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플랫폼 허용? 투기꾼들 투기장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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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플랫폼 허용? 투기꾼들 투기장 될 것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8.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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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환자단체, 지난 22일 기자회견 ‘비대면 진료 법제화’ 반대
“미국식 의료 영리화 물꼬 트는 것일 뿐…필수의료 붕괴 의료위기 부추길 것”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 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는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 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는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오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에서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비대면 진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 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는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임시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마치 성과인양 정식 의료행위로 허용해 달라는 산업계와 의료를 산업으로만 보고,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이를 허용하려는 국회를 질타했다.

먼저 이들은 비대면 진료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5월 17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초안을 발표, 같은 달 30일 최종안을 확정해 지난 6월 1일부터 3개월 간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비대면진료, 과잉진료 과다청구 심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박민숙 부위원장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남성이 여성호르몬제를 처방받고, 2년치 탈모약을 싹쓸이하고 비대면으로 처방이 금지된 향정신성의약품과 마약류가 버젓이 처방된 사례들이 나왔다”며 “재난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비대면 진료의 성과를 부풀려 이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너무나 설득력이 없고, 우리나라처럼 일차의료 접근성이 높은 나라에서 비대면 진료는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참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를 실시한 의료기관 중 12곳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 12개소 모두에서 부적정 청구가 확인됐다. 

실제로 민간기업에 비대면진료를 허용한 영국과 캐나다의 경우, 플랫폼 기업들이 건강한 젊은 환자만 골라 불필요한 처방과 진단을 남발, 공공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졌음에도 의료비가 오르고, 불필요한 재정지출이 확대되고 과잉진료가 느는 등 의료상업화 부작용을 겪고 있다.

또 이들은 비대면 진료가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정책기조인 ‘재정건전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점을 지적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김흥수 사회공공성위원장은 “의사를 만나지도 못하는데, 비대면 진료 수가는 일반수가의 130%다. 왜냐하면 의료사고 위험성이 높아져 의사들이 가질 법적 부담을 사전에 수가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즉, 복지부도 의사도 비대면 진료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강행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여기에 약 배달료가 붙고, 진료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 수수료나 구독료 등으로 국민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받기 위해 필요한 앱, 생체정보 취득 및 전송 가능한 체외진단기기로 인해 돈이 또 들고, 건보재정도 파탄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고로 정부는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혁신적’이라고 판단되면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치료기기라도 건강보험을 우선 적용하고, 사후 평가하겠다는 방안을 보고안건으로 처리했다. 

특히 그는 “지금도 소위 빅3 병원으로 쏠림현상이 심각한데,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면 의뢰회송체계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 자본들은 이익 창출을 위해 플랫폼에 집접된 정보를 활용해 보험상품을 제작‧판매하고, 의료기관과 약국을 중개하며 수수료를 받고, 여기에 보험회사가 참여하게 되면 의료기관과 환자를 보험회사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미국식 의료영리화로 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강성권 부위원장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비대면진료와 관련한 다양한 부당청구 내용이 적발돼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MRI 급여 인정 범위 축소, 과다 이용자 낙인 등의 정책을 펼쳤다”면서도 “비대면진료에는 불필요한 보상을 더 해주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최근 소아과진료 예약 어플리케이션인 ‘똑닥’이 유료화 됐다”며 “소아과 부족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양육자들이 오픈런을 하는 등 진료대기에서부터 차별을 겪는데, 이러한 플랫폼이 법제화되면 진료행위로 돈벌이 하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거들었다.

건보재정 ‘공공자원’…플랫폼 기업 것 아냐

김성주 대표

또 규탄발언에 나선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영리 플랫폼 허용은 곧 영리병원 허용이며, 환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정부와 기업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산간오지 등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한다고 하는데, 그곳에 필요한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공공병원, 의료인력, 응급헬기 등으로 비대면진료는 결국 지역 인프라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비대면진료는 인터넷이나 장비에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의 장벽을 더욱 높여 불평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진료는 영리기업들의 의료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고 이는 독점으로 이어지고,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팔고 민감개인정보를 남용해 시장을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 등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이라며 “비대면진료는 의료평등성을 약화시키고 환자의 건강과 삶을 위협하고 복지를 침해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 대표는 “의료는 시장에 맡길 수 없는 공공 서비스이며, 건강보험은 공공자원으로 필수의료에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의료서비스는 국민 모두에게 동등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소한 필요에 맞춘 ‘공공플랫폼’으로 제한해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국장은 “비대면진료가 백번 양보해서 필요하다고 해도 이는 공공성과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적 플랫폼 논의는 일절 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비대면진료 공급을 민간 영리업체에 맡겨두고 방관하고, 이들은 의료에 기생해 파생된 수익을 내는 데 이를 통제할 방안도 의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리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보험회사, 거대 제약사, 병원 자본, 사모펀드 등 온갖 투기꾼들이 플랫폼에 투자할 것이고, 이들이 의료를 좌우할 것”이라며 “의료는 완전히 시장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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