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상태바
들꽃이야기
  • 이채택
  • 승인 2008.05.19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작약과 기다림

 

수 년 동안 야생화를 찾아 돌아다녀도 만나지 못하는 희귀식물이 무수히 많다. 산에서 대면한 희귀식물은 소수에 불과하니, 만나는 순간의 희열은 표현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꽃까지 달고 있는 개체를 만나면 금상첨화다. 

 
작약은 분류가 복잡하여 혼동을 일으키는 것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흰색 꽃이 피는 백작약과 연한 붉은색 꽃이 피는 산작약으로만 구분하면 될듯하다.

처음 백작약을 만난 것은 2년 전 봄이었다. 조그만 꽃봉오리를 달고 있는 개체로 주변에 여러 개체가 있었지만 꽃대가 형성된 것은 하나뿐이었다.

개화시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자주 관찰해야 하지만 먼 거리 고산에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다행히 개화기에 근접했을 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일주일 후면 개화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다음주 일요일 새벽 일찍 출발하여 그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새 꽃잎은 떨어지고 씨방의 형상만 남아 있었다. 개화기간이 3일정도로 아주 짧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또다시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일 년 후, 그곳을 다시 찾았다. 주변을 수색하여 겨우 지난해 그 개체를 찾았지만 꽃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다시 일 년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식물들은 간혹 한 해 꽃이 피지 않고 건너뛰기도 한다.

 
사계절이 흘러가고 올해 봄, 고산식물을 만나러 간 날, 녀석을 찾아보니 꽃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에 2년 전보다 일주일 먼저 꽃이 필 형상을 하고 있었다.

다음주 토요일, 흐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짧은 개화기가간이 두려워 그곳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바라보니 순백의 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않아서 암술. 수술이 보이지 않았다. 강풍 속에서 식물체가 흔들렸지만 순간을 포착하고 돌아왔다. 

 
다음날 완전히 개화된 모습을 담기위해 한 낮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다행히 바람도 잦아들었고 하늘도 맑았다. 이렇게 3년의 시간을 보내며 백작약의 꽃을 야생에서 만났다. 백작약. 산작약은 모두 희귀식물로 야생에서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

특히, 산작약은 뿌리가 한약재로 쓰이는 탓에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있다. 유독성식물로 나물로 먹지는 않는다.

꽃은 5~6월에 피는데, 산작약보다 백작약이 먼저 개화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