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일방적 선제공격을 국가독트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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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일방적 선제공격을 국가독트린화
  • 편집국
  • 승인 200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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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고립정책 Bush's Foreign Policy (by Melvyn. P. Leffler)

닉슨의 베트남전 개전 이래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이토록 미국과 세계를 양분시킨 적은 없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정책이 논란을 가져오긴 했어도, 결코 비판자들이나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의 전임자들의 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시 외교정책의 진짜 약점은 그 모순에 있다. 도덕적 선명성에 눈가리워지고, 엄청난 군사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진정으로 효과적인 대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목적간의 균형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민주 평화를 지탱하고 미국의 핵심가치를 전파한다는 부시의 목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전통적인 주장들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청교도의 수사를 연상시키고, 토마스 제퍼슨의 "자유의 제국" 비전과 우드로우 윌슨의 "세계는 민주주의를 위해 안전해져야 한다."라는 메시지, 그리고 "자유의 생존과 성공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적에게도 맞서야 한다"는 케네디의 취임 연설과 같은 맥락에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건국 초기부터 미국의 국부들은 미국을 동맹체제에 엮어 넣음으로써 위험한 구세계의 다툼에 말려들게 하여 예외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냉전시기의 미국이 나토를 창건하고 UN의 호스트가 되는 등 다자주의를 인정하고 현대 경제의 상호의존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냉전시대에도 미국은 결코 단독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부정한 적이 없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선택을 보유하면서도, 이를 독트린으로 선언하지 않았을 뿐이다. 오히려 그 정반대였다. 공개적으로는 집단안보와 다자주의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확인했지만, 베트남과 다른 제3세계에서 그랬던 것처럼, 은밀하게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부시대통령과 그의 전임자들간의 차이는 실질보다는 스타일의 차이이고, 서로 다른 목표들간의 차이라기보다는 전략의 차이이며, 세계관의 차이라기보다는 정확한 판단력 구사의 차이이다. 자유, 자결, 그리고 개방된 시장에 기반한 세계 질서에 대한 미국의 추구는 놀랍게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부시의 선제 공격(Preemptive War) 독트린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818년 앤드류 잭슨 장군은 스페인이 점유하고 있던 플로리다를 침공, 미국 원주민 부족을 공격하고 두명의 영국인을 살해하여 국제적인 위기를 촉발시켰다. 이때, 존 퀸시 아담스 국무장관은 스페인 대사에게 스페인이 미국과의 국경지대에서 질서를 유지하지 못하는 한, 미국의 선제 공격은 정당화된다고 말했다. 1904년 씨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문명을 지탱하기 위해 미국이 서반구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유럽의 갈등이 미국으로 확산되어 미국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십년 뒤 다른 루즈벨트 대통령 또한 유럽에서 2차대전이 발생한 후, 유럽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만약 당신을 공격하려하는 방울뱀을 보았다면, 그 녀석이 당신을 물때까지 공격하지 않고 기다려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냉전시대, 제3세계에서 예방조치(preventive action)는 표준 작전 규정(standard operating procedure)이었다.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도미노 현상(falling dominos)이 미국을 위협할 상황이었다. 대중적인 묘사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는 예방적 군사작전을 유일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이란과 북한에 예방적 군사작전을 적용하는 것을 망설였다. 부시 행정부는 그의 전임자들이 그랬듯이 선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전도 이라크 전쟁처럼 "선택한 전쟁"이었다.

부시의 외교정책이 클린턴의 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도 틀린 주장이다. 클린턴 외교정책의 놀라운 점은 그것이 실제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증대시켰다는 데 있다. 1990년대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여타 12개 강대국의 군사비 지출의 총합보다 많았다. 클린턴 시절 합참의장은 모든 종류의 군사작전을 망라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전력의 구축을 추진하였고, 이러한 전력은 평화시에는 설득력있고, 전시에는 결정적이며, 어떤 형태의 분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유주의자들도 신보수주의자들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클린턴 행정부도 일방주의적이고, 선제적인 공격을 구상했다. 9.11 이전, 클린턴 행정부의 마지막 전략 문서는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해야할 일을 할 것이다. 이는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군사력의 사용을 수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군사력 사용에는 일방주의적 행동도 포함된다."라고 적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미 선제 공격을 승인한 적도 있다.

1995년 6월 그는 반테러리즘과 관련된 대통령결정지침39(Presidential Decision Directive)에 서명했다. 1998년 알카에다의 아프리카 주재 미국 대사관 공격에 대응하여, 클린턴은 오사마 빈라덴을 위해 무기를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던 수단의 알 쉬이파아 화학 공장에 대한 폭격을 승인했다. 미국을 위협한 적이 없는 국가의 민간 시설을 목표로 한 이 공격에 대해 백악관 일각에서 불법적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을 때, 샌디 버거 안보 정책보좌관은 강력한 주장을 펼쳤다: " 우리가 공격하지 않아서, 뉴욕 지하철에 신경가스가 풀린다면? 그때 우리는 뭐라고 할 것인가?"

물론 클린턴 대통령과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동맹간 결속을 유지하고 나토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시와는 달리, 그들은 점증하고 있는 미국의 편협한 민족주의를 억제하고 길들이려고 노력했다. 미국의 민족주의는 고립주의와 일방주의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점점 더 국제 규범과 관습을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클린턴 행정부의 노력과는 별개로,  21세기 미국 국가 안보 위원회를 설립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였고, 그 의장도 민주당 상원의원인 Gary Hart와 (온건한 국제주의자인) 공화당 상원의원 Warren Rudman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부시 당선 이전에도 국제주의 성향을 가진 자들조차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미국 군사력 사용의 필요성에 대해 광범위한 인식이 있었던 것이다. 부시는 하나의 선택가능한 정책수단으로서 존재했던 일방주의적 선제공격을 9.11 이후 국가 독트린으로 전환했을 뿐이었다.

9.11이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변화시켰는가? 그렇다. 단순히 정책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세계관을 변화시켰다. 9.11 이전 부시의 안보팀은 자신들의 외교정책이 현실주의를 끌어안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의 힘이 인류의 복지 증진과 같은 "이차적" 효과를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2000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과감하게 선언했다. 부시는 미국의 지속적 국가이익을 조화롭게 추구하다 보면, 자연히 자유와 민주, 그리고 평화가 따라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 훈련 중인 주한미군(사진출처-주한미군 ⓒ김장민)
이 외교정책은 미국의 특징, 즉 "진정한 힘의 겸손, 진정한 위대함의 겸허"를 반영하고자 했다. 9.11 이후 부시 행정부의 생각과 수사는 충격적인 변화를 겪는다. 고조된 위협 인식은 이상(ideals)을 강조했고, 조심스러운 이익 계산을 흡수해 버렸다. 2002년 9월 부시는 "우리의 제 원칙(principles)들이 (이익이 아닌 원칙이다!)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인도할 것이다.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은 이러한 핵심적 신조에서 출발해야 하며, 밖으로는 자유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위기의 시기에 미국 정치지도자들은 힘을 동원하기 위해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가치(values)와 이상(ideals)을 역설해 왔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경우, 언어의 변화는 단순히 수사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공격은 부시 행정부의 위험 인식을 변화시켰고, 공격적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9.11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취약성을 날카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라이스는 말한다. 또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증거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었기에 행동을 감행한다. 우리는 (이라크의 대량학살무기 관련 증거들을) 9.11의 경험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고 있다."라고 했다. 9.11 이전 테러공격을 예견하고 방지하는 데 실패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위협인식의 기준이 극적으로 하향조정되고, 군사력 사용에 대한 유혹이 크게 고조된 것이다.

부시의 외교정책이 세계적인 반미주의(Anti-Americanism)를 강하게 자극하였는가? 당연히 그렇다. 분명 반미주의는 이전 행정부 시절에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반미주의는 그 폭과 깊이에 있어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유럽의 호감도는 지난 2년간 폭락했다. 영국에서는 75%에서 58%로, 프랑스에서는 63%에서 38%로, 독일에서는 61%에서 38%로 떨어졌다. 이슬람 세계의 상황은 더 안 좋다. 대다수의 아랍인들은 미국이 테러리즘에 대해 과민반응하고 있으며 세계를 지배하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우호적인" 이슬람 국가의 반응이다. 터키인의 59%, 파키스탄인의 36%, 모로코인의 27%, 요르단인의 24%가 미국과 서구인에 대한 이라크의 자살폭탄 테러가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숫자들은, 고조된 위협 인식으로 인해 미국 관료들이 미국의 이익을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채 외교정책을 미국적 가치의 보편성과 우월성에 결부시켰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별로 놀라운 것도 아니다. 부시 행정부의 관료들이 미국적 가치의 우월성을 세계에 역설하는 동안, 오만한 힘의 사용으로 인해 미국의 동기에 대한 냉소주의와 미국의 의도에 대한 불신이 자라고 있다는 것만큼 심각하고 슬픈 아이러니도 없을 것이다. 사실, 선제공격과 일방주의는 테러에 맞서는 투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테러리즘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미국의 지배에 대한 반감, 무력감, 굴욕감 등에 의해서 잉태된다. 예방전쟁과 공격적 점령은 이런 감정을 강화하고, 테러리스트들을 길러낸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미국의 공식적 독트린으로 격상됨에따라, 미국 국민들은 더욱 매력적인 테러 목표가 되었다. 최근 국무성 통계에 따르면, 테러리즘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고 있다. 

흔히 부시 행정부의 전략은 올바르지만, 실행을 잘못하고 있다고들 하는데, 이는 잘못된 얘기다. 전략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술들을 고안함으로써 수단과 목적을 연계시키는 것이다. 부시의 외교정책은 이전 행정부들의 정책과 근본적으로 달라서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비난받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이 서로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 목표들은 달성될 수 없다.

라이스는 부시 행정부의 전략이 세 개의 기둥(pillars)에 기반하고 있다고 한다. 즉, 첫째, 테러리스트와 불량 정권들을 퇴치하는 것, 둘째, 강대국간 관계를 조화롭게 하는 것, 셋째, 전세계에 번영과 민주주의를 고취시키는 것 등이 부시 행정부 전략의 핵심 목표라는 것이다. 그러나 선제공격과 패권, 그리고 일방주의를 통해 테러리즘을 분쇄하고 불량 정권들을 붕괴시키려는 노력은 강대국간의 조화를 깨뜨리고, (개발도상국) 개발을 위한 자원과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전략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 중 하나의 기둥을 세우기 위해 사용한 정책이 다른 기둥들을 흔들리게 만든다면, 효과적인 전략이 지탱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부시의 민주평화 추구를 생각해 보자. 부시는 중동국가를 포함한 세계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자유와 공존을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들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민주 평화론은 꽤 매력적인 이론이다. 그러나 테러리즘과의 전쟁은 이슬람 세계를 민주화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예방전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중동과 중앙 아시아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고, 미국은 이 권리를 얻기 위해 억압적이고 때로 극악한 정권들과 합의하고,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중동을 민주화하겠다는 목표는 고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목표는 일방적인 주도와 예방전쟁을 통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 민주화는 부시 행정부가 (또는 어떤 미국 행정부라도) 동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 상상력, 그리고 인내를 요구한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목표는 세금 감면을 요구하는 국내 정책 우선순위와 양립할 수 없다. 랜드 연구소의 최근 연구결과는 점령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노력의 수준: 시간당 인력과 돈"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부시는 레이건의 후계자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좋은 것일까? 부시와 그의 보좌관들은 자신들을 레이건과 동일시하기를 좋아한다. 럼즈펠드는 부시가 레이건처럼 "악마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악마의 현신인 테러리즘을 제거하고자 하는 의도를 선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부시는 도덕적 선명성과 군사력이 레이건을 대담하게 만들었으며, 그로 하여금 크레믈린으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 동유럽을 해방시키고 냉전에서 승리하도록 하였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레이건 시대를 달리 보고 있다. 냉전시대에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구상은 레이건이 군사력을 확충하기 훨씬 전에 나타났다. 트루만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유럽에서 소련과 맞설 방책으로 거대한 군비 확충보다는 재건 정책(reconstruction)을 선택했다. 이러한 구상은 외교관이었던 조지 케난에 의해서 주도되었는데, 그는 군사적 사고와, 과도한 집착, 이데올로기적인 수사의 위험성을 경고했었다. 그는 다른 사회들을 재구성하거나 재창조하는 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련의 힘을 봉쇄하고 감소시켰으며 미국의 국내 제도들을 활성화시켰다.

도덕적 선명성과 군사적 우위에 대한 강조를 제도화시킨 것은 1950년에 나온  국가 안보 문서 NSC-68이었다. 소련의 핵능력 보유, 한국전, 매카시즘 등에 자극 받아, NSC-68은 이데올로기 전쟁과 군비 경쟁을 강조했다. 그러나 도덕적 선명성과 이데올로기적 순수성은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 환경을 이해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데올로기에 눈 먼 채, 미국 관료들은 소련과 중공의 갈등을 간파하지 못했고, 제3세계 혁명적 민족주의의 뿌리를 이해하지도 못했다. 1980년대 초반, 도덕적 선명성은 레이건으로 하여금 중앙 아메리카의 억압적 정권을 돕도록 하였다. 또한, 냉전적 사고는 그로 하여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지원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소련 퇴각에 대한 승리감에 젖은 레이건의 후계자는 계속된 아프간의 혼란과 탈레반 신정(theocracy)의 출현을 무시하고 말았다.

학자들은 레이건의 군비 확충과 수사적 선언이 냉전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레이건 외교에 대한 가장 사려깊은 연구는 핵없는 세상을 구상하고 새로운 소련 지도자를 현실적으로 다루었던 발상의전환을 레이건의 가장 놀라운 능력으로 꼽고 있다. 또한 미하일 고르바쵸프의 외교에 대한 연구들은 미국 군사력의 위협보다는 공산주의를 개혁하고, 소비에트 사회를 재구성하며, 경제를 되살리고자 하는 의욕이 고르바쵸프를 움직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르바쵸프에게 영감을 준 것은 미국의 민주 자본주의가 아니라, 유럽의 사회 민주주의였으며,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가발전적 이데올로기의 열정이 아니라, 인권활동가와 비정부기구들의 조심스러우며 사려깊고 끈질긴 노력이었다.

부시와 그의 보좌관들은 도덕적 선명성과 군사력의 유용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냉전 종식의 줄거리를 구성하려고 하고 있다. 도덕적 선명성이 미국과 같은 다원주의적이고 민주적 사회에서 여러 가지 의견차이를 극복하고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배치된 군사력이 적을 혼내주고 억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체계(mindset)는 교만과 힘의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덕적 선명성과 군사적 우위가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익의 정교한 계산과 적에대한 정확한 이해에 의한 제어가 필요하다. 오직 목적과 수단이 부합할 때에만 도덕적 선명성과 군사력은 승리의 전략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편집자    ⓒ jinbo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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