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bucket list)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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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bucket list) 이야기
  • 양정강
  • 승인 2021.11.08 16: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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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양정강 논설위원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말은 중세시대 자살을 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bucket)를 차버리는 행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OECD 1위라는데 바람직한 버킷리스트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는 거리를 두고만 싶은 유래다.

머리맡에 놓은 탁상용 달력 공간에 이런저런 내용의 글이 담겨 있다. 살아온 일 가운데 글로 옮기고 싶은 제목들, 가깝게 좋은 마음으로 지내온 백여 명의 이름, 참여하고 있는 20여 개 모임 명단, 20년 전부터 기록한 그 달의 최고‧최저 체중, 그리고 한 해를 마감하면서 새해에 지킬 생활수칙 등을 적어 놓은 것이다. 지난해에 적은 것 중에서 빠지기도 하고 더해지기도 한다.

버킷리스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는 지난 2019년까지 국내외 여행지가 있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인가 외국 나들이 명단은 사라졌다. 버킷리스트 중 마지막 여행지는 5년 전 다녀온 독도이다.

최근 우연한 기회로 국군 장병에게 2만여 부 배포하는 월간지 『자유』의 ‘생활 속의 건강상식’란에 ‘치과이야기’를 수차례 기고(寄稿)하고 있다, 

그 월간지에서 다른 글들을 살펴보다 얼추 연배가 70 언저리인 이가 쓴 글을 읽었다. 갑작스런 병치레를 몇 날 하고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행위나 성취(achievement) 목록’의 버킷리스트 개념이 ‘임종의 순간까지 유지하고 싶은 존재나 상태 리스트’로 변해버렸다는 이야기다. 

그 까닭은 ‘간절하게 해보고 싶었던 소원도, 이루고 싶었던 성취도 막상 달성하고 나면 별것 아니었고, 단회성의 성취보다는 지속성의 상태가 더욱 소중하고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not achievement but state)』라는 제목에 8개 목록을 만들어 이야기했는데, 이를 그대로 옮겨본다.

1. 임종 시까지 구원과 사명을 잃지 않는 ‘신앙상태’
2. 자력으로 먹고, 생리를 해결하며 추억을 기억하는 ‘건강상태’
3. 성구, 명언, 시(詩)를 암송하며 묵상하는 ‘암송상태’
4. 가족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가족관계 상태’
5. 부당한 대우에도 혈기를 다스려 감사로 반응하는 ‘인격상태’
6. 절친 몇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교제하며 섬길 수 있는 ‘여유상태’
7.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학습상태’
8. 하늘에 대한 소망 때문에 평안하게 웃으며 눈을 감는 ‘임종상태’

글쓴이 이권헌 전 연세대학교 객원교수는 처음 보는 이라 네이버에서 검색해 궁금증을 풀었다. 객원교수라는 직함에서의 느낌과 달리 그는 군 생활 중 22년을 성경공부 인도자로서 영적 전투를 지휘한 독실한 기독교 ‘장로’이자 40년 가까이 군에 복무한 예비역 준장이었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데, 8개 목록은 나이 80이 넘은 내겐 모두 바로 따르고 싶은 것들이다. 하지만 매우 힘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신앙생활의 심도, 그 차이가 너무 크다는 사실때문이다. 

비록 50년 넘는 출석 집사 직분이지만, 남 앞에서 교인이라 내세우기 매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사 모두가 막연하나마 보이지 않는 힘이 역사한다고 믿으며 살고 있다. 가끔 ‘하나님이 바보냐?’ 하면서. 

어떤 이가 매일 새벽에 기독교 방송을 듣는다는 말에 한 3년 남짓 전부터 나도 잠에서 깨어나면 찬양을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스스로 감사할 일이다. 

비록 80이 넘은 나이지만 9번째 버킷리스트 한 개를 추가하고 싶다.

‘함경도(咸鏡道) 청진(淸津) 일곱 살 땐가 집 뒤 야트막한 돌산에서, 버려진 양철 지붕 토막을 깔고 미끄럼 타던 곳을 찾아가 보고 싶으니까’

 

양정강(사람사랑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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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준 2021-11-12 09:36:04
마지막 9번째가 꼭 이루어 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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