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며느리밥풀 이야기
상태바
[들꽃이야기] 며느리밥풀 이야기
  • 이충엽
  • 승인 2004.09.18 00:0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새며느리밥풀 - 하얀 밥풀이 모든 꽃에 전부 보이는건 아닙니다. 특히 이꽃은 밥알모양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토록 뜨겁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날이 왔다.


너무 더워 여름이 빨리 가버리라고 기원도 했건만 자연은 기원과는 관계없이 저절로
시원하고 풍성한 가을로 우리를 데려와 버렸다.
얼마 뒤면 풍성한 가을을 느끼는 한가위 추석이기도 하다.


명절중의 하나인 추석이 최근의 경기저하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휑한 보름달만 뜨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지만 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여 오랜만의 회포를 푸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헌데 그 시간 한국의 며느리들은 거의가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며 가족들 봉사에 여념이 없다. 힘든 시집살이를 겪는 시간인 것이다. 며느리와 딸은 아직도 한국 땅에서는 다소간 차이야 있겠지만 성격상 동등한 모습이지만 시집이란 단위로 들어오면 아직도 서열이 존재하는 애매한 존재들이다. 사실 우리 집도 명절은 며느리들의 허리가 휘어지는 시간이 훨씬 많은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며느리들의 모습이 생각나게 하는 야생화가 3종류 -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 - 가 있다.

▲ 애기며느리밥풀 - 잎이 아주 가는 녀석이라 구분하기가 다소 쉽습니다

이 중에 며느리의 한이 서린 야생화라면 당연 며느리밥풀이라 하겠다.
옛날 깊은 산골마을 가난한 집에 어머니와 착한 아들이 살다가 나이가 찬 아들이 혼인해 정말 착하고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시집을 왔단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아무리 잘해줘도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며느리를 구박했지만 품성이 착한 며느리는 그저 받아들이며 묵묵히 시집살이를 했다. 어느 날 남편은 돈을 벌기 위해 산아래 마을에 품삯 받는 일꾼으로 일하러 떠났고, 옳다구나 생각한 시어머니는 계속 며느리를 괴롭힐 궁리만 하고 있었다.


헌데 어느 날 며느리는 밥솥에 밥을 하다가 밥에 뜸이 잘 졌나를 보기 위해 솥뚜껑을 열고 밥알을 몇 알 입 속으로 넣어 확인하려는 사이 밭 솥뚜껑을 여는 소리를 들은 시어머니가 달려나와 어른이 밥을 먹기도 전에 밥을 먹은 나쁜 계집이라며 몽둥이로 며느리를 마구 때렸고 며느리는 그만 매에 못 이겨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 은 남편이 돌아와 크게 슬퍼하며 죽은 아내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고 그해가 지나고 봄에 알지 못하는 풀이 생겨나서 여름에 꽃을 피웠는데 벌어진 빨간 꽃잎사이에 하얀 밥알 같은 반점이 있어 처량한 며느리가 입에 밥2알을 물고 죽은 것 같아 이 꽃을 며느리밥풀꽃 이라 이름지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 알며느리밥풀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는 우리 모두 시집에 가서 고생만 하는 아내를 위해 우리가 팔을 걷어붙이고 음식도 거들고 설걷이도 도우면서 명절을 즐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혹여 남들은 다 그러는데 나만 안 그런 것 아닌지 모르것네.... 반성 중입니다.


며느리밥풀은 현삼과 반기생의 한해살이풀로 8-9월에 꽃이 피며 사람이 다니는 등산로 주변에 빨간 꽃에 2알의 밥알을 물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제법 새 색시처럼 서 있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 광합성을 하면서도 다른 식물에 기생해 영양을 빼앗는 걸 보면 얌체족 야생화란 사실은 명백한 것 같다. 따라서 종자만으로는 번식이 어려운 식물이다.


키는 30-60cm 정도이며 하얀색 꽃도 가끔 보인다고 한다.
종류는 6가지로 꽃며느리밥풀, 애기며느리밥풀, 수염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털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이 있다. 또한 변종도 많다. 이들은 포( 꽃 아래 작은 잎 같은 것) 의 색깔과 가시를 보고 구별하는 것이라 구별법이 힘들고 어렵다.

▲ 수염며느리밥풀 - 꽃이름은 모두 우리말로 된 이름이니 정감이 더 갑니다

하지만 관상용으로 쓰이며, 꿀이 많아 양봉 농가에 도움을 주는 식물이기도 하다.


국립수목원이 9월의 풀로 며느리밥풀을 정했다 한다. 흔하면서도 애절한 사연이 담긴 이 야생화를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충엽 2004-09-21 15:36:11
산에 가면 등산로 길 옆에 드문 드문 피어있는 며느리밥풀을 보실수 있습니다.
빨갛게 주둥이 길게 보이면서 밥풀 2개 보이면 그게 바로 며느리죠!!!!
확인해 보세요!!!!

Keith 2004-09-20 18:19:06
사연을 읽고 사진을 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네요... 그런데, 실제로 보면 확인할 수 있을까나...

sarugi 2004-09-20 08:10:45
관악산 계곡에 며느리밥풀이 한창일텐데, 이 글을 읽으니
산에 가고 싶어지네요.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