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와 비폭력을 노래한 ‘바에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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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와 비폭력을 노래한 ‘바에즈’
  • 송필경
  • 승인 2024.02.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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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송필경 논설위원

대중음악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소프라노 못지 않은 높은 음역의 화사한 음정을 뽐낸 매혹적인 가수는 더러더러 있었다. 하지만 세계 대중음악사에서 평생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과 가치를 아름답게 노래한 가수는 존 바에즈(Joan Baez; 1941〜)말고는 없었다.

존 바에즈가 아름답게 노래한 정치적 신념과 가치는 ‘평화와 인권’이었다.

“나는 음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음악에서 그렇듯 전쟁터에서도 생명의 편을 들지 않는다면 그 모든 소리가 아름답다 해도 소용없죠.

이 시대가 던지는 가장 중요하고도 현실적인 물음, 즉 어떻게 하면 인류가 서로 죽이는 일을 막을 수 있으며 그러한 살육을 막기 위해 내가 평생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될 거예요.

내가 세상에 나서서 무언가를 하길 원한다면 그건 바로 내 선택입니다.”

1962년 『타임』지는 표지 인물로 존 바에즈를 다루면서 ‘신인 포크가수 가운데 가장 재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연예 기획자가 거액을 제시하며 존 바에즈에게 계약을 맺자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포크음악은 의식과 관계있어요. 누군가 포크음악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면 그 음악은 포크음악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한 방송사 덕분에 오랜 무명에서 벗어나 단번에 스타로 떠오른 가수가 있다. 전태일기념관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 음악회에 출연을 부탁했다. 그의 기획사는 단숨에 거절했다.

거절한 가수 측에 섭섭하기보다 느닷없이 재능기부를 요구한 우리가 매우 부끄러웠다. 오랜 세월 끼니 걱정을 할 때는 모르는 척했다가 이제야 도움을 내미는 우리 손이 말이다.

지금껏 미국은 자국 안에서는 인종차별을, 지구촌 곳곳에서는 끊임없이 분쟁을 부추기고 심지어는 전쟁을 직접 일으키기도 했다.

존 바에즈는 조국인 미국이 저지르는 무지막지한 폭력에 단호히 저항했다. 존 바에즈가 노래운동을 시작한 1960년대 미국은 아시아의 가련한 농업국가 베트남에 인류역사상 최대 폭력을 행사했다.

수많은 마을에서 노인과 어린이가 살해되고 부녀자는 겁탈과 동시에 죽임을 당했다. 바로 그때, 워싱턴 광장에서 존 바에즈는 밥 딜런, 피터 시거 같은 대중가수들과 함께 반전의 메아리를 장엄하게 울렸다.

그리하여 베트남 반전운동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개댔으며 국제연대로 발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미국 정부로 하여금 폭격중지, 평화교섭 개시, 미군 철수, 전쟁중단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존 바에즈(사진제공= 송필경)
존 바에즈(사진제공= 송필경)

존 바에즈와 같은 양심적인 음악가들은 미국이 신봉하는 힘의 논리를 무너뜨려 미국 우익 제국주의자들의 오만함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의미 있는 노래를 부르려는 가수라면 자신의 삶이 그것을 뒷받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존 바에즈는 이렇게 말했고, 또 그렇게 살았다. 하나님께 받은 노래재능을 평생 인권존중과 국제평화를 위해 사용했다.

이 가냘픈 가수의 노래는 비폭력운동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지금까지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 포탄이 머리 위를 스치는 수많은 분쟁지역을 찾아 평화의 전도사 역할에 손 놓은 적이 없었다.

존 바에즈의 유튜브를 보니 나이 80에도 세기적 투사답지 않게 곱고 품위가 있다. 그 비결은 존 바에즈의 아들 말에 있는 것 같다.

“자기의 신념과 철학, 인간의 권리에 대한 강한 열정이 어머니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일에 진지하면서도 웃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존 바에즈 자신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세상에 대해 윤리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그 입장이 아주 분명해요.”

제국주의 미국은 인류 여느 제국처럼 다른 나라에 지금도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 미국에 하워드 진(Howard Zinn; 1922〜2010), 놈 촘스키( Noam Chomsky; 1928〜)같은 인류의 양심이라 부를 지성인이 있다는 게 무척 부럽다.

또한 대중음악인으로써 최고 지성의 반열에 오른 존 바에즈의 존재는 부러움을 넘어 경탄하게 한다.

‘어린’ ‘여성’ ‘노동자’들에게 연민을 보내고 또 그들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일기와 수기를 비롯한 다양한 글을 남긴 전태일 정신의 수준은 세계 최고의 지성과 견주어도 한 치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존 바에즈 같은 대중 연예인이 전태일 정신을 뒷받침한다면 우리 사회의 지성은 더욱 풍요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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