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엇이 치과계 정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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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엇이 치과계 정서인가?”
  • 김의동
  • 승인 2008.11.10 0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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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주최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순회 공청회’가 서울 공단 본원에서 열렸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에는 오랜만에 치과관련 항목들이 여럿 포함돼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의 보장성 강화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올해 경기 불황과 금융위기 등으로 서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아 생긴 건강보험의 재정 흑자 2조 4천억을 가입자들에게 보장확대로 돌려주기는 커녕, 최소한의 보장확대도 보험료를 인상해야만 가능하다는 협박조의 논리로 실질적인 보장확대를 거부하고 있다.

보장확대 항목에 대한 재정추계도 노인틀니의 경우, 7-8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재정추계를 훌쩍 뛰어넘는 1조원을 상정하고, 스케일링의 경우에도 3년 전 토론회에서보다 두 배의 재정추계를 상정했다.

재정추계란 것이 원래 변수도 많고, 한계도 많아서 말 그대로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오차도 많을 수 있고, 당연히 계산하는 측의 방식과 관점에 따라 천지차이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정추계에는 역으로 재정 추계하는 사람의 생각과 입장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정부의 재정추계가 국회의원들의 재정추계보다 의료수가는 낮게 잡고 대상범위도 더 좁게 잡으면서 오히려 재정추계는 훨씬 더 크게 잡은 것은 보장성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어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재정추계는 정부 입장에서 넉넉하게(?) 잡는 것이 사후 후환도 줄이고 재정적자 가능성도 미리 차단하는 잇점이 있겠지만 근거 없는 과다한 재정추계와 이로 인한 보장성 확대의 기회가 상실되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용서할 수 없는 직무태만이요 책임방기다.

그날 공청회에 참석한 건치의 사무차장이 이 과도해 보이는 재정추계에 이의를 제기하고,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의견을 발표했다.

정부의 재정추계가 일정 부분 과도해 보이는 것은 건치 중앙 집행진의 일치된 의견이었고, 보험료 인상과 조건부로 엮어서 내놓은 정부의 보장성 확대안은 사실,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고도 국민에게 혜택을 전혀 돌려주지 않겠다는 정부의 검은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에 공청회에 참석한 건치의 사무차장이 정부의 재정추계에 이의를 제기하고 근거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5년 전체의 재정추계를 묻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황당한 답변으로 회피해버렸다.

(참고로 지난 7일 5대 운동본부(상임대표 이태복)가 개최한 ‘노인틀니 급여화 토론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5년 전체 추계액은 ‘2조 6천억 원’ 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11월 6일자 치의신보에서는 건치 사무차장의 이의제기를 치과계 정서에 반하는 엉뚱한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고 기사화했다.

정부의 재정추계의 근거를 제시하라는 발언이 왜 치과계 정서에 반하는 엉뚱한 발언인지 필자는 납득할 수 없으며, 치과분야의 보험화와 관련하여 재정추계를 높게만 잡는 것이 치과계에 유리할 것이라는 논조에도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날로 치열해져만 가는 개원가의 경쟁 심화와 경영 압박으로 적지 않은 위협을 느끼는 치과계의 현실이 과연 언제까지나 보험치료분야의 파이를 의, 한, 약계에 모두 넘겨주고 비보험만으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과도한 재정추계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치과 보험화 항목이 무산되고 남는 재정은 다른 의약분야로만 쓰이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치과계의 보편적인 정서인지 치의신보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건치의 재정추계보다 정부의 재정추계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주최한 공청회에서 정부의 재정추계가 국회의원들의 추계보다도 너무 과다하여 상식적인 차원에서 건치는 과다하다고 판단했고, 그 근거를 제시해 달라는 건치의 의견제시를 치협의 공식 기관지에서 “따로 노는 건치” 운운하며 폄하하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치에서 노인틀니와 스케일링, 그리고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를 묶어 치과분야 보험확대 운동을 올해 펼친 데에는 국민들의 높은 요구도 있었지만, 치과분야 보험확대가 잘 준비된다면 치과계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민들에게 유리해 보여도 치과계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하는 제도라면 건치는 당연히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급여화는 막고 보자, 또는 이런저런 핑계로 급여화를 무산시키려고만 하는 것은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치과계의 파이도 상대적으로 축소시켜 치과계에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치과계와 국민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 건치의 바램이고, 우리 치과계가 좀 더 노력한다면 아주 어려운 일만도 아닐 것이다.

치과보험 확대에 관련해서 치협이 많은 고민과 나름대로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치협의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치과계 전체의 여론을 함부로 호도하는 것은 치과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

김의동(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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