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회 민의련 정기총회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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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회 민의련 정기총회를 다녀오다
  • 김지현
  • 승인 2024.03.26 17: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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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녹색병원 김지현 홍보팀장, 일본교류코디네이터…제46회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 정기총회 참관기

코로나19 팬데믹이 코앞으로 다가왔던 2020년 초, 안타깝기만 했던 기억 두 가지. 내게는 거의 로또 당첨과도 같던 BTS 콘서트 참석 기회가 코로나로 인해 사라진 것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구마모토에서 열린 제44회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 총회 참석 계획이 코로나로 인해 무산된 일이다. 

감사하게도 하나의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고 민의련 대면 총회가 재개되면서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건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녹색병원이 공식 초청을 받았다. 2024년 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제46회 민의련 정기총회가 일본 오키나와현(沖縄県) 나하시(那覇市)에서 개최되었다. 

(왼쪽부터) 민의련 키시모토 케이스케 사무국장, 사의련 조규석 이사, 인의협 의료지원단 임성미 단장,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회장, 녹색병원 임상혁 병원장, 건치 홍수연 전 공동대표, 녹색병원 김지현 홍보팀장(제공=김지현)
(왼쪽부터) 민의련 키시모토 케이스케 사무국장, 사의련 조규석 이사, 인의협 의료지원단 임성미 단장,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회장, 녹색병원 임상혁 병원장, 건치 홍수연 전 공동대표, 녹색병원 김지현 홍보팀장(제공=김지현)

녹색병원에서 일본교류업무를 맡으면서 민의련이라는 조직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때로는 친숙하고, 때로는 먼 존재 민의련. 무엇보다 맨 처음 놀란 점은 조직의 규모였다.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민의련은 일본 전국(47개 도도부현)에서 진료소, 약국, 개호시설 등 합계 1,733개(2023년 12월 기준) 사업소를 포괄하는데 그중 병원이 143곳, 치과진료소도 78곳이 있다. 민의련에 가입된 사업소의 직원 수를 모두 합하면 82,154명(2023년 3월 31일 기준)이다.

아울러 민의련의 병원·사업소와 협력하고 있는 의료생협이나 건강 친우회(友の会)라는 주민 조직이 있다. 여기서는 함께 수다모임을 갖거나 건강에 관해 학습하거나 써클활동을 한다. 이러한 활동은 치매 발생률을 줄이는 데 꽤 효과가 있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민의련과 공동조직은 서로를 지탱하며 활동한다. 이처럼 회원 등 370만 명가량의 공동조직(共同組織) 성원들이 지역에서 서로 연대, 협력하며 상생한다.
 
정당이나 사회단체도 아닌 의료조직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차별·평등 의료, 복지의 실현’을 강령으로 내걸고 진료와 돌봄, 지역의료 활동을 실행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또 민의련은 최고의결기구인 정기 총회를 2년에 한 번 개최한다. 그리고 6개월에 한 번 열리는 평의원회, 2개월에 한 번 이상 개최되는 이사회와 지방협의회(지협)를 운영하고 있다. 민의련은 이런 회의체계를 통해 지나온 과정을 평가하고, 운동 방침과 각종 의안 및 예산안을 논의하고, 사업을 수행할 임원을 선출하며 자기 조직의 강령과 슬로건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토론하고 점검한다. 

2월 21일 오후 오키나와 나하공항에 도착한 한국 참가단은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식사장에는 후지스에(藤末) 민의련 전 회장과 핫타(八田) 고문, 마스다(増田) 회장, 이와시타(岩下) 부회장, 가와카미(川上) 부회장, 사카키바라(榊原) 이사, 기시모토(岸本) 사무국장, 미야자와(宮澤) 이사가 참가단을 환대했다.

총회 성원의 2/3를 상회한 605명이 모여 2월 22일 오전 9시부터 본회의가 시작되었다. 총회장에는 ▲평화적 생존권,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입장에서 UN헌장·국제법에 반하는 폭력·전쟁을 멈추기 위해 행동하자! ▲대군 확대를 멈추고, 젠더 평등과 생명 제일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조직과 함께 지역에서부터 인권·공정의 물결을 일으키자! ▲70년의 역사를 힘으로 ‘돌봄의 윤리’를 심화하고 ‘2개의 기둥’을 전면 실천하여 ‘인권의 요새‘인 민의련 사업소를 지키며 발전시키자!”라는 슬로건이 크게 내걸렸다. 

오프닝에서 오키나와민의련의 역사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응하는 이시카와민의련 및 사람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상영되었다. 총회장(나하문화예술극장 나하토)의 자리 배치도 인상 깊었다. 계단식 객석에 운집한 600여 명의 대의원, 그리고 무대 단상에 올라앉은 임원진과 고문, 감사단, 내빈 등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사를 진행했다. 진지하게 경청하거나 메모를 하는 등 총회에 집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단상에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 기세가 아직 여운으로 남는다. 

정기총회 대회장 (제공=김지현)
정기총회 대회장 (제공=김지현)

점심식사 후 재개된 총회에서 한국참가단을 대표해 녹색병원 임상혁 원장이 연대의 인사말을 전했다. 

이후 한국참가단은 오키나와협동병원 등을 방문하고 총회장으로 복귀해 오키나와민의련 전 회장인 나카니시(仲西) 선생의 ’오키나와민의련의 의료활동: 미군 점령 아래 의료상황과 민의련 건설의 발자취‘ 기념 강연회를 함께했다. 

2월 23일 오전 일찍부터 한국참가단은 헤노코 신기지 건설 반대 천막 농성장 방문, 후텐마 미 해병대 기지·가데나 공군기지 전망,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견학 등 필드워크를 진행했다. 

류큐 열도 중부에 위치한 오키나와 섬은 일본 본토 끝에서 거리상 1,000km 이상 떨어져 있으며 예로부터 류큐 왕국을 건설해 450년간 독자성을 유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1879년 메이지(明治) 정부에 의해 류큐 왕국이 일본에 병합되었고, 오키나와전쟁이 끝나고 1945년부터 27년간 미군 점령 아래에 있다가 1972년 다시 일본에 복속된다. 

1945년 이래 지금까지 오키나와 땅 대부분에 주일미군이 주둔 중인데, 오키나와 출신 학자 아라사키 모리테루에 따르면 “오키나와는 일본 영토의 0.6%에 지나지 않는데, 75%의 미군 기지가 오키나와에 있다”고 한다. 오키나와 섬 15~20%를 미군기지가 점하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미군 및 미군속이 저지른 민간인 살해, 집단 성폭행부터 헬리콥터 추락사고, 일방적 기지 건설 및 확장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오키나와는 오늘도 평화와 생명, 인권을 지키기 위한 일상적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헤노코 신기지 건설 반대 천막 농성장에 방문한 한국참가단(제공=김지현)
헤노코 신기지 건설 반대 천막 농성장에 방문한 한국참가단(제공=김지현)
헤노코 신기지 건설 반대 천막 농성장에 방문한 한국 참가단(제공=김지현)
헤노코 신기지 건설 반대 천막 농성장에 방문한 한국 참가단(제공=김지현)

2월 24일 총회 마지막 날, 민의련은 이틀간 진행한 총회 성원들의 의안 논의 및 분임 토의 결과를 공유했고, 행사 말미에 특별결의안을 채택했다. 

특별결의안 ①에는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및 일본의 군사대국화 시도를 중단하고 반전과 세계평화 실현, 인권과 공정, 개인의 존엄, 성평등을 실현하며 무차별·평등의료과 복지 실천, ’돌봄의 윤리‘를 심화하자고 강조했다. 또한 오사카 엑스포 개최에 과다한 예산을 낭비하지말고 노토반도 지진 등 재해지역에 인력과 자재를 집중해 생명을 살려내고 정치자금 모금에 혈안이 된 자민당 정부의 금권정치를 국민의 힘으로 심판하자고 촉구했다. 

특별결의안 ②에는 진료 수가 및 개호 수가 재개정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2024년도 진료 수가 개정의 한계를 지적하며 대폭적인 수가 인상을 통해 환자의 수료권(受療權)을 지키고 지역 의료 체제 및 경영 보호, 현장 의료종사자의 처우 개선 등 현장 상황 개선에 복무하는 수가 재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과로사 수준의 의사 노동을 중단하고 의사의 일하는 방식 개혁 및 증원, 의료·개호 제공 체제에 대한 올바른 시책과 수가 재개정을 통해 생명과 생활을 최우선 하는 목소리를 지역에서부터 높여나가자고 결의를 모았다.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곳에 민의련이 있다(人々の困難あるところに民医連あり).” 이 문장을 실현하기 위해, 그런 조직이 되기 위해 민의련은 분투하고 있었다. 우리가 민의련 총회에 참석한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곤란을 겪는 이들과 연결되고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우리의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 오키나와에서 우리와 닮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동료들을 바라보며 귀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한국참가단을 대표해 (오른쪽부터) 건치 홍수연 전 공동대표와 녹색병원 임상혁 병원장이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회장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제공=김지현)
한국참가단을 대표해 (오른쪽부터) 건치 홍수연 전 공동대표와 녹색병원 임상혁 병원장이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회장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제공=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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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형 2024-03-26 20:53:26
연대의 힘… 녹색 병원이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귀한 가치로 알고 있습니다. 전태일 의료 센터의 성공적인 설립을 위한 그날까지 지지하겠습니다.

김유진 2024-03-26 20:27:51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곳에 민의련이 있다”는 민의련의 활동 취지를 공감할 수 있는 여정,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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