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사업은 계속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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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사업은 계속 확산돼야 한다
  • 김진범
  • 승인 2008.11.06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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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보건 기획칼럼]①

 

이 글은 구강보건사업지원단(http://oralhealth.hp.go.kr/)에서 발행하는 웹진 '건강 길라잡이' 에 게재된 칼럼의 전문이다. 본지는 앞으로 매주 한편씩 해당 웹진의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

▲ 김진범 교수
건강보험에서 진료비가 가장 많이 지출되는 3대질환은 충치와 본태성고혈압 및 감기 관련 질환이다. 이들 3대질환 중 예방이 가능한 것은 사실상 충치뿐인 실정이다.

2005년 1년간 충치치료로서 지출된 건강보험 급여비는 6천681억원으로서 국민 1인당 14,000원에 이르렀다. 충치 진료비는 암 진료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충치를 예방하는 데에 먼저 거론되는 것은 이를 깨끗이 닦는 일이다. 치아의 여러 면에서 충치가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는 음식물을 씹는 면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깊고도 좁은 틈새가 나 있다. 이 틈새는 잇솔모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좁다. 따라서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완벽하게 닦기가 힘들어서 충치예방에 한계가 있다.

근래에는 충치예방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불소 이용과 실란트(틈새메우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란트는 충치를 예방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는 하지만,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가 일일이 치아마다 시술해야 하므로 경비가 많이 든다.

불소 이용 중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충치를 예방하는 데에는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수불사업)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수불사업 비용은 1인당 연간 200~3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은 음식물 조리에 수돗물을 사용하기만 하여도 충치 예방이 가능하다.

불소가 전혀 없는 수돗물은 없지만 강물이나 호수 등의 지표수를 수돗물로 이용할 경우, 불소농도가 충치 예방에 필요한 정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충치 예방에 필요한 불소농도의 적정수준은 0.8 ppm으로 결정되어 있다.

수돗물에 불소를 적정농도로 맞추는 수불사업은 1945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1930년대에 록키산맥에 있는 콜로라도 지방에는 치아에 갈색 반점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반점이 왜 생기는 것을 연구한 결과 마시는 물에 불소가 지나치게 많았음을 찾아내었다. 또한, 반점치가 많이 발견되는 지방 사람들은 충치가 훨씬 적게 생기고 있음이 밝혀졌다.

계속적인 연구결과, 1 ppm 근처의 불소가 든 물을 마시는 지방 사람들은 반점치는 별로 생기지 않으면서 충치가 적게 생기는 현상을 찾아내었다. 수불사업은 적정농도의 불소가 든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을 모방하여 시작한 환경보건사업의 일종이다.

수불사업은 충치예방 효과가 확실하면서도 전신건강에 안전하여 세계보건기구 (WHO)의 권고에 힘입어 195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수십년간 실시되고 있다.

WHO는 최근까지 우리나라 이종욱박사가 사무총장으로 있었으며 보건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1년 진해시에서 처음으로 수불사업을 시작한 이후, 울산광역시, 안산시, 강릉시, 서산시, 여수시, 구미시, 진주시, 제주도 등 21개 지역에서 실시 중이며 충치 예방효과가 외국 못지 않게 우수하다고 평가되었다.

2005년까지 윤흥렬 박사가 회장으로 있었던 세계치과의사연맹(FDI)도 불소의 안전성 및 효용성에 대한 새 선언문을 채택하여 공표하였다.

FDI는 최근 선언문을 통해 “불소는 50년 넘게 전 세계에 걸쳐 폭넓게 연구한 결과 충치를 예방하는데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꾸준히 입증돼 왔다”고 밝히고 특히 “불소의 사용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수많은 과학 관련 학회 및 전문가 집단, 정부기관 등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FDI는 선언문에서 “충치예방에는 입 속에 적정 수준의 불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수불사업은 충치예방과 치료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광 박사는 1993년 당시 수돗물에 불소를 11년간 첨가하였던 청주시와 첨가하지 않은 수원시에서 12~18세의 치과치료비를 비교하였다. 6개월간 1인당 치과진료비는 수원시는 3,848원이었지만, 청주시는 2,032원으로써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였다.

일부 편집증을 가진 극단론자들이 불소농도조정사업이 건강에 해롭다고 억지를 부림으로써 확대 발전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약수물에도 대부분 불소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수돗물의 불소농도는 녹차의 불소농도와 너무나도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년이 넘도록 수불사업을 하고 있지만 건강에 어떠한 위해 작용도 발견된 적이 없다. 수불사업은 보건사업 재정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충치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특히 자기 손으로 이를 닦을 수 없는 장애인들의 치아건강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하다.

김진범(부산 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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