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치과의사상! 우리가 만들어가요."
상태바
"봉사하는 치과의사상! 우리가 만들어가요."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4.09.20 00:00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탐방] 경희민주치과의사회 외국인노동자 무료진료 현장을 찾아서…

매주 일요일, 외국인노동자 치과무료진료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입을 삐쭉삐쭉 내밀며 서초구 양재역 근처에 위치한 서초구보건소를 찾았다. 누구나 일요일 만큼은 쉬고 싶은 법이니까.

입구부터 웅성웅성한 게 '외국인노동자가 이렇게 많나' 뇌이며, 보건소 한쪽 끝에 마련된 치과진료실에 들어서니, 대기환자들이 즐비하다. 안쪽엔 3대의 유닛 체어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대여섯명의 의료진이 쉴 틈 없이 진료하고 있다.

그들이 바로 경희민주치과의사회(회장 정형근, 이하 경민치) 회원과 신구대학 치위생과 봉사동아리 신월회(회장 한미랑) 소속 학생들이다.

"힘은 들지만, 보람을 느껴요."

마침 취재 당일 진료활동을 나온 사람은 강동본치과 황혜욱 원장(경민치 24기, 경희 치대 90학번).

경민치는 홍원집 기획부장(19기)과 윤성오 총무부장(24기)을 포함해 이선영 원장(27기) 등 12명의 회원들이 매주 돌아가며 치과무료진료를 해오고 있단다.

환자는 많지만, 치과의사는 한 명뿐이다 보니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4시간의 진료시간동안 기자와 변변히 대화 나눌 시간도 부족하다.

황 원장은 "진료에 나오면 대략 20여 명의 환자를 보는데, 모두들 구강상태가 매우 열악하다 보니 노동량이 만만치 않다"라며, "보철 등을 필요로 하는 환자도 많은데, 기껏해야 발치와 신경치료 등밖에 해줄 수 없어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열악한 구강상태로 고통받으면서도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이러한 무료진료소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일까?

홍원집 기획부장은 "서초구라는 어려운 접근성에도 치료를 받기 위해 안산 등 먼 지방에서도 직접 찾아오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많다"며, 그래도 "근처에서 파출부나 식당 아줌마 일을 하는 연변아줌마들이 다수를 차지" 한단다.

서초구보건소 외국인노동자 무료진료 사업은 서울시의사회가 '의약분업 이후 실추된 의료인들의 이미지를 향상한다'는 취지로 추진해, 작년 11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의사회가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치)에 함께 하기를 요청했고,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서치 이수구 회장과 박영철 치무이사의 권유로 경민치 회원들이 이 사업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됐다.

민주동문회(이하 민동) 바람이 한창이던 지난 90년 초 경희 민동의 출범으로 탄생한 경민치는 "치과의사로 살면서 이 사회에 복무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는 신념 하에 꾸준히 소외계층들에 대한 무료진료 활동을 벌여왔다.

현재 1백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경민치는 80년대부터 진행해 왔던 사랑방 진료소와 한마음 진료소 봉사활동을 지금도 꾸준히 벌이고 있으며, 매년 봄·가을 지방을 돌며 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한 무료틀니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경희 치대 후배들에게 매년 3백만원의 장학금도 후원하고 있다.

홍원집 기획부장은 "회비가 1∼3만원인데, 대부분이 무료틀니사업에 쓰이고 있다"며, "올 봄에는 용천 돕기를 위해 트럭 1대분의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바람에 올 가을 충북 제천에서 진행할 무료틀니사업 자금압박이 심하다"고 웃는다.

이렇듯 꾸준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경민치라도 서초구보건소 외국인노동자 치과무료진료 활동을 전적으로 소화하기에는 벅차 보인다.

"환자와 진료량은 많은 반면 참여자는 부족해 원하는 진료를 모두 해주지 못해 안타깝다"는 황혜욱 원장의 말처럼, 인적으로나 물적으로나 모든 게 열악하다.

현재 서치에서 1년에 3백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도 현 이수구 회장의 의지가 강해 유지되는 것이지, 차기 회장의 성향에 따라 '지속성'이 불투명하다. 게다가 참여자가 부족해, 제대로 된 '환자 치료 승계'가 이뤄지지 못하는 등 효율적이고 원활한 진료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외국인 노동자나 차상위 계층 등 많은 사람들이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국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봉사하는 치과의사 상은 몇몇의 희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황혜욱 원장의 말을 한번쯤 가슴에 되새겨볼 만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선영 2004-09-23 11:50:06
것도 바꿔주시죠.
그리고.. 한미랑씨는 약수치과에서 근무중인 치과위생사입니다. 신구대 치위생과 동아리 회장이 아니에요.

형성 2004-09-21 17:43:20
수정해주세요

Keith 2004-09-21 13:57:55
여기 계셨군요...

신짱 2004-09-21 13:12:29
열심히 일하는 모습........ 정말 보기 좋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