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얼레지, 얼레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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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얼레지, 얼레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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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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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는 꽃잎을 오므리고 있다.
꽃봉오리가 새의 부리를 연상케 한다.
야생화를 찿아 다니는 이들은 공통점이 있으니, 아직 보지 못한 꽃을 찿아 헤매는 것이다.

남들이 올려준 사진을 감상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실물을 보고 싶고 자기 카메라에 담고 싶은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니 오매불망 찿아 헤매던 것 중의 하나가 얼레지이다. 사진으로만 보았으니 잎만 보고 구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래서 개화시기에 맞추어 카메라를 어깨에 걸고 인근 산을 헤매고 다녔다. 군사정권 시절이었으면 간첩신고가 여러 번 들어 갔을거다. 결국 찿지 못하고 성급하게 주변에는 없다고 판정했다. 더 북쪽지방으로 가야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내년에 남들 따라 천상화원이라 칭하는 곰배령으로 탐사를 떠날 계획을 세웠다.

근데, 며칠후 동향인이 얼레지 사진을 올렸으니, 그 장소를 몰라 애태우다 결국 쪽지를 보내기로 했다.( 즐겨찿는 야생화 사이트에는 쪽지 기능이 있다.) 인사말과 함께 얼레지 자생지를 알려주시면 백골난망이오이다 라고. 바로 답장이 왔다. 자생지 위치를 수첩에 옮겨 적고 동행할 사람을 정했다. 주로 같이 다니는 선배와 일전에 꼬셔서 카메라 구입한 친구 포함해서 일요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다.

▲ 천상화원이 부럽지 않다.
이곳도 대단한 얼레지 군락지이다.
3월 28일, 일요일 아침에 만나서 얼레지 자생지로 향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등산객들로 입구 주차장은 붐 빈다. 등산로로 접어드니 주변이 온통 바위투성이다. 이런 환경에는 현호색이 많이 자란다. 조금 올라가니 예상대로 현호색이 반긴다. 친구녀석에게 촬영법을 가르쳐 주며 몇 장 담았다. 10여분 올라갔을까. 파전에 막걸리 준비한 장사치들이 보이고 호객행위를 한다.

아무리 내가 애주가라 하더라도 지금 한눈 팔 수는 없다. 바로 위가 알려준 자생지가 아닌가!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산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나는 좌측 길로 선배는 우측 길로 가기로 했다. 조금 올라가니 그리도 보고 싶었던 얼레지가 길게 목을 내밀고 있다. 같이 다녀도 꽃을 찿아내는 데는 내가 아직 고수다. "찿았습니다" 외치는 소리에 이쪽으로 달려온다. 이 녀석도 저녁에는 꽃잎을 오므리고, 아침에 햇빛을 받으면 꽃잎을 펼치나 보다.

마치 목이 길다란 새를 연상하게 하는 꽃봉오리를 몇 장 카메라에 담는데, 친구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베터리가 다 소모되었단다. 여분까지 두 개를 준비했는데 충전이 안 된 것이었으니, 그 날 친구는 꽃 관찰 만 했다. 꽃잎이 벌어질 때까지 주변에 다른 꽃을 찿아 보기로 하고 위로 더 올라가니, 그곳에는 햇살을 받은 얼레지가 벌써 꽃잎을 활짝 펼치고 우리를 반겨준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 그 날, 얼레지를 원 없이 카메라에 넘치도록 담았다.

▲ 햇살을 받고 있는 얼레지가 눈부시다.
아직 꽃잎이 완전히 재껴지지는 않았다.
조금더 위로 탐방을 해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고요한 산중을 울리는 요란한 손전화 벨소리......, 아마도 울 집 시어머니리라. 어부인이 말하길 작은 애가 내 시어머니란다. 저녁에 모임이 있어 나가면 항상 전화가 걸려오고, "아빠, 언제 올 거예요. 기다려도 되요. 기다릴거야.", "기다리지마", " 안돼, 기다릴거야". 하여간 나를 어지럽게 하는 녀석이다. 근데....., 오늘은 울집 든든한 장남이다. "아빠, 빨리오세요. 어머니 아파서 침대에 꼼짝 못하고 누워 있어요." 서둘러 하산이다. 선배에게는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어부인이 침대에서 정말로 꼼작 못하고 있다. 청소기 들다가 허리를 삐끗했다고 한다. 울 마무라, 그 후 몇 달 고생했다.

얼레지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비옥한 야산에 자라고, 3월,4월에 꽃을 피운다. 잎에 얼룩무늬가 있어서 얼레지라고 부른다. 지면 바로 위에 2장의 자주색 얼룩무늬을 가진 잎이 나오고, 한 장만 보이는 것은 내년에 성촉이 될 어린싹이다. 뿌리는 2 ~ 30cm 정도의 깊이로 들어있으며 뿌리가 손상되면 곧 죽는다.

▲ 꽃잎 아래쪽에 특유의 W자 무늬가 있다.
뒤집고 찿아 보세요.
오전에 꽃잎이 오므려 있다가 오후가 되면 뒤로 재껴지며 연자주색의 한개의 꽃을 피운다. 흰얼레지도 있으나 한 세대의 색상변이다. 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다  씨가 떨어져 발아되면 7년정도 자라야 꽃이 핀다. 옮겨 심으면 살아도 꽃이 피지 않는다. 꽃말은 ‘질투’이다. 얼레지는 이뇨제. 진해거담제. 두통 및 현기증 치료제로 이용되며 한약재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항암효과도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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