건의료서비스 수준으로 크게 개선시키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는 2018년 신설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2항, ‘보건복지부장관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등을 고려해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복지부 장관은 이 책임을 내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김성이 활동가는 “안전한 임신중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은 일부 산부인과 병의원들이 필수의료서비스를 알권리 차원의 정보제공이 아닌 상업적으로 구매하도록 홍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며 “청소년이나 장애여성, 이주여성 등 임신 관련 서비스 접근이 어렵고 비용부담이 큰 취약집단의 위험부담이 온전히 임신여성에게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지체없이 법령에 따른 급여대상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조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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