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볼링 포 콜럼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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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볼링 포 콜럼바인
  • 서대선
  • 승인 2007.05.30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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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씨 총기사건을 통해본 미국의 총기실태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감독 : 마이클 무어 
개봉일 : 2002,캐나다,미국,독일
 



나는 돈주고 소프트웨어를 사는데 아직도 익숙치 않다. 아직도 프리웨어를 선호하고 꼭 필요하면 컴퓨터 날짜 고쳐가면서 30일 사용제한된 쉐어웨어를 쓰곤한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꼭 필요한 영화 아니면 아예 안보거나 곰TV에서 무료 방영할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 내가 핸드폰 결제 하면서 본 최초의 영화다.


이번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씨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미국사회의 총기사용에 대한 전후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네이버 영화관에 있는 이 영화의 줄거리에는 미국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의 내막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999년 4월 20일. 농부는 농장 일하고, 선생은 수업하고, 대통령은 전쟁놀이에 열중하던 별다를 것 없는 미국의 아침. 콜로라도의 소년 '에릭'과 '딜란'은 볼링을 하러갔다. 그런데 그날, 콜로라도 리틀톤의 콜럼바인 고교에서 끔찍한 총격사건이 벌어졌다. 평소 '트렌치코트 마피아'라고 자칭했던 에릭과 딜란이 900여발의 총알을 시원하게 날려 학생 12에 교사 한 명을 죽이고, 자기네들도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리하여 영화 제목은 [볼링 포 콜럼바인]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그들 두 고교생이 총기를 난사 한 날 아침에 볼링을 쳤다하여 영화제목을 이렇게 붙인 모양이다. 근데 이 제목에 미묘한 메타포어가 있다. 볼링공은 마치 총알같고, 볼링핀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볼링장에서 볼링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볼링공이 핀을 쓸어뜨려 스트라이크가 날 때의 소리에 열광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꼭 총소리와 비슷하다. "팡" 하는 소리에 직장인들 쌓였던 스트레스가 단번에 날아간다. 볼링공에 맞아 튀겨나가는 핀들의 모습은 흡사 슈류탄 폭발에 나가 떨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볼링이란 게임, 그 근원이 어떻게 되는지 한본 조사해 봐야겠다.


영화에서 미시간주 총기마니아들은 실제로 볼링핀을 표적대 위에 놓고 사격연습을 한다. 볼링핀은 아무래도 펭귄같은 인간을 닮았다. 이 영화 보고 나서 볼링을 즐겨치진 않지만 볼링이란 스포츠에 상당한 거부감이 든건 사실이다. 생각보다 공격적이고 생각보다 잔인한 게임이 볼링게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일찌기 "멍청한 백인들(Stupid White Man)"이란 책자로 만나본 적이 있다. 그의 첫 인상이라면 전형적인 미국인의 체형에 무식해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무대뽀로 밀어 부치는 뚝심이 있어서 과격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는 주도면밀하고 침착하며 매우 합리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마이클 무어는 일단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실천하고 본다. 그의 무기는 '카메라'와 '치밀한 논리'다.


쉽게 만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영화 벤허의 전설적인 주인공, 찰톤 헤스톤을 만나기위해 그는 어려서 부터 나고 자란 미시간주 총기협회 회원임을 헤스톤에게 증명해 보여준다. 무어감독은 총기소유로 유명한 미시간주에서 나고 자랐다. 미국내 보주주의자들로 부터 악명높은 자신을 이미 알고 있을 법한 미국총기협회(NRA) 회장인 찰톤 헤스톤이 그의 인터뷰 요청에 거절할만한 어떠한 명분도 내놓치 못하게 만드는 주도면밀한 사람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영화계의 대선배인 찰톤 헤스톤으로선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조리있게, 논리적으로 질문해 댄다. 마치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치고 심문하는 미국 법정 드라마의 정의로운 변호사같은 모습이다.


무어감독은 매우 미국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상당히 사회민주주의가 잘 발달한 유럽형 인간 같다. 상단히 비판적이면서 대안제시형이고, 미국내 시대의 모순을 정확하게 집어낸다.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그만의 다큐멘타리를 완성시켜나가는데 있어서 그가 동원하는 수법은 철저히 증거에 입각한 자료조사 부터다. 그의 다큐맨타리는 그냥 감동을 일으키는 자연 다큐멘타리가 아닌, 한편의 논문을 읽는 듯한 '사이언스', 바로 그것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무대뽀로 밀어부치는 과격성도 보여준다. 무어감독의 무대뽀 정신은 전반적인 어떤 사태에 필요한 지식을 완전히 이해하고 장악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의 책 제목,"멍청한 백인들"이라는 제목을 보라! 무어감독은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훌륭한 비판적 지식인 노름을 할 수 있는 병든 미국사회에서 위아래, 높낮이, 좌우를 따지지 않고 조소하고 조롱하고 분노한다.


다혈질적인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패스트푸드로 뒤범벅이 된 그의 육중한 체구가 분노로 인해 뇌출혈이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 영화에서 무어감독의 총기규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은 매우 섬세하고 실용적이다. 그는 다만, 문제해결의 작은 한 예만 카메라에 담는다. 그것만으로도 미국사회를 개조할 수 있는 거대담론에 대한 희망의 메세지을 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듯 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총기사고가 하나의 정신질환의 한 형태는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년 수 만명이 총기사고로 죽어 나가는 미국사회에서 총기사고는 '정신보건'의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1999년 콜롬바인 고교 총기 사고나 이번 버지니아택(공대) 조승희씨 총기난사사고들도 하나 같이 '학교안전사고'의 하나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총기사망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에서 학교 '총기사고'는 범죄의 한 영역이 아니라 '학교안전보건'의 한 분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미국내 '학교안전보건'을 담당하는 기구는 EPA(미국환경청)가 대표적이다. 학교안전보건에 대해서는 EPA에서 전담하고 있지만, 총기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총기판매와 소유, 총기사건의 대형 참사가 불특정 다수가 모인 '학교'에서 자주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주경찰과 FBI등에서 취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학교내 총기사용은 어디까지나 '학교안전보건'과 관계된 것이라면 미국의 EPA나 국립보건원(NIH)이 개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정신보건'차원에서 다뤄져야지, '범죄'의 차원에서 다뤄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학교에 주경찰이나 FBI가 상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문제 학생들을 선도하기 위해선 정신과 의사, 간호사, 심리치료 전문가, 보건전문가, 주 경찰 보안관 등으로 꾸려진 컨소시엄이 전문성을 가지고 주정부내 또는 연방정부내 특화된 기구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 총기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이런 책임있고 독립적인 기구가 주정부나 연방정부 산하 특별기구로 존재한다면 미국내 학교총기사건을 예방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직구성 자체가 어려운 것은 미국총기협회의 막강한 정치자금과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미국총기협회로부터 수 천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고, 부정선거로 권좌에 오른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총기사고를 하나의 학교안전보건의 문제로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허락하는 순간 록히드사를 비롯한 미국내 군수산업체들은 부시를 케네디처럼 암살해 버릴지도 모른다.


왜냐면 이들 독립적이고 권위있는 총기사고 예방을 위한 학교안전보건 콘소시엄은 학교내 총기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성인들의 총기소유 자체를 규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총기사고로 사람을 사망케한 학생에게 총기를 팔거나 총기를 분실한 합법적 총기 소유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강하게 묻는 법이 재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총기규제법안들을 미국총기협회(NRA)가 무서워서 어느 연방 국회의원이, 어느 주의 주 국회의원이, 어느 주지사가 입법화 할 수 있겠는가. 


대안은 하나, 기독교 근본주의적 보수우파(네오콘)인 공화당의 집권을 끝내고, 민주당의 집권과 총기협회의 정치자금으로 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개혁적 인사가 차기 대통령이 되고, 미국총기협회에 '법적,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차기 대통령은 항상 전신 방탄복을 입고 다녀야만 할 것이다. 상당히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마이클 무어가 보여준 이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보여주었던 방식, 즉 마트에서 총알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시작한다면 미국내 많은 총기사건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총기소유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가 없이는 무어 감독의 방식도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미국내 총기문화의 위험성에대해 다큐멘타리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 제작만으로 만족해할 사람같지가 않다. 그는 정치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의 다큐멘타리, [화씨 911](Fahrenheit 9/11, 2004), [볼링 포 콜럼바인] (Bowling for Columbine, 2002), [빅 원](The Big One, 1997), [로저와 나] (Roger &Me,1989)등의 작품 만으로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없음을 절감했다면 말이다. 차기정권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는 미국 행정부내 무언가, 책임있는 역할을 하고싶어 할 지도 모른다. 정권이 바뀌면 평화주의자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문화부 장관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리나라 이창동 감독처럼...



결국, 이 다큐를 보고나면 이번 한인교포 조승희씨에 의한 버지니아텍(공대)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의 비이성적인 폭력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메리칸 인디언 수 백만명을 학살하고, 인디언의 땅 맨하튼을 단 돈 7달러만 주고 총으로 빼았아 버린 폭력적인 미국의 역사. 이라크전에 엄청난 양의 폭탄을 퍼붓은 록히드사를 비롯한 군수산업업체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총소리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미국 총기매니아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도 무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조건적인 "총기소유의 자유"를 외치는 극단적 신보수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들의 빌어먹을 꼴통철학과도 무관치 않다. 이들 최전선에는 기독교 근본주의자 부시가 있고, 공화당이 버티고 있으며, 그 뒤를 미국총기협회(NRA)와 군수산업체들이 받쳐주고 있다. 


그 결과 조승희씨의 버지니아택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에서 배운 전형적인 미국식 스트레스 해소법의 하나였고, 지극히 개인적 취향을 공개화시켰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지 그 수단이 총(Gun)이어서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총기사고에 있어서 문제는 한상 총을 쥔 자의 취향이나 성격, 이념이나 도덕성등이 아니라 '총'이 문제인 것이다.


이 다큐에서는 이러한 부분까지는 깊이 다루지 않았다. 근본적인 치유책은 이후의 몫으로 남겨놓은 듯 하다. 미국내 총기사건에 대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대규모 수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총알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까지. 자그마한 승리. 이후는 관객의 몫이다. 특히 근본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미국의 양심적 지식인들에게 총기문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던져주는 영화가 바로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2002)이다.



이번 조승희씨 버지니아택 총기난사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조승희씨를 포함한 33인에 대해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까운 젊음 33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차마 말이 안나온다. 어떻게 저런 사회가 존재할 수 있는지...총만 없애면 된다. 총만 없애면...근데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이것이 미국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딜레마다. 암살당한 케네디 대통령이 말했듯이 "이 멍청이들아! 문제는 경제다!" 라고 말한 것이 30년이 흐른 지금에도 미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유효하고, 가장 중요한 메세지가 아닌가 싶다.


이번 조승희씨 사건이 일어난 그 배경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영화, 핸드폰 결제 1500원을 하더라도 꼭 보길 권한다. 이런 영화 안보고 산다면 삶이 매우 무료할 것이다. 아래 [볼링 포 콜럼바인]에 나온 "만화로 본 미국(총기)역사"를 플래시로 올린다. 한 번 감상해 보시길...!!!



▲ 미국의 역사를 알아봅시다.( NRA + KK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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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석 2011-04-30 14:06:16
게시판관리자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허태석 2011-04-30 14:06:07
게시판관리자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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