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사업이 '안전함을 지지하다' 1
상태바
수불사업이 '안전함을 지지하다' 1
  • 이흥수
  • 승인 2008.11.24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강보건 기획칼럼]3-1

이 글은 구강보건사업지원단(http://oralhealth.hp.go.kr/)에서 발행하는 웹진 '건강 길라잡이' 에 게재된 칼럼의 전문이다. 본지는 앞으로 매주 한편씩 해당 웹진의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 

적정량 쓰면 약이 될지 모르나 그 이상이 되면 ‘독’

▲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 이흥수 교수

TV 드라마에서 사극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요즈음은 ‘주몽’이나 ‘연개소문’이 인기 라지만 필자는 의료인인 탓인지 오래 전에 방영된 ‘허준’을 재미있게 보았었다.

이 드라마에서 허준은 광해군을 치료하기 위해서 탕약 속에 비상을 넣는다. 광해군을 해치려는 자들은 탕약 속 비상의 양을 더 증가시키려 한다.

왜냐하면 비상을 적정량 쓰면 약이 될지 모르나 그 이상이 되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구구하게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로 양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불소가 치아우식증(충치의 의학용어)예방효과가 크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 버린 일이다. 그러나 불소도 너무 많이 쓰면 독이 된다. 과량으로 섭취하면 사망할 수도 있으며, 치아에 반점을 생기게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하는 불소의 양을 잘 조절하기만 하면 신체에 전혀 위해함이 없이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

즉 ‘허준의 비상’과 불소는 많이 쓰면 독, 적게 쓰면 약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허준의 비상’과 불소는 차이점도 있다. 비상을 평상시에 먹는 사람은 없지만 불소는 평상시에도 섭취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소는 사과, 무, 당근 등 우리가 먹는 과일이나 채소에 들어 있으며, 생선뼈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고, 녹차에도 들어 있다. 우리가 먹는 대개의 음식에 불소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불소는 실제로는 약이 아니다.

불소를 이용한 치아우식증예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불소를 치과의원에서 직접 치아에 발라주는 불소도포도 있고, 사탕처럼 빨아먹는 불소정제도 있고 우유에 첨가하는 방법도 있다.

불소치약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소를 이용한 치아우식증예방법 중 가장 경제적이며 효과적이고 가장 안전하며 가장 실천성이 높은 방법은 수돗물에서 불소이온농도를 조절하는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이다.   

 
수불사업, 충치예방 목표로 ‘안정성 확보’

수불사업은 대표적인 공중보건사업이다. 공중보건사업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와는 달리 효과와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어야 전개될 수 있는 사업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이나 암과 같이 위중한 질병에 걸린 사람은 다소 부작용이나 위험이 있더라도 새로운 질병치료법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건강증진이라는 목표를 가진 공중보건사업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수불사업은 충치예방을 통한 국민의 구강건강증진이 목표이므로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공중보건사업으로 선정될 수도, 시행될 수도 없는 것이다.

만약 어떤 공중보건사업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 사업은 이미 안전성이 보장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적 사업이 오히려 건강에 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시행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구강보건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의 규정에 의하여 시행되는 사업이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의 안전성은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 나라에서도 식염불화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많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1940년대 스위스에서 개발된 식염불화법은 먹는 소금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이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의 불소이온농도는 0.8ppm이지만 소금은 수돗물보다 섭취량이 적으므로 소금에 포함되는 불소의 농도는 약250ppm 이다. 수도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에서도 불화된 식염이 판매된다.

수불사업이 공중보건사업으로서 안전성이 검증되었다는 것은 수불사업의 전 세계적인 현황에서 드러난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영국, 홍콩, 싱가폴,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 세계 60 여 개국에서 시행되는 사업이다. 미국에서는 2003년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수돗물 공급기관인 남부캘리포니아 도시상수도기구가 멕시코 국경부터 중부 해안에 이르는 지역의 주민 1,800만 명을 대상으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하는 등 2010년까지 수불사업 대상 인구를 전 국민의 75%로까지 늘리려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현재 11%인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적용인구를 25%로 올리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이처럼 많은 국가에서 공중보건사업으로 시행될 수가 있을까?   

수불사업의 안전성은 1945년 미국에서 이 사업을 시행한 이래 6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업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가 없다는 데에서도 확인된다. 유해하다는 결과가 확실하게 확인되었다면 이미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중단되었을 것이다.

60년 이상이라는 기간도 만만치 않으려니와 그 6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없이 많은 연구가 시행되고, 무수한 검증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일부의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반대론 때문이었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반대론 ‘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반대론은 미국에서 본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제기되어 1970년대 가장 극렬하였다. 사회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연구주제가 될 정도였다.

안전성에 대한 의심은 연구로 이어졌고, 연구가 이루어질 때마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의 안전성은 재확인되었다. 반대론자들의 제기한 안전성에 대한 의혹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었고, 이에 따라 불소에 대한 연구도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안전성에 관련된 연구가 너무도 많아 모든 연구를 정리할 수는 없지만, 1)암 유발성  2)사망률과 상병률  3)신장 기능 4)간장과 기타 장기의 기능 5)소두증과 선천성기형(다운증후군/몽고증) 발생, 6)태아의 장발육과 신경조직의 장애 및 정신장애, 7)불소중독성골격이상증(구루병)발생 8)갑상선이상, 9)심장과 순환계 및 조혈기관의 기능, 10)피부, 연조직 및 관절과 알레르기 반응, 11)광물질 신진대사와 체내 효소작용, 12)골경화증 및 골절빈도 13)생식기능 14)유전자독성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렇듯 많은 연구를 통하여 안전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치아우식증예방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사업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 안전하다는 것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20세기 10대 공중보건업적의 하나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선정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CDC가 선정한 10대 공중보건업적에는 백신개발, 안전한 피임법의 개발, 흡연의 해약 인식 등이 있다. 

또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미국 및 영국 의사협회, 미국 국립보건원 등 전세계 60 여개 이상의 기구로부터 그 효과와 안전성을 지지 혹은 인증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불사업에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과학적 근거 없이  수불사업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220V의 전기로 사람이 감전사할 수 있지만 이를 1.5V의 전기와 같은 것으로 등치시켜서는 곤란하다.

불화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화수소산 같은 수불사업에 쓰이지 않는 불화물을 수불사업에서 쓰이는 불화나트륨과 같은 불화물과 구별하지 않고 위험성을 거론하는 것은 에틸알콜과 메틸알콜을 구별하지 않고 그 위험성을 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불사업의 안전성 문제를 다룰 때는 위해도와 위해도 인식을 구별하여야 한다. 위해도는 실제 과학적 연구를 통하여 얻어진 유해한 정도를 말하며, 위해도 인식은 실제의 위해도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이 유해하다고 믿는 정도를 뜻한다.

위해도와 위해도 인식은 일치할 수도 있으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위해도 인식은 가치판단을 수반한다. 필자는 석면이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노동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석면을 20년 동안 다루어왔지만 암은커녕 감기한번 안 걸린 것을 근거로 필자에게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핀잔을 주었다. 그가 어떻게 인식하든 석면의 위해도는 높다. 위해도는 과학적 사실이지 가치판단의 결과가 아니다.

2편에 계속…

이흥수(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