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정쟁화는 조선-한나라의 국감 '전략'
상태바
이념 정쟁화는 조선-한나라의 국감 '전략'
  • 편집국
  • 승인 2004.10.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안 관련 실리와 국민의 정치 혐오 모두 노려" 지적

17대국회 첫 국정감사가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신문과 한나라당의 현정부에 대한 이념 공세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폭로와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국감을 열어보려 했던 각당 초선의원 중심의 새로운 국감 준비와, 진보적 관점에서 민생 현안을 부각시키려 했던 민주노동당의 '참민정 국감' 전략 등 새로운 국정감사의 상을 만들어 보려 했던 노력들이 빛이 바래고 있다.

정책 대신 이념논쟁에 주력하는 것은 국민의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정치 혐오증을 증폭시키려는 보수신문과 한나라당의 의도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한편으로 '정책 대신 정쟁만 일삼아' 식의 언론의 관성화된 정치권 비판도 정책국감을 방해하는 외적 환경으로 비판받고 있다.

<조선> 등 역사교과서-안보불안-경제정책 등 이념 의제화

10월 5일 조선일보는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이 국감에서 지적한 '교과서 좌편향' 주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감 색깔론 불씨를 지폈다. 조선일보는 5일에 이어 6일에도 우리 역사교과서가 '민중사관'을 수용해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을 과대 평가하고 있고, 친북 성향이 엿보인다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5일에는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폭로한 '미군없이 한국군 단독 방어시 서울 16일 함락' 이슈를 기점으로 6일 북장거리포 위협, 7일 북한의 생화학·핵무기 사용 위협 등 안보위협을 다루는 기사에 지면을 후하게 할애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감 현장에서 발표하는 이념 공방을 대대적으로 의제화하는 조선일보의 노력은 11일 재정경제위원회 국감에서도 이어졌다. 12일자 조선일보는 이헌재 부총리·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념 공세성 질의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조선일보의 이념공방 의제화 전략의 목표는 사설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6일자 사설은'역사교과서 편향 따지지 않으면 뭘 따지나'로 색깔론을 비판하는 여론을 향해 한나라당의 주장과 자사 논조를 정당화하고 있다. 역시 같은 날 칼럼 '고장난 노무현 시계'는 노무현 정부가 보안법 폐지에 올인하고 있다는 비판과 더불어, 북핵과 알카에다를 연계시켜 북한인권법안을 정당화하고 있다.

김명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통해 "조선일보는 시청광장 인공기 게양, 길거리 노동당 입당원서 작업, 서울 16일 함락 등 개연성은 있으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을 증폭시켜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 통제를 정당화한다"면서 "이런 안보위협과 색깔공세를 통해 국가보안법 등 개혁과제를 저지시키려는 것이 정치적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의 관성화된 정치권 비판도 문제"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과 한나라당의 색깔 의제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당연히 정책국감을 차분히 준비해온 의원들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정책토론회만 6차례를 했고 정책자료집도 계속 발간하고 있지만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농협 신용업무와 경제업무의 분리, 쌀 재협상 정책은 준비를 많이 했는데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국정감사를 이념공방으로 덧칠하려는 면에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동맹'도 비판받고 있다. 한겨레신문 12일자는 '한나라 논리의 샘은 조선일보'라는 기사에서, 11일 재경위 국감에서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이 이 부총리의 사퇴 의사를 묻는 질의에서 드러난 '이 부총리 좌파정권 희석용' 주장이 지난달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의 주장을 인용했다는 것과,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정부여당의 안이한 경제인식과 정책을 질타하는 '한국은 돈키호테' 발언이 9월 30일 동아일보에 실린 글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국감을 정쟁, 이념공방으로 가져가려는 한나라당과 보수신문의 의도가 단순히 국보법 사수, 수도이전 반대, 재벌 옹호 등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실리를 챙기려는 것 이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국정감사 직전까지만 해도 정책국감에 대한 기대를 가질 만했고, 지금도 차분히 들여야 보면 민생과 관련해 보도가치가 높은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정책국감을 일부러 외면하고 정쟁을 증폭시키는 것은 결국 모든 사안을 이념대립의 문제로 만들어 정치의 정책생산 능력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며, 이로 인한 정치 불신과 혐오는 언제나 수구세력의 이득으로 귀착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여론의 부담을 우려하면서까지 구시대적 이념논쟁에 올인하는 것은 결국 '정치 혐오증' 그 자체를 노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언론의 의도된 이념 공방 의제화도 문제지만, 정책국감을 스스로 외면하면서 정치권의 정쟁을 비판하는 언론의 관성화된 정치권 비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의 "원래 폭로, 파행을 해야지 정책국감에는 TV가 오지 않는다"는 국감장 발언은 국감 언론보도의 문제와 관련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김민영 국장은 "얼마전 문화일보에 실린 정부 실업대책 비판 기사처럼 언론보도가 폭로나 정쟁보다 정책 중심으로 구성되면 당연히 정책국감이 힘을 받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정책국감이 되도록 보도할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정책보다 정쟁에 몰두' 하는 식의 언론의 관성화된 정치권 비판은 정책국감 실현을 오히려 방해하는 보도행태"라고 지적했다.

장흥배 기자   ⓒ 인터넷참여연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