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 모두 행복한 의료개혁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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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환자 모두 행복한 의료개혁 할 것”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4.01.29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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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 출마…부경 인의협 정운용 대표

부산‧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정운용 대표가 제42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에 도전한다. 

의사 중심의 시민사회단체인 인의협에서 의협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건 정운용 대표가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인의협은 의협과 반대로 의약분업에 찬성하면서, 의협과 갈등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의사 사회에서 인의협의 발언권은 줄어들었지만, 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탄생한 단체로서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민영화 저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성소수자 인권문제, 산재‧해고노동자 문제, 최근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 반대까지, 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여해 오고 있다.

그래서 정운용 대표의 도전은 별난 일이다. 특히 인의협이라는 소속과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나선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본지는 정운용 대표를 만나 그의 특별한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참고로 정 대표는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을 1992년 졸업하고 부산 백병원에서 외과 수련을 받고 2000년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지난 2022년까지 큐병원 공동원장을 지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부산 노숙인진료소 소장을, 2006년부터는 부경 인의협 대표를, 2009년부터는 의료민영화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를, 2023년에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반대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등, 인의협 회원으로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오고 있다.

- 편집자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부산·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운용 대표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부산·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운용 대표

정운용 대표가 의협 회장에 출마한 이유는 지금까지 인의협으로 대변되는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의료개혁’을 위해서다.

그는 “인의협은 의약분업 이후 의사 사회 안에서 발언권이 극히 제한됐고,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로성 역할만 해 온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 상황은 필수의료, 공공의료, 지방의료가 위기에 직면했고, 전면적으로 의료체계를 개편해야 하는 시기가 됐기 때문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표는 “행위별 수가제, 1차의료기관부터 3차의료기관까지 경쟁하는 구조, 민영보험이 진료 내용을 쥐고 흔드는 것 등 우리나라 의료와 의료체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꿔야 할 때”라며 “의사도 시민의 일부로서 이 문제에 개입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데, 이제까지 의협은 전문가 단체 보다는 의사 권익단체 성격이 너무 강해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몇 년 간 의협의 행보는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의대증원을 반대하며 전공의들과 의사들이 파업에 나서는 등 강경 대응한 반면, 현재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에 대해서는 미지근하게 반응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의료인면허 취소법 관련해서도 국민들로부터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실정.

정운용 후보는 “국가의 중요 정책은 결국 국민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의협이 이익집단 성격이 너무 강하다 보니, 특정 사안에 대해 국민 여론과 의사들의 생각의 간극이 큰데, 그 원인이 뭔지, 맥락을 잘 찾아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의협은 그 지점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술실 CCTV 문제나 면허 취소법 관련해서도 우리(의사)의 논리만 옳다는 식의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의사 역시도 사회 구성원임을 제대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처신해야 한다”며 “의협이 민주적인 전문가 단체가 되지 못하면 국민이 의협을, 그렇게 만들어진 의료체계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일본이나 미국의 의사협회는 매년 오진율 통계를 발표하는데, 이는 국민에 대한 신뢰와 국민에 의한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오진율을 공개한다는 게 자살행위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다는 뜻이고, 합병증과 오진이 개별 의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일정 퍼센티지로 발생하는 것은 불가항력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줄여나갈지 함께 고민하자는 뜻이기도 하다”고 전문가 단체로서의 이상을 밝혔다.

“현재 의료체계에선 환자‧의사 모두 불행”

이러한 전문가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정 대표는 민주적 토론을 통한 의협 내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협을 지탱해 오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해 왔음에도, 회비를 납부하는 의사들은 60% 밖에 안되는 등 회원들이 무관심하다. 특히 젊은 의사들은 역할이 너무 적고, 적극적이지도 않다”면서 “의사 사회 내에서도 상대적인 차별을 받는, 진보적이라거나 소수 의견을 가진 이들이나, 여성 의사들 등 의협의 빈 구멍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 대표는 “의사라면 국민들에게 사랑받지는 못해도 최소한 존중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소송 걱정 없이 의사 일을 하고 싶을 것”이라며 “너무 이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말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의료체계로는 의사권익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도 제대로 지킬 수 없고 지금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므로, 의료체계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의협에서는 의협 회장 후보를 내서 의료개혁을 하고 비슷한 뜻을 가진 의사들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논의가 5년 이상 됐다”며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만난 의사들은 그들의 이념적 지향과 상관없이 현 의료체계는 지속성이 낮다는 데 동의하고 있었다“고 짚었다.

“의약분업서 인의협 역할, 과대 평가돼”

인의협은 지금까지 한 발 앞서서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사회의 변화와 발전 방향과 어떻게 맞출지 고민해 왔다. 의약분업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 

정운용 대표
정운용 대표

정운용 대표는 “의약분업을 하면 사실 사회적 비용도 들고 더 불편한 점도 있었고, 그 과정과 결과에서 인의협을 의사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단체라고 비난을 받았다”면서도 “의약분업은 스테로이드나 항생제의 오남용을 줄이는 결정적 역할을 했고. 지금도 예상한대로 그 지점에서 잘 작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의약분업 전에는 약사들이 1차 의료를 담당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의원이 하게 됐다. 말하자면 약사들의 파이를 가져온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굳이 손해 본 부분이 있다면 전 보다 의사와 환자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화했고, 이를 제도적으로 공고히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인의협이 한 일이 과도하게 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의약분업 시행을 위해 소수의 인의협 회원이 일정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고, 이에 저항하는 의사집단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결국 국가 의료정책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결정하는 것이고, 결과도 긍정적이었고, 사회와 의료체계 발전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단언했다.

“불가피한 변화,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의대 증원’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 대표는 그는 “공공의료, 필수의료, 지방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큰 틀에서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의대증원도 필요하다”며 “고령화와 저출생, 지방이 소멸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지방에 사는 사람이 있고 충분치 못해도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공공병원, 공공의원, 공공 폴리클리닉을 세워야 한다고. 더불어 1차의료와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등록제에 기반한 ‘주치의제도’ 도입과 수가체계 개편. 실손보험 규제 강화, 비대면 진료 금지 등을 공약을 내걸었다.

또한 ‘의대 증원’은 의사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특히 3차 병원은 전공의를 갈아 넣어 돌아가는 구조였는데, 이를 철폐한 것이 ‘전공의 특별법’이었다. 이는 변화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라며 “의료인의 적정 근무시간이 의료의 질을 높이고, 필수과를 비롯해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의대 증원’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의사들의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받는 불이익은 사회구조적으로 이를 보장하지 못하기 떄문이고,  그 원인도 일단은 의사가 부족해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의대증원에 대해 숫자만 나왔지, 목표가 없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설득하고 시행해도 실패할 수 있는 게 정책인데 지극히 영리화된 우리나라 의료체계 안에서 목적이 불분명하면 난맥상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서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서 제대로 된 계획도 없고 발표하지도 않는 정부와, 이를 무산시키거나 증원 숫자를 줄이는 데만 관심이 있는 의협의 대응도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정 대표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학생 시절부터 ‘돈이 없어도 치료는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최선을 다해 지금까지 왔고, 이것이 의사의 사회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자신의 건강을 손상시켜 가면서, 생명을 담보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을 당장에 구제할 순 없어도 의사로서 이들의 생명과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정 대표는 “그때도 지금도 의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 가능성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며 “젊은 의사들이 가진 가능성에 기대와 믿음을 품고 열심히 선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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