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MSO가 가져다줄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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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MSO가 가져다줄 재앙
  • 신이철
  • 승인 2007.08.28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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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잘 아는 후배한테 전화를 한통 받았다.

관리의사로 취직을 하려는데 좀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 쪽에서 내놓은 조건도 좋고 근무 여건도 다 그럴싸한데 자신을 고용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환자는 알아서 공급할 테니 그저 진료만 해주면 고액의 월급을 주겠다는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 후배는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지만 뭔가 찜찜했던 모양이다.

후배의 자초자종을 듣고 알아본 바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이 치과의 실질적인 주인은 치과뿐 아니라 한의원, 미용성형, 외식업까지 진출해 있는 대규모의 의료자본으로 추측된다. 일단 적당한 지역에 치과설립에 필요한 관리자를 파견하고 치과의사를 고용해 대형치과를 개설한다.

치과 인근의 기업체와 진료비 할인 계약을 맺거나 아파트 부녀회 등을 이용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무료 스케일링이나 무료검진을 통해 환자의 내원을 유도한다. 파견된 관리자는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진료내용을 결정하고 치과의사에게 진료를 부탁(지시)한다.

치과의사는 월급 이 외에 계약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급여와 관리비를 제외한 모든 이익금은 의료자본에게 송금된다. 인근 치과에서는 덤핑과 과잉진료행위를 알게 되고서 집단적으로 항의한다.

고용된 치과의사는 주변의 비난과 법적책임에 어려움을 느껴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계약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 치과자본에 의한 치과개설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실 보통 치과의사들에게는 경제자유구역이니 영리법인이니 병원경영지원회사(MSO)니 하는 것들은 남의 일같이 느껴진다. 국민의 의료비가 폭등하고 의료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국가의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리라는 주장도 그리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민간의료보험이 허용되고 해외의 영리병원이 들어와도 그저 나만 잘하면 별일 있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주변을 침투한 소위 MSO의 체인병원들을 보면 의료의 영리화가 몰고 올 재앙이 우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머지않아 대다수의 동네치과들이 경영난에 빠져 문을 닫고 치과의사들은 영리병원의 고용노동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유인알선이 허용되고 방송광고, 비전속진료, 복수기관개설도 가능해지면 치과의사 사회는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것이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앞으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보건의료의 영리화 상업화를 주도한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이명박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니 말이다.

이명박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서울시장 재직시절 시립동부병원의 민간위탁을 밀어 붙인 전력으로 볼 때 전국의 모든 국공립의료기관을 민영화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의료보험제도를 시장의 원리에 맡긴다면서 민간의료보험 회사에게 위탁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공포다. 상상만으로도 끔직한 재앙이다.

신이철(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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