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wonderfu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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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wonderful world!
  • 김기현
  • 승인 2007.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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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 베트남 진료단 참가 후기-②]

 

 

▲ 전쟁박물관 입구
사이공의 대통령궁을 뒤로하고 미군트럭들이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줄지어 달려온다.

이어서 베트남의 한가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물가에서 멱감는 아이, 논에서 일하는 아낙들.
그리고 다시 미군의 헬기가 비춰지고, 한가롭던 베트남의 어느 마을에 네이팜탄이 연이어 떨어진다.
파괴되고 불살라지는 집들. 우는 아이들. 피묻은 슬리퍼.
겁먹은 베트남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이 지나간다.
반미반전 시위를 하는 사이공의 젊은이들은 거리에서 짓밟히고 연행된다.
루이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가 오버랩되면서....

학창시절 반전평화와 관련된 행사를 준비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 중 하나로 반전영화제를 하기로 했고, 영화를 준비해야 했다.

당시 내가 추천한 영화가 헐리우드 반전영화 '굿모닝베트남'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로빈 윌리암스가 '구우우욷 모오닝 비엣남'하면서 시작되는 바로 그 영화.
내용보다는 'What a wonderful world'가 흐르면서 스쳐가는 위의 장면이 더 기억되는 영화.
반전영화의 수작으로 손꼽히나, 이데올로기나 구성에 있어서는 어차피 미국적 감성으로 만들어진 영화.

결국 간택받진 못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추천되었던 영화가 모두 베트남 전쟁과 관련이 있었던 것 같다.
'디어헌터' '지옥의 묵시록' '플래툰' '하얀전쟁' 그리고 '굿모닝베트남"등등.....
반전영화는 곧 베트남전쟁 그 자체였다.
가장 지독한 전쟁의 자연스런 결과물이라고나 할까?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오른다. 길거리에 오토바이가 너무나 많다. 버스 앞자리에 앉아서 속도계기판을 본다. 내가 본 최고속도가 시속 40킬로미터 정도이니, 정말(징허게도) 많다. 전쟁박물관으로 향하는 버스는 그렇게 느긋하게 가고 있었다.

▲ 전쟁박물관에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후덥지근함이 몰려온다. 수많은 오토바이 사이를 지나 그곳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며 반가워한다. 베트남 오기 전 수없이 들었던 이름. 처음 본 그녀의 모습은 내 예상을 빗겨갔다. 역시 사람의 모습은 듣던 것으로 상상하면 안된다. 잘해봐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상상했던 대로면 본전, 그게 아니면 손해(?)일수 있으니까.

전쟁박물관으로 들어선다. 처음, 베트남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린다. 떨리는 목소리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내 그녀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600초.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동안 베트남 전쟁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지나친 자만일까? 그녀의 열정적인 설명은 계속되고 있었고, 나의 마음은 계속 아팠다. 중간에 도저히 들을 수 없어, 괜시리 물 산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한번 한다.

상처를 준 사람은 쉽게 잊는데, 상처받은 사람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고...그래서 그게 한이 된다고... 아내가 나한테 하는 이야기다. 잘하라고 하는 이야기인데, 항상 가슴이 뜨금하다.

무엇이 그녀를 여기에 오게 했을까? 일주일내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상처를 줘서 미안하니까, 그래야 맘이 편해지니까?, 어찌됐든 이유가 있을 터인데, 직접 듣고 싶진 않았다. 생각만 할때가 더 편할 때, 행복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

호치민시(사이공)의 거리는 그 자체가 역사라고 한다. 역사속의 위대한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거리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걸 통해 역사의 교훈을 배운다고 했다.

우엔 반 쪼이로(路), 역시 우엔 반 쪼이라는 사람을 기리기 위한 거리이다. 전쟁 당시 미 국방장관이었던 맥나마라의 사이공 방문시 암살을 기도했다가 잡혀 처형당한 베트남 전사의 거리이다.

전쟁박물관 마지막에 들렀던 조그만 방. 거기에 그의 마지막 사진이 걸려있다.
그녀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 방에 들른 것은 저 사람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기 위해서라고. 그러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떨린다.

이번엔 아주 심하게 떨린다.
그가 처형당하기전 마지막으로 한 말을 되새기면서.

'안대를 풀어라, 나는 우리조국의 푸르디 푸른 하늘을 보고싶다.'
'호치민 만세'
'베트남 만세'.
처형장으로 가면서 했던 그의 마지막 그 말을 되새기면서....

그를 뒤로 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가 않다. 그가 보고싶어했던 베트남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 여기도 우리 조국의 하늘처럼 푸르르구나!'
'18년전 앳된 청년의 심장에 방망이질을 해댔던... 그대로구나!'

김기현(건치 광주전남지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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