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전태일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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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전태일의료센터!”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9.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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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일)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 출범식…‘전태일 벽돌 기금’ 조성 캠페인 시작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위원회 출범식이 오늘(20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개최됐다.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위원회 출범식이 오늘(20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2022년 OECD 기준으로 저임금근로자비율이 16.9%로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며, 근로시간 역시 1,904시간으로 1,822시간인 미국 보다 길다. 아울러 2022년 OECD 기준으로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은 28.3%로 회원국 평균인 11.8%의 두배를 넘는 등 불안정 고용 역시 만연하다.

이에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여공들과 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자신을 불태웠던 그 정신을 이어받아,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전태일’들이 안심하고 진료받고 건강하게 일할권리를 지원하기 위한 전문 병원의 필요성에 공감한 사람들이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에 뜻을 모았다.

원진직업볍관리재단 양길승 이사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이사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 녹색연합 윤정숙 공동대표,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송경용 이사장, 원진산업재해자협회 황동환 이사장, 그리고 녹색병원이 공동제안자가 돼 지난 5월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위원회(이하 건립위) 준비위원회를 발족, 여기에 사회 각계 인사들이 대표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건립위는 오늘(20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출범식을 개최하고, 전태일 의료센터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한 걸음을 냈다.

녹색병원 원장이자 건립위 임상혁 운영위원장은 “전태일 의료센터는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이 아닌 노동자와 국민이 함께 설립하고 운영하는 병원으로, 사회제도가 외면하는 노동자 건강문제를 사회적 연대를 통해 우리 스스로 챙기며 견인해 나가자는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이라며 “일하다 병들고 다쳐 실직한 노동자들이 치료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건강한 몸으로 일터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출범식은 타투이스트 김도윤(도이)와 환경운동가 고금숙(금자) 씨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소선 합창단’의 여는 공연 ▲‘우리가 바라는 병원’에 대한 각계 발언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준비 보고 ▲가수 하림과 무용가 권바라의 축하공연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을 시작합시다’ 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지난 2011년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故이소선 여사의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열린 노동자대합창을 계기로 결성된 노동자합창단인 ‘이소선 합창단’은 전태일 추모가, 산디니스타의 노래 등을 열창하며 장내 분위기를 돋우었다.

이소선합창단의 축하공연
이소선합창단의 축하공연

“전태일 의료센터는 사람이다”

이어 ‘우리가 바라는 병원’ 각계 발언에서는 녹색병원 한지원 간호사가 나와 지난 2006년부터 녹색병원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나누며 “녹색병원은 환자를 차별하지 않고, 돈 없는 환자를 거부하지 않는 병원으로서 이번에 전태일 의료센터를 건립한다고 했을 때 내 어깨가 으쓱해졌다”며 “노동자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뿐 아니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야한다. 전태일 의료센터가 모두가 꿈꾸는 건강한 세상의 첫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마루시공 노동자인 전재철 씨는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그 수술비 뿐만 아니라 회복과 그 과정에 드는 경제적 문제까지 신경이 쓰였는데, 마루지부 지부장의 소개로 녹색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산재처리 기간 동안 의료비 지원을 받았고 수술하지 않고 보전치료를 하며 일상을 회복했다”며 “전국의 건설 현장에는 먹고 살기 위해 제대로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진통제 하나로 버티면서 일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이 도와달라고 손 내밀면 잡아주는 노동자를 위한 전문병원이 전국에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권옹호 황인준 활동가는 “건강 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지만, 장애인이자 노동자로 살면 건강관리 말고도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 건강은 뒷전이 된다”며 “장애인은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택도 없는 임금을 받고, 병들어도 제대로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는 게 현실인데, 전태일 의료센터는 장애인 노동자가 쉽게 갈 수 없는 계단 같은 병원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경사로 같은 병원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태선 안전관리전문가, 특수교육지도사 박미경 씨, 장애인권옹호 황인준 활동가, 마루시공 노동자 전재철 씨, 녹색병원 한지원 간호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태선 안전관리전문가, 특수교육지도사 박미경 씨, 장애인권옹호 황인준 활동가, 마루시공 노동자 전재철 씨, 녹색병원 한지원 간호사

비정규직 특수교육지도사인 박미경 씨는 ‘의료취약 노동자 건강지원 사업’을 통해 녹색병원에서 치료받은 경험을 언급하면서 “척추 관련 전문병원을 다니면서 시술 등을 받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재발을 반복하던 중에 녹색병원 사업을 알게 됐다”며 “녹색병원은 청년 시절 원진레이온 사태 해결을 주도적으로 한 곳으로 알고 있어서 동앗줄을 만난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내 집처럼, 가족처럼 편안하게 대해 주시는 의료진과 녹색병원 가족들 덕에 심신의 회복뿐 아니라 현장 복귀 희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태일 열사가 ‘대학생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전태일 의료센터가 바로 노동자들에게 전태일 열사가 간절히 바랬던 그 ‘대학생 친구 하나’가 되어 줬으면 한다”며 “전태일 의료센터로 거듭나기 위한 발걸음을 지지한다”고 힘을 보탰다.

안전관리전문가 강태선 씨는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자신의 몸을 태우고 나서 7년 뒤인 1977년 노동과학연구소가 공무원직제로 공식 출범했으나, 1989년 사라졌다. 그 엄청난 공백을 우리는 모르고 살았다”며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원진레이온 피해자들이 만들었고, 국가가 제대로 하지 못한 산업 안전 보건, 환경 영역의 연구를 해 왔고 앞으로도 전태일 의료센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태일 의료센터에 작은 벽돌 한 장을…

임상혁 운영위원장에 따르면, ‘전태일 의료센터’는 서울 면목동에 위치한 녹색병원의 본관 옆 주차장에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신축되며 2024년 착공 예정이다. 의료사각지대 노동자가 제때, 제대로 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를 설계하는 한편 뇌심혈관센터, 응급의료센터, 근골격계질환센터 등 전문센터를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전태일 의료센터’는 ‘나눔‧연대‧실천’이라는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병원 이름을 지었다. 건립위는 전태일 의료센터는 영세·비정규·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등 의료취약 노동자의 노동인권 및 건강을 지원하고, 약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도 너나할 것 없이 드나들고 모두가 주체가 되는, 노동자와 국민이 운영하는 사회연대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캠페인, ‘전태일 벽돌 기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태일 벽돌 기금’ 조성을 위해 기부금 1구좌당 ▲개인 10만원 ▲단체기관 100만원을 납부하면 전태일의료센터 추진위원이 되며, 건물 완공 후 센터 내 ‘기부자의 벽’에 이름이 새겨진다. 

(왼쪽) 임상혁 운영위원장, 윤정숙 운영위원장
(왼쪽) 임상혁 운영위원장, 윤정숙 운영위원장

임상혁 운영위원은 “의료취약 노동자들이 치료받고 회복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 서비스와 전문상담, 산재보험 미적용 노동자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관리와 의료지원을 하는 전문 의료센터로 만들 것”이라며 “국민이 참여하고 운영하는, 사회연대병원이자 노동자 병원, 공익형 민간의료기관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사회 운동을 통해 기금 50억 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독려했다. 

녹색연합 공동대표이자 건립위 윤정숙 운영위원도 “2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연령의 노동자들이 떨어지고 깨져도, 다치거나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의심하고 아픈 몸을 부끄러워하고 비참해 하는 시대에 전태일 의료센터는 우리가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며 “한 사람의 시민, 활동가로서 전태일 의료센터를 통해 어깨를 부딪히며 눈을 맞추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회복하길 바라며, 끝까지 함께하겠다. 여러분도 함께해 달라”고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도 “우리 공동체가 사회의 아픔을 보듬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그것을 키워주는 시작점이 전태일 의료센터가 됐으면 한다”며 “많은 분들이 희망을 나누고 함께했으면 한다. 나도 응원하고 함께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이외에도 가수 하림의 ‘열대야’라는 곡에 맞춰 권바라 안무가가 춤을 선보였으며, 하림 씨는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위로’ 등을 부르며 출범식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녹였다.

한편, 후원 문의는 유선전화(02-490-2002)이며 후원계좌는 기업은행 014-065306-01-265이다. 

건립위원들이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을 기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건립위원들이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을 기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건립위 출범식에 참여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전민용 전 공동대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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