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자 재산세] 재산세감면 '지역이기주의'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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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자 재산세] 재산세감면 '지역이기주의' 발로
  • 편집국
  • 승인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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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율 감산조례안 파동과 공평한 세금

지난 5월 강남구 등 서울시 5개구의 재산세율 감산조례안 통과에 이어 최근 들어와 양천구를 비롯하여 서울의 일부 기초자치단체, 그리고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에서 재산세를 소급감면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의 사태는 이미 정해진 세율에 따라 납세고지서가 발부된 상황에서 이를 다시 소급해서 감면해 주고자 한다는 점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사태라 하겠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인가?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물론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것이고, 이는 급격한 재산세 상승으로 인한 심리적 저항이 그 원인일 것이다. 작년에 시가를 반영하지 못한 재산세 과표 체계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지역간 조세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일부 지역의 세액 증액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이는 정부가 과거 재산세 과표 체계를 잘못 만들어놓은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세액 증액이 예상된다고 하여 지역간 조세불공평성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나타난 잘못된 제도 현실에서 조세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방법은 동일한 가격대의 주택을 보유한 자 중 재산세를 더 많이 내고 있는 보유자의 재산세를 낮추거나 또는 더 적게 내고 있는 보유자의 재산세를 높이는 방법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 경우에 어떻게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지역주민의 이익만 생각, '응능부담' '수평적형평성' 원칙훼손 정당한가

세금 문제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도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누가 자기 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내라는 것에 기꺼이 찬동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세금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근간이 되는 재원이다. 누군가는 납부하여야 한다. 만약 누군가 납부하지 않으면 다른 성실한 납세자가 이를 채워 넣어야 한다. 세금의 이런 성질로 인해 누가 얼마만큼의 세금을 낼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는 조세정책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다.

누구에게 얼마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조세정책에 관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사람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고 받아들인 원칙이 몇 가지 있다. 능력있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납부하는 것이 보다 정의롭다는 응능부담의 원칙과 동일한 자산 또는 소득을 가진 사람은 동일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는 수평적 형평성의 원칙이 그것이다. 자기 지역 주민만의 이익을 생각하면서 위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차분하게 현실을 살펴보자. 현재 일부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는 원인인 재산세액의 급격함은 상대적 비율의 급격함일 뿐 절대 세액의 급격한 증액은 아니다. 감산 조례를 통과시킨 구에 소재하는 33평 아파트를 살펴보면 시가가 5억 7천만원인데 재산세액이 작년 7만 3천원에서 올해 20만원으로 증액되었다. 상대적 비율은 급격하다고 할 수 있으나, 자산 가치 대비 세액 부담률은 다른 세목과 비교하여 높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더욱 중요한 사실은 지방의 다른 주택 보유자들보다 재산세를 더 내도록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 소재 비슷한 시가의 주택 보유자들은 오래 전부터 그 액수만큼의 재산세액을 부담해 왔다. 결국 상대적 비율이 급격히 증액된 지역의 주택 보유자들은 과거에 다른 지역의 주택 보유자들보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누려온 것이다. 그런 조세불공평성을 정상적으로 바로 잡고자 하는 노력의 출발이 바로 재산세 개편이었다.

상대적 박탈감은 이해...그래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청

물론 그렇다고 하여 재산세액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특히 그 반발이 강남 지역 일부 자치단체의 세율인하가 더해져, 강북지역이나 수도권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에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요청하는 것이다.

조세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보다 큰 사회적 합리성을 외면한 채 지역이기주의의 잘못된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지역이기주의라는 잘못된 모습을 보이는 지역의 행태를 강하게 질타하는 것이 정당한 태도이다. 분명 현재의 재산세 감산조례안의 통과는 조세형평성이라는 사회적 합리성을 외면한 지역이기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재산세 파동은 이상하게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다. 그것도 부자 동네라고 하는 곳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왜 지방에서는 이런 반발이 없는 것일까. 그들의 세금인상폭이 적어서일까. 그럼 그들은 세금을 부자 동네 사람들보다 덜 내고 있는 것일까.

서울 강남과 지방 자치구 재산세 실증적으로 비교하자

참여연대는 이번 재산세 파동을 국민들이 보다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재산세 비교 캠페인을 실시하고자 한다. 현행 재산세 제도에서 서울 강남, 은평, 중랑구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 그리고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과연 얼마의 주택을 보유하면서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내고 있는지 실제로 한번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이런 비교는 과연 현행 재산세 제도가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우리들에게 보다 객관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비교를 통해 현재 발생한 재산세 파동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나아가 현행 재산세 제도의 문제점을 어떻게 고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이를 토대로 정당한 세금 제도를 우리가 만들어 갔으면 한다.

박용대 (변호사, 조세개혁센터 실행위원)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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