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가는잎향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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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가는잎향유
  • 유은경
  • 승인 2023.10.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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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백 일곱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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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으로 물들은 산 바위 위에 꽃들이 어느 해보다 풍성한 잔치를 벌였다. 이 잔치에 참여하려 발목이 올라오는 중등산화를 꺼내 신었다. 어찌 그 험하고도 아뜩한 절벽에 자리를 잡은 것일까? 이 가을의 여인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시간뿐아니라 용기도 필요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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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잎향유’는 꿀풀과(科) 향유속(屬) 꽃 중에 감히 가장 아름답다고 애기하련다. 험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어드밴티지로 작용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충청북도와 경상북도 경계, 그 사이 높은 산 바위에 살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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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와 꽃향유는 가까운 산자락에서 만날 수 있고 ‘변산향유’는 변산 바닷가에 가야 만난다. ‘애기향유’는 모래땅에 살고 있고 ‘한라꽃향유’는 제주 오름에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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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는 꿀풀과 답게 네모지고 척박한 환경에 맞추느라 그랬는지 잎은 가느다란 솔잎을 닮았다. 보랏빛 품은 짙은 분홍꽃은 우르르 몰려서 핀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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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은 또 얼마나 은은하고 향기로운지 모여드는 곤충들이 한가득이다. 꽃등에, 벌, 나비, 박각시나방들이 가까이 다가가는 인간들과 상관없이 향과 꿀 속에서 망중한 그 자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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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다니던 때 바위를 보면 가슴이 뛰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떼와 다른 점은 예전에는 바위를 보면 오르려 달려들었고 지금은 바라만본다는 것이다. 심장은 꽃을 봐도 뛴다. 그러니 바위에 무리를 지어 피는 가는잎향유는 나를 얼마나 요동치게 하겠는가?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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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없이 절박한 곳에서 뿌리의 수고가 그 터전을 비웃듯 매혹적인 빛깔로 터졌다. 그 속에서 부대낌은 얼마나 깊었을까? 있는 듯 없는 듯 최소한의 존재로 흔들리는 가느다란 이파리의 우아한 몸짓은 또 어떠한가?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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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명의 수고로움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 묵묵하고 치열함을 알아주고 싶었다. 한없이 이쁘지만 이쁘게만 찍을 수 없었다. 사진이 평소보다 유난히 거친 이유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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