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유층 대변하는 민생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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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유층 대변하는 민생국감?
  • 편집국
  • 승인 2004.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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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보유세·고교등급제 등에서 심각한 강남 편향

실체 없는 이념 공세로 스스로 표방한 정책국감을 무력화시킨 한나라당이, 정책국감과 더불어 강조해마지 않았던 '민생국감'마저도 무색케 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대학 고교등급제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이란 명분으로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옹호하는가 하면, 강남-북 간 극심한 조세 불평등을 낳고 있는 현행 부동산 보유세제의 개편도 원색적 용어를 동원한 이념 공세로 활용하는 등 국감정국에서 강남 부유층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유세 인상을 '강남서초 부자 때려잡기'로 인식

개별 사안에서 한나라당이 민생 문제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재정경제위원회 국감에서 한나라당은 카드대란, 청년실업 대책, 중소기업 및 서민경제 대책 등 민생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 비판을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민생문제에 접근하는 기본 인식이 '노무현 정부의 좌파적 정책이 기업투자를 막아 경제가 어렵다'는 식의 상식 이하의 이념 공세적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다는 것이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14일 주요 당직자회에서 "이념 편향적인 국정운영이나 경제정책 방향은 많은 경우 경제의 자유를 갉아먹어서 경제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밝혔다. 어려운 경제상황과 이로 인한 민생문제를 엉뚱한 이념 공세로 활용하려는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11일 언론에 발표된 한나라당의 '정기국회 대비 이슈' 보고서는 한나라당이 과연 민생을 걱정하는 정당인지를 의심케 한다. 이 보고서에서 한나라당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 주택거래신고제 등을 가진 자를 적대시하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규정하고, 심지어 이런 정책에 대해 "강남서초에 사는 부자 때려잡기"라는 선동적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강남-북간 격심한 조세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시민사회의 공통된 합의다. 최근 참여연대가 진행한 '따져보자 재산세' 캠페인은, 동일 시가의 부동산이 지역에 따라 최고 13배 이상의 재산세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지방의 저가 신축 아파트의 재산세가 강남의 고가 구형 아파트보다 재산세 부담이 더 높은 현상도 일반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강남 지역 피눈물나는 고교등급제 사실상 옹호

한나라당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반응을 자제하던 대학의 고교등급제와 관련해서도 분위기를 바꿔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달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제5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군현 의원은 13일 "대학입시 사태의 근본원인은 학력차이가 존재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이를 대학에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평등 획일주의적 교육부 정책에서 비롯됐다"면서 "획일적인 성적 위주의 고교 서열화, 등급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네티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희정 의원도 1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그 동안 3불 원칙에 대해서 찬반비등 했었으나 최근 들어서 3불 원칙 고수보다는 3획일화를 벗어나는 교육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대학 자율권 강화에 대한 의견이 올라가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고교등급제가 현안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강조하는 발언은 사실상 '고교등급제 찬성' 의사라는 지적이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발언은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명분으로 3불 원칙을 뒤집으려는 시도라고 본다"고 밝혔다.

송 대변인은 "대학의 선발자유권은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여기에도 사회적 책임과 일반 상식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면서 "고교등급제는 학력차이를 제도화하고, 고등교육 접근 기회에서 부유층과 서민층의 차이를 심화시키는 제도로서 일반인의 상식과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 비춰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강남 부유층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고교등급제를 옹호하고 나선 셈이다.

장흥배 기자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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