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탐방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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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방 가는 길
  • 이동호
  • 승인 2008.06.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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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친구들 이야기] 18

 

시엠립과 바탐방은 직선거리로는 100킬로미터 남짓밖에 안되는 거리지만 실제로는 250킬로미터를 훨씬 더 달려야 합니다. 그 이유는 시엠립과 바탐방 사이에는 톤레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건기가 되면 호수의 물이 확 줄어들어 바탐방까지 땅이 열리지만 차로 갈 수 있는 도로가 없습니다. 물론 우기에 톤레삽을 배로 건너서 다시 차를 이용하면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있겠지요.

어쨌든 우리는 남서 방향에 위치한 바탐방을 가기 위해 약 4시간 가까이를 서북 방향으로 거의 직선으로 달려야 했습니다. 태국 국경도시인 뽀이뻿으로 가는 길목인 시소폰을 거쳐야만 했기 때문이지요.

시소폰은 캄보디아의 프놈펜이나 시엠립, 바탐방 등 어디에서든 태국으로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 도시입니다. 시소폰에서 방향을 틀어 100킬로미터 정도를 가면 바탐방에 이릅니다.

시엠립을 출발할 때 우리는 기사양반에게 시소폰까지 얼마나 걸리겠냐고 물었습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라는 대답을 들었지만 나중에 우리는 우리가 그의 영어를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왜냐하면 우리가 시소폰에 도착한 것은 해가 거의 지평선을 넘어 가기 직전인 저녁무렵이었고 우리가 2시에 출발한 것을 계산하면 적어도 4시간은 훨씬 더 걸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간에 작은 마을의 휴게소에 잠시 쉬어가긴 했지만요.

우리가 탄 차는 벤츠 렘블럼이 붙어 있었지만 사실은 쌍용 이스타나 12인승 중고 승합차였고 그는 이 차를 무려 8년 이상 몰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아마 충분히 굴러다니다 캄보디아로 팔려왔을테니까 대략 14~5년은 되었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차는 멀쩡해 보였습니다. 그가 이 차를 얼마나 아끼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지요.

그러니 이미 여행객들 사이에 험하기로 소문난 시소폰에서 시엠립까지의 비포장 도로를 그가 얼마나 얌전하게 몰았겠습니까? 조그만 승용차들이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도 구름같은 먼저를 일으키며 시속 100킬로미터로 추월하며 지나가도 우리의 이 기사양반은 느긋하게 시속 50킬로를 결코 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다른 차들이 두어 시간이면 갈 수도 있는 거리를 네 시간이 걸렸던 것이지요.

지금은 앙코르와트를 찾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서울과 부산에서 직항기로 시엠립을 찾지만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관광객들이 태국을 거쳐 바로 이 도로를 이용하여 캄보디아로 들어왔습니다.

지금도 태국과 캄보디아를 연결하는 패키지 단체관광객들은 뽀이뻿을 거쳐 이 비포장도로를 다섯 시간 정도 달려 시엠립에 도착합니다. 최근에 태국의 자본이 들어와 뽀이뻿에서 시소폰까지는 포장이 되었고 시엠립까지도 포장공사를 준비하고 있기는 했습니다만.

도로는 우기를 맞아 군데군데 웅덩이가 패어 있는데다가 차라도 한 대 지나가면 뽀얗게 먼지가 솟아오릅니다. 하지만 실로 오랫만에 비포장 황톳길을 달리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젠틀한 기사 덕택에 그래도 끝없이 펼쳐지는 시골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면서 사진도 가끔 찍으면서 시소폰에 도착했습니다.

태국과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관광도시 시엠립의 도로가 아직도 비포장길이라는 사실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외화수입의 절대적인 부분을 관광에 의존하는 캄보디아정부가 가장 우선적인 기반시설인 도로건설에 이토록 무관심할 수가 있는지, 이미 십수년 전부터 태국을 통해 들어왔던 많은 관광객들의 유일한 이동로였던 이 도로의 지금 모습은 바로 캄보디아라는 나라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우리의 예측을 벗어난 사실, 그것은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시엠립주가 캄보디아에서 가장 가난한 주라는 사실입니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의 비율이 70%가 넘는 곳이 바로 시엠립입니다. 세계 최고의 문화관광도시 시엠립의 이면은 바로 그랬습니다.

시소폰 시내에서 잠시 차를 길 가에 세우고 길가 노점에서 요기거리를 조금 사들고 다시 차에 오릅니다. 이미 날은 어두워 이제 야간운전을 각오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이곳에서 바탐방까지의 도로는 포장이 비교적 잘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도로는 프놈펜까지 쭉 이어집니다.

역시 바탐방이 캄보디아 제2의 도시답게 먼저 포장이 되었나 봅니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비옥한 농업지대인 바탐방에서 프놈펜에 이르는 톤레삽 아랫지역은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빈수준은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100 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한 시간 반 정도만에 달려서 저녁 8시 무렵 드디어 바탐방에 도착합니다.

바탐방에 들어서자 미리 연락을 취했던 원불교교당의 교무님 두분과 부산의 정미홍선생께서 마중을 나와 우리를 근사한 식당으로 안내합니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 국제협력부를 맡고 계신 정미홍선생은 얼마전에 이곳 바탐방으로 와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시내를 관통하는 쌍꺼강변의 어느 식당, 한국식 입맛에 가까운 샤부샤부 불고기집에서의 저녁식사는 정말 황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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