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간소화 "문제 있다"가 '우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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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간소화 "문제 있다"가 '우세승'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7.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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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찬성측도 일부 인정…소득세법 165조 쟁점 두고 설전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을 두고 찬반 양측이 설전을 벌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결과는 "문제 있다"가 우세승을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지난 4일 오후 3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연말정산 간소화 관련 소득세법 개정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연말정산 간소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정책토론회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안성모 회장을 비롯 의료계 인사 2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3시간에 걸쳐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먼저, 개회식에서는 정형근 의원의 인사말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최고의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인 정의화 의원의 축사가 진행됐으며, 이어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현진권 교수의 좌장으로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의 주제발표와 지정토론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소득공제제출자료 의무 부과 ▲자료집중지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지정 ▲타 전문직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으며, 찬반토론자간 설전이 이어졌다.

"오히려 복잡한 세법을 개정해라"

먼저 발제에 나선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국가가 행정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목적과 발상이 옳다고 정책수단이 모두 인정될 수는 없다"면서 "특히 2005년 12월 개정된 소득세법 165조는 '저기정보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
김선택 회장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4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연말정산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복잡한 세법의 개정', '원천징수의무자의 업무 개선' 등이 우선적인 정책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김 회장은 "결론적으로 자기정보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비근로자의 정보를 제외하고, 납세자의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수반해야 한다"면서 "과연 이러한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연말정산 간소화를 추진해야 하는지, 그로 인해 진정한 공익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공단 진료내역 제출은 왜 문제 안삼나?"

▲ 재경부 최영록 소득세과장


첫 번째 토론자로는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 최영록 과장이 나서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최영록 과장은 "입법과정에서 의료단체들과 수차례에 걸쳐 협의를 거쳤고, 선진국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목적도 소득파악이 아니라 납세자 편리제공"이라고 해명했다.

'개인정보 위헌 여부'와 관련 최 과장은 "이미 의료기관들은 환자동의 없이 공단에 진료내역을 제출하고 있다"면서 "이번 것이 위헌이면, 기존의 공단 제출도 위헌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 과장은 '자료집중기관 공단 선정'에 대해 "이미 많은 진료정보를 제출하고 있으니 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일축했으며, "환자 본인이 거부하는 경우 홈페이지에서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예외규정도 마련해 놨다"고 설명했다.

"평등권, 영업자유권 등 위헌소지 많다"

▲ 김승호 변호사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태평양법무법인 김승호 변호사는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의 문제점을 법률적으로 고찰하고 나섰다.

먼저,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은 "의료비의 수납일자와 수납금액 등을 통해 해당 환자의 병명과 치료기간 등이 쉽사리 유출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또한 "의료기관 등에게 중복하여 소득공제증빙서류를 제출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소득세법 165조는 소득공제 증빙서류를 발급하는 자 모두가 아니라 의료비 관련 서류만으로 의무 부과를 제한함으로써 '평등권'", "개인의 인격자체를 훼손시키는 것과 같이 본질적인 내용은 결코 침해할 수 없기 때문에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근로자와 총 의료비지출액 3% 미만 및 500만원 초과의 경우 소득공제 대상이 안돼 제출할 이유가 없는데도 제출토록 규정함으로써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증빙서류가 당초 수집목적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여부에 전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방법의 적정성 및 최소침해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2.3% 위해 전체 진료내역 제출은 비효율적"

▲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위원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위원은 '경영학적 측면'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임금자 위원은 "전체 근로자 1,100만 명 중 의료소득공제 대상 근로자는 12.3%인 1만5천여 명밖에 안된다"면서 "이 조그만 숫자를 위해 수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가며 전체 진료내역을 제출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의료기관에게 제3자의 납세 편의를 위해 과도한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때문에 폐지가 바람직하지만, 필요하다면, 최소한 해당사업자에게 보상이 제공되도록 보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 위원은 "어느 분야에서도 소비자의 대리기관에게 공급자가 모든 정보를 넘겨주는 일은 없다"면서 "국세청이 공단을 자료집중기관으로 지정한 것은 의료기관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간과했거나,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목적'과 관련 임 위원은 "재경부는 공청회 한번 열지 않다가 올 초 조세연구원에서 공청회를 딱 한번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전문직 세원투명성 제고'가 목적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면서 "그것까지 받아들이겠는데, 그럼 왜 전문직 중 타 직종은 빼고 의사만 제출하라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의료인들 이중적 태도는 문제"

▲ 참여연대 최영태 조세개혁센터장
네 번째 토론자로 나선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최영태 소장은 주로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 찬성 발언을 했다.

최영태 소장은 "작년 한차례 방안을 실시한 이후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의 납세자들이 '편의가 있었다'고 답했다"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 "이미 공단에 제출한 내용 중 소득공제에 필요한 사항만 가져오는 것인데, 몸통은 지적하지 않고, 마치 '진료내역 모든 것'을 제출하는 것처럼 떠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피력했다.

특히, 최 소장은 "제출할 자료는 일자와 병원명, 금액 뿐"이라면서 "영수증은 오히려 더 정보유출이 심한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 와서 정보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이중적"이라며 '의료집단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단국대 경영학부 심태섭 교수도 "겉으로는 정부의 '납세자에 대한 편의제공'과 의료계의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가 대립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납세투명성 대 현 체계 유지의 대립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소득에 상응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의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고, 세무당국도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납세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내역 짜장면 영수증 아니다"

▲ 의협 국광식 세무대책위원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대한의사협회 국광식 세무대책위원은 앞에서 문제점이 다 지적이 된 만큼 선행 토론자의 주장을 반박하는데 주로 토론시간을 할애했다.

먼저 최영태 토론자의 주장에 대해 "의료정보는 국가의 정보 등급 중 1등급에 해당한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짜장면 '영수증'과 같이 취급할 수가 있냐"고 비판했다.

또한 재경부 최영록 과장 주장에 대해 "공단 자료제출부터 문제삼으라는 식의 주장은 정말 꺼내지 말았어야 할 발언을 꺼낸 것"이라면서 "공단 정보 제출은 환자와의 계약이 동의가 전제된 것으로 법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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