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트리] 버블의 붕괴가 중산층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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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트리] 버블의 붕괴가 중산층에게 주는 교훈
  • 신상훈
  • 승인 2008.06.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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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의 부자 이건희씨가 버는 돈이 얼마일까? 일 년에 1조원을 번다고 치자. 이 돈을 이건희씨가 혼자 버는 것과 같은 금액을 일만 명이 1억씩 버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소비의 측면에서 본다면 한 사람이 1조원을 버는 것보다 후자의 경우가 유리할 것이다. 밥을 먹어도 한 사람이 식사하는 것보다 만 명이 식사하는 것이 식당주인 입장에서는 돈을 벌 기회가 더 많을 것이고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부의 집중과 소득의 양극화는 자본주의 체제의 혹 같은 것이다. 가난한 쪽에서는 소비할 돈이 없고 부자들은 소비할 기회가 적은 것이 또한 문제다. 한 사람의 거부보다는 다수의 부자가 경제를 순환시키고 살찌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고 다수의 부자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적어도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지 않는 한….

중산층이 그 사회에 두텁게 포진하고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IMF체제 이후에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오히려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IMF이전에는 전체의 40% 이상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 반면 최근의 결과는 20% 이하로 조사된 바 있다.

더군다나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면서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의 대열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주택버블이 꺼지는 것은 대한민국 중산층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신앙이 키워온 예견된 몰락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을 어떤 사람이라고 딱히 말하기 어렵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자기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인 안정감을 누리고 사는 사람일 것이다.

내 집 마련이 절대적인 목표가 되어버린 지금 중산층의 기준으로 주택의 소유여부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고 적어도 자기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경제적 안정감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과 적어도 자녀의 명문대 진학 정도가 중산층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자녀의 교육비는 소비성 지출인 반면 교육의 결과는 매우 늦게 확인되는 지루한 과정을 포함한다. 반면에 재산형성과 확장의 지표인 집값은 매우 즉각적이고 매혹적인 결과로 보답해왔다.

주거의 안락함을 누리는 동시에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교환가치마저 올라왔으니 아파트는 골치 아프고 어렵기까지 한 다른 자산에 비해 재산불리기에 1등 공신임을 누구고 부인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이러한 신념을 확신했고 올인 했다. 결국 신념이 사실에 의해 부인 받는 시점에 심각한 도덕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해결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떨어지는 집값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다.

'정치적 해결, 집값만 지킬 수 있다면 사기꾼이라도 괜찮다는 선택', 결국 이러한 무모한 선택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다만 집값만 오르면 만사가 해결될 거라는 매우 개인적인 생각들은 미국의 서브프람임 사태를 계기로 응분의 책임을 요청 받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신앙 같은 믿음이 사람들을 부추길 때부터 시련은 잉태된 것이다. 

종부세 완화는 집 값 하락의 신호탄

전국적으로 미분양아파트가 눈덩이처럼 늘어만 가고 있다. 미분양은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다. 공식적으로는 미분양아파트의 규모는 약 13만 채 정도이다. 이 정도로도 IMF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분양 받은 물량은 어쩔 것인가?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 대신 떠맡긴 물량들은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도 않았다.

정부는 여러 가지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를 완화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종부세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지급되는 지방교부세와 연결된 세금이다.

단지 종부세를 완화하면 국민에게 세금 덜 걷고 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방만한 경영으로 재정상태가 매우 취약해진 지방정부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를 완화하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시장의 상황이 급박함을 웅변하는 것이다. 적어도 자기를 뽑아준 사람들의 의지를 알고 있기에 물러설 수도 없을 것이고 물러서는 순간 자기의 정치적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버블이든 말든 부동산 경기의 불씨를 살리려는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고환율 정책은 기름을 붓는 격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에 육박하고 있다. 휘발유의 소비자가는 이미 리터당 2,000원을 넘었다.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기름 값이 오른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달러의 약세가 이미 세계적 현상이고 덕분에 대부분의 국가는 국제유가의 상승을 환율로 상쇄시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새로 출범한 정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환율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국제유가 및 곡물 등 국제원자재가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부담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물가의 폭등은 이미 대출상환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 사람들에게 재앙과도 같은 것이다. 물가가 요동치면 금리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고 높은 레버리지(대출)로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인내심을 잃어버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자산의 재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부동산 불패신화는 깨질 가능성이 높다.

버블은 사람들의 욕망을 먹고 자란다. 되도록이면 적은 노력으로 큰 보상을 거머쥐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버블을 키우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한 순간의 노력과 운으로 인생의 길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버블은 언젠가 고통스럽게 내면을 드러내고 욕심의 끝을 보여줄 것이다. 버블이 꺼질 때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사람들은 이제 인생을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것이다.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신상훈 (머니트리 교육팀장, 010-4704-6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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