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20% 완화안의 함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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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20% 완화안의 함의는?
  • 편집국
  • 승인 200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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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진폭에 따라 삼성그룹에 막대한 영향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과 관련 열린우리당이 공정거래위가 내놓은 15%보다 제한 수위를 낮춘 20% 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이미 후퇴할대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더 개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의결권 제한 수위를 15%에서 20%로 완화하면 삼성그룹이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이 삼성의 입김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15%에서 20%로 축소범위 낮추면 삼성그룹이 가장 유리

2002년 4월까지 대기업집단 계열 금융회사는 동일그룹에 속하는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DJ정부 말기,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내세운 재계의 강력한 요구로 계열사 주식지분의 30%가 넘는 부분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계열금융사는 보유하고 있는 동일계열회사의 주식에 대해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합해 전체 지분의 30%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는 금융회사 고객의 자산을 그룹 총수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악용하는 것이어서, 공정위의 시장개혁 로드맵에서는 이를 다시 축소하도록 했다.

▲ 15일 정무의 회의에서 한나라당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되자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이 김희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공정위는 처음 의결권 허용범위를 현행 30%에서 15%로 바로 낮추려고 시도했지만,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2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6부터 매년 5%씩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14일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진행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단계별 15%안과 별도로 20% 수정안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 상임위 전체회의에서의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현행 30%에서 15%로 개정하게 됐을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재벌그룹은 삼성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지난 5월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의결권 제한 15% 개정으로 인해 200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10개 기업이 개정안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삼성증권 9.46%, 에스원 5.57%, 삼성중공업 3.91%, 제일기획 3.2%, 삼성정밀화학 3.12% 등의 순서로 계열금융사의 의결권이 제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에 대한 계열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은 0.27%로 나타났다.

그러나 만약 의결권 축소범위가 15%가 아닌 20%로 가게 되면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받는 기업수도 감소하고, 제한을 받는 의결권의 주식비율 역시 훨씬 감소하게 된다. 20%안을 채택할 경우 삼성증권은 9.46%에서 4.46%, 에스원은 5.57%에서 0.57%로, 제일기획,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은 각각 3.2%, 0.27%, 1.88%의 의결권 제한비율이 모두 0%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정부안대로 의결권 제한을 15%로 축소할 경우 (2003년 12월 31일 각 기업의 주식보유 비율 기준) 10개의 삼성그룹 계열사가 일정 주식비율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잃게 되지만, 20%로 할 경우에는 삼성전자, 호텔신라, 제일기획 등 3개 계열사에 대한 금융사의 의결권은 제한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삼성증권, 에스원 등에 대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폭은 5% 이상 낮춰지게 된다.

의결권 제한 규정과 관련된 삼성그룹의 특별한 이해는 현대자동차그룹과 비교하면 확연하다. 현행 30% 의결권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 현대차그룹 3개 기업 중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2003년 12월 31일 기준 현재,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이미 30%를 훨씬 넘어 계열금융사가 보유중인 주식은 모두 의결권이 제한되고 있다. 15%로 개정할 경우에도 INI스틸만이 현행 2.61%에서 5.45%로 의결권 제한폭이 늘게 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재벌총수의 지분이 점점 줄어들고, 총수 개인이 막대한 자금을 부담하면서 지분을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재벌총수가 과거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열사의 출자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을 볼 때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과 관련, 열린우리당이 또 삼성그룹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만하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정무위 관계자는 20%안이 특정 그룹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정치적 성격'이 강한 안임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006년부터 5%씩 의결권 제한폭을 늘려간다면 참여정부 임기가 끝나는 2007년에 결국 의결권 허용범위가 20%에 달한다"면서 "참여정부 임기 내에서 할 수 있는 제한선은 결국 20%이고, 20%에서 결정된다면 재계의 반대도 심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으로 이 같은 수정안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정 그룹을 배려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 이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대원칙의 문제가 정치 논리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올해 넘기자는 속셈?

한편 열린우리당은 애초 15일 정무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한나라당의 반발과 여론 부담을 우려, 16일로 의사일정을 연기했다. 한나라당 정무위의 권영세 의원과 김정훈 의원은 정무위가 오후 3시경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위원들만의 참여로 진행되자 김희선 정무위원장에게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의 논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지만, 재계의 불만이 많은 개정안의 논의 자체를 지연시키려는 것이 한나라당의 의도라는 평가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각종 예산안, 법률안을 처리하는 11월만 넘기면 결국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나라당 주장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개정안 논의 자체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자총액제한규정 철폐, 공정위 계좌추적권 연장 불가 등을 주장해온 한나라당으로서는 재계의 반발이 거센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처리가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날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과의 공방에서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관한 논의는 16대 국회 때부터 1년여 동안 진행돼온 것으로, 의지만 있으면 충분한 논의가 가능했다"면서 '충분한 논의 후 처리'를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장흥배 기자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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