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리병원 공론조사와 남은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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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리병원 공론조사와 남은 과제들
  • 건강과대안
  • 승인 2018.11.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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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대안 칼럼] 우석균 부대표

본지는 건강 문제를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과 보건의료 이슈에 관한 정기연재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7월 11일부터 첫 연재를 시작했다.

2018년 올 한해를 휩쓴 이슈 중 하나인 '여성 재생산권'에 관한 칼럼을 시작으로, 10여년을 끌어온 제주 영리병원 논쟁에 대해 다뤘다.

앞으로 건강과대안 칼럼에서는 치열한 보건의료 이슈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 주

제주도 공론조사는 작년 말 중국 녹지그룹 측이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신청한 후 제주 의료민영화저지 운동본부가 제주도가 영리병원을 그대로 허가할 것을 우려하여 차선책으로 도민공론조사를 요청하여 이루어졌다. 아마도 올해 6월 지방선거에 부담을 느꼈을 원희룡 도지사는 공론조사를 수용하였고 이에 따라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7월부터 공론조사가 시작되었다.

공론조사는 도민공개토론회를 여는 것으로 시작하여 1차 여론조사로 3000명의 제주도민에게 여론조사를 시행하였고 이 결과에 따라 200명의 도민을 배심원단으로 구성하여 1차례의 오리엔테이션 2차례의 심화토론 및 공론조사를 거쳤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제주도민 1차 여론조사와 도민참여단 2,3차 조사(2018.8~2018.10)

결과적으로 도민참여단의 최종 의견은 180명 중 반대 58.9%, 찬성 38.9% 모름/무응답으로 오차범위 ±5.4%를 벗어나는 차이로 공론화위원회는 개설불허를 권고하였다. 1차 여론조사의 무응답이 40.1%에서 2.2%로 줄고 찬반의 20% 차이는 유지된 결과다.   

여론/공론조사는 공정했는가

제주도의 여론/공론조사는 ‘공론화위원회’ 주관으로 이루어졌으나 비민주적인 운영으로 사실상 도가 주관하는 여론/공론조사였다고 할 수 있다. 여론조사는 7월 29일, 30일 도민토론회를 각각 제주도시와 서귀포시에서 1회 개최하고 지역방송을 통해 제주 1회 서귀포 3회 녹화방송 후 3000명을 대상으로 8월 15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되었다.

간단하게만 문제를 살펴보자. 첫째 조사문항의 공정성이다. 핵심문항은 “제1호 외국인 영리병원이 될 녹지국제병원의 개설/불허에 찬성/반대하십니까” 였다. ‘영리병원이 될’ 이라고 묻다니... 영리병원 개설여부를 묻는데 결과를 가정한 질문으로 여론조사를 한다? 여론조사 ABC에 어긋나는 질문이다. 게다가 ‘외국인’ 영리병원이라는 것은 내용을 오도하는 질문 문항이다.

‘녹지국제 영리병원 허가’ 또는 양보해서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허가 찬반을 묻자는 반대측 입장은 논의과정도 없이 묵살되었다. 뭐 영리병원이라는 글자만 들어간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둘째 이 여론조사의 결과는 이상하다. 우선 도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같은 시기 진행된 여론조사에 비해 찬성이 많고 무엇보다 모르겠다/무응답이 지나치게 많은 응답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민운동본부가 도와 동시에 진행한 여론조사(2018.8)는 61.6%가 반대, 24.6% 찬성, 모름/무응답은 13.8%였다.

제주 MBC의 조사는(2018.9.21.)반대 56% 찬성 33.6%, 모름 10.4%였고 또 제주일보(2018.9.26.)의 조사결과는 반대 58.8%, 찬성 30.6%, 모름/무응답이 10.4%이다. 세 여론조사가 모두 도에서 진행한 여론조사보다 반대가 높고 모름/무응답이 10% 대로 매우 낮다.

셋째 공론조사기간이 너무 길어 숙의공론조사 (deliberatative poll)의 숙의의 밀도가 떨어지고 조사과정에서 행정적 개입이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9월 9일 1차로 모인 도민참여단은 9월 16일, 그리고 추석을 넘어 10월 3일 다시 모여 최종 공론조사를 했다.

마음만 먹으면 도에서 행정력을 동원하여 개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이는 인구 60만의 섬이라는 제주 특성상 심각한 문제였다. 그 외에도 여론/공론조사 과정은 상당히 편파적이고 반대측에 힘들었는데 이 과정과 결과에 대한 보다 상세한 분석은 나중으로 미룬다. 

앞으로 남은 일들과 몇가지 생각

제주도는 공론화위원회가 녹지국제병원 개설불허를 권고한 이후에도 도민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짧은 발표만 했을 뿐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허가건에 대해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다만 도민운동본부에 ‘개설불허결정을 내릴 것인데 시간을 달라’라는 현 도지사의 비공식적 전언이 있었다는 점은 지적하자. 20% 차이가 나는 결정을 뒤집는 것은 현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정치적 자살일 것이다.

영리병원을 반대한 도민들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른 영리병원들의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 66.0%, 유사사업이나 우회투자의혹 등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12.3%, 병원의 주기능인 환자치료보다 이윤추구에 집중할 것 같아서 11.3%.

즉 도민참여단은 영리병원 찬성측에서 집요하게 제기한 1000억대 배상 소송 문제나 도민 취업문제 또는 지역개발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제주영리병원 문제를 도의 개발문제가 아닌 의료의 공공성 문제로 정확히 바라보았다. 바로 이 점에서 2003년부터 시작된 제주영리병원 반대투쟁의 성과가 이번에 드러났다고 보인다. 이러한 견고한 도민들의 인식이 편파적인 여론/공론조사과정에서도 상당히 큰 차이로 영리병원 반대가 찬성을 압도한 이유다.

물론 과거 원전 공론조사의 패배를 분석하고 그 결론으로 내린 보다 원전 찬반 토론때와는 다른 운동방식의 채택도 도움이 된 듯 하다. 단순히 여론/공론조사의 좁은 과정에만 매달리지 않은 전방위적 운동의 지속, 예를 들어 도민을 대상으로 계속 진행한 홍보(인구 60만 제주도민에게 신문간지로 뿌린 유인물만 10만장이 넘었고 진보정당들의 플랭카드도 계속 내걸었다), 기자회견 등 장외 투쟁을 계속한 점, 프레임을 짜는 측면에서 영리병원 반대를 의료민영화 반대논리로 정면 승부를 한 점 등이 그것이다. 물론 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15년동안 의료민영화 반대운동을 꾸준히 전개한 제주도민운동이 이러한 승리의 그 핵심적 이유다.

바라건대 앞으로는 영리병원으로 인한 헛된 사회적 논쟁을 그만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하여 영리병원 개설의 근거를 없애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의 과제는 이것이다. 물론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높여 영리병원이 발 붙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우석균 (건강과대안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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