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피해자의 인권‧건강권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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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피해자의 인권‧건강권 보장하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4.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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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일) 범 보건의료학생 긴급 기자회견…피해자 중심 사건 해결‧의료인 성인지 감수성 제고 등 촉구
범 보건의료학생들이 오늘(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N번방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범 보건의료학생들이 오늘(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N번방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보건의료계 학생들이 일명 N번방 사건 피해자의 인권과 건강권 보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보건의료학생 ‘매듭’ 을 비롯해 참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이하 청한) 학생위원회,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학생모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성평등위원회 달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청년학생위원회,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인권위원회,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35대 학생회 FOCUS, 범보건단체 라포, 부산간호대학생건강연구회, 부천대학교 간호학과 학우회, 이대의대 페미니즘 동아리 WTH,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52대 학생회 라온라제, 전국약대생 연합동아리 늘픔, 찾아가는 청진기, 충남대학교 성소수자동아리 RAVE 등 15개 단체는 연합으로 오늘(7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N번방에 가담한 보건의료계 종사자, 최근 환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은 아산병원 인턴 문제 등 성범죄에 관대한 보건의료계와 사회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15개 보건의료학생 단체와 252명의 학생 개인의 연대서명을 받아 이번 기자회견을 연 것.

먼저 이들은 “N번방 사건은 악마 조주빈과 참여자 26만명만이 일으킨 사건이 아니라, 여성 신체와 사생활을 남성들의 욕구 해소 대상으로 소비해 온 뿌리 깊은 문화가 방관하고 키워낸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가와 정치‧법조계, 언론 모두 이번 사건을 만든 ‘공범’이라고 지목했다.

이들은 “3월 국회 논의에는 N번방과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고,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은 폐기됐으며, ‘총선 이후’를 주장하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언론 또한 가해자의 서사를 만들어내며 소모성 짙은 뉴스로 범죄의 근본적 원인과 해결을 가리고 있으며, 현재 법체계 안에서는 피해촬영물에 대한 판단을 오롯이 판사의 성향에 맡겨야하며, 소지를 제한할 근거도 없고, 유포 협박만 있을 경우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권리를 행사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피해자 중심의 피해촬영물 범위 지정 ▲불법촬영물 소지 처벌 법적 근거 신설 ▲유포 협박죄에 성폭력처벌법 적용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 명시 ▲디지털 성범죄 처벌 형량 강화 등 N번방 관련 법안 신설‧개정을 촉구했다.

성착취 범죄 가해자들의 서사가 아닌
피해자 인권 직시‧권리 회복 위해 나서야…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학생모임 양 모 회원은 규탄발언에 나서 가해자에 관대한 법체계, 문제의 중요성을 축소해 온 국회, 가해자의 감정에 이입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 피해 여성에게 책임을 묻고 방관해 온 우리 사회 모두가 이번 사태의 책임자이며, 성착취 범죄를 방조한 것에 대해 통렬히 성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러한 방조는 “사람의 일상을 짓밟고 죽음으로 몰아가며,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를 파괴하는 성착쥐 범죄에 대해 잠깐 그래도 되는 ‘실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에 다름아니다”라며 “여성, 미성년자의 안전에 대한 무관심, 미온적 태도가 이 사태를 만들고 키운 우리 사회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자유로워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그러는 사이 피해자들은 인권을 침해당해도,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목소리를 빼앗겨 왔다”며 우리는 피해자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이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하는 일상을 되찾아 주기 위해 응당 져야 하는 책임을 행동에 옮겨 피해자들에게 찬란한 미래를 돌려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피해자들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행동하고,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자신을 불법촬영물의 피해자라고 밝힌 한 발언자는 가해자의 서사에 주목하며, 피해자의 고통과 극복의 과정을 외면하는 법 감정과 사회 현실을 개탄하며 N번방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N번방 피해자들이 걱정되고, 자신이 피해자임을 알리지 못하고 숨어있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무조건적으로 나를 지지하고 일으켜준 손길들 때문이다. 당신들에게도 여기 있는 모두가 당신을 도울 준비가 돼 있으며,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좌) 청한 청년학생위원회 박주석 위원장 (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성평등위원회 달해 변지호 위원장
(좌) 청한 청년학생위원회 박주석 위원장 (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성평등위원회 달해 변지호 위원장

의료계 ‘안일한’ 성인지 감수성…교육 실패
피해자 치유 책임에 걸맞는 윤리의식 갖춰야

규탄발언에 나선 청한 학생위원회 박주석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은 결코 초유도, 전매미문의 사건이 아니고 텔레그램 이전에 웹하드 카르텔, 단톡방, 소라넷, 비디오 등 디지털 성폭력 범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범죄자 처벌 법안을 만들어야할 국회의원이 N번방 가담자일지 의심해야하는 사회, 범죄자들이 ‘우리가 박사다’라고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린 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이 문제를 방치하고, 이미 만들어진 수 많은 법안을 묵혀두고 가해자를 구분지어 그 범주를 줄이고 피해자는 늘리고 있다”며 “사회적 취약계층인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또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성평등위원회 달해 변지호 위원장은 N번방 가담 의료인에 대한 징계와 자격박탈, 의료계 성인지 감수성 함양 교육 실시,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제도 개선 등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N번방 가담자 중 보건의료계 종사자가 속속 밝혀지고 있고, 환자 불법 촬영, 그루밍 성폭력 등 사건을 보면 이는 일부 의료인의 일탈이 아닌 의료계가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의료인 양성에 실패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젠더의식 함양의 중요성을 의료계가 인지하고, 성폭력 피해자의 편에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에 힘써야 하는 의료인의 책임에 걸맞는 성인지 감수성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N번방 가담자 전원에 대한 신상공개는 물론, 그 중 의료인이 있다면 강력한 징계는 물론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N번방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회구성원을 치유하는 시작은 가해자 전원에 대한 합당한 처벌로부터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들이 도움을 청하고, 정신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사회적 지원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N번방 가해자 처벌로 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피해자 회복 지원, 제2의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제도 성립의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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