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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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내다
  • 홍수연
  • 승인 2024.01.1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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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치아건강시민연대 홍수연 공동대표
치아건강시민연대 홍수연 공동대표.
홍수연 공동대표.

안녕하십니까? 2024년, 갑진년입니다. 

60년을 한바퀴 돌아와 더 전진하고 계신 선배님들께서는 감회가 더욱 새로우시지요? 저 역시 유난히 다른 느낌입니다. 코로나19로 3년 가량을 잃어버린 후 지난 2023년은 이런저런 못했던 일들을 하다 보니 눈코뜰 새 없이 가버렸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 치아건강시민연대도 10주년을 맞이하고 있네요.

2024년이 되었다고 세상은 선거니, 정치니, 마약이니 시끄러운데 우리는 뭘 하고 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수돗물불소화사업에서부터 구강건강형평성 확보까지 저희에겐 빛이었던 송학선, 김무영 선배님들께서 최근 몇 년 사이에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막내였던 제가 공동대표를 하고 있습니다.

수돗물불소화사업이 제안되고 폐기되기까지 한 세대가 지나가는 사이 우리 사회의 구강건강지표는 얼마나 좋아졌을까요? 65세 이상 노인의 잔존치아수는 16개 정도이고, 12세 우식경험영구치 지수는 1.8 언저리에서 10년째 정체된 상태입니다. 기억하시는지요? HP2030의 DMFT 목표는 1.5입니다.

노인 임플란트가 2개 급여화되고 12세까지 청소년 레진도 급여화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졌습니다. 즉 민간영역에서의 개인적 치료요구 충족률은 높아졌습니다만 국민에 대한 공중구강보건정책은 사라져가고, 오히려 성인에서는 발치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건강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보는 게 통계에 대한 합리적 해석일 것입니다.

건강불평등 문제를 국가와 사회가 해결할 것인지 개인과 시장의 영역에 맡길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문제는 지난 한 세대 동안 보건의료 활동가들을 묶어놓았던 족쇄이기도 했습니다. ‘의료민영화’라는 괴물의 전면적 등장으로 이 무게중심이 기울어진 순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모순적이게도 건강의 문제가 결코 개인과 민간의 영역으로 지켜낼 수 없는 영역임을 다시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인 위기상태의 한가운데 인류가 서 있다는 사실까지도 함께 느끼게 되었지요.

지난 30년 동안 세계보건기구, 대한민국 정부, 청주, 과천시 등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전문가단체, 인천, 성남, 대전, 여수, 울산, 대구, 부산과 서울의 여러 시민단체 여러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한 세대 동안 수고한 데 칭찬을 보냅시다.

다음은 지난 2011년 수돗물불소화 20주년 기념 조직위원회에서 발표했던 선언문 중 일부입니다.

국민의 건강은 국민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지켜질 수 없으며, 국가와 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인식하고 노력을 기울일 때 보장 받을 수 있다. 국민은 누구나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건강한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갖고 있으며 국가와 사회는 이를 보장할 당연한 의무가 있다.

우리 사회의 의료위기는 바로 근본적으로 국민건강문제가 사회적 책임보다는 국민 개개인에게 떠맡겨져 있으며 예방중심의 보건의료시스템이 갖추어지지 못한 데 있다. 질병이 생긴 후에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을 통해 질병 자체를 없애는 것이 인간의 고통, 그리고 시간과 비용을 현격하게 줄여 준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따라서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공중보건사업에 국가와 사회가 적극 나서는 것이 국민건강을 지키고 국민의료비를 줄이는 지름길임도 명백하다.

다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길 없는 곳에서 길을 내 오신 선배님들의 혜안과 실천의 바탕 위에서, 함께 걸어 온 길이 흔들렸으나 결코 흐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 나이를 앞두고, 이제 다시, 치아건강시민연대라는 공공구강보건의 길을 함께 시작하는 날, 10년을 돌아보고, 30년을 시작하는 날, 바로 오늘입니다.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지난 10일 치아건강시민연대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된 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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