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에 대한 편견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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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에 대한 편견의 변화
  • 박용덕
  • 승인 2008.12.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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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선배님 한분에게 아이들 공부문제로 상담을 받다가 요즘 대세가 되어버린 듯한 미국유학을 제안받았다.

미국 사회에는 가장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이 공존하는 나라라고 한다. 따라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무진장하여 사고와 시야를 넓히기 위해 아이들을 미국으로 유학보내야 한다고 한다.

사실 미제는 아니지만 개량된 미제로서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언어의 공통어로 자리잡은 영어는 이미 한국사회에서 초등학교 시절, 심지어 유치원생부터 영어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경쟁속으로 내몰며 한편으로 막연한 빈부의 차를 느끼게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경쟁력있는 필요한 도구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영어와 함께 1, 2차 세계 대전이후 최대의 채권국으로 발돋움하며, 영국의 파운드를 물리치고 이후 전세계의 기축통화로서 자리잡은 달러 또한 한국 경제를 달러경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사회도 지배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영향력은 이미 2/3를 차지한다고 하니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뿐만 아니라 매년 각종의 노벨상으로 석권하며, 달나라와 우주를 향해 무한히 도전하는 것도 대부분이 미제들이다.

우리나라만이 그러한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미 미국의 경제와 과학 그리고 언어에까지 종속되어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미국이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오히려 미제에 대해 인식은 그다지 밝지 않아 왔었다. 내겐 전쟁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미국이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며, 중동에서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감내놔라 배내놔라 한다.

우리나라의 기지촌에서도 패륜아 짓과 무법의 살상도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은 죄의식과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게다가 매년 우리나라 국민은 자주국방을 위해 북에 계신 김영감님 때문에 힘들게 벌어들인 흑자폭도 미제 무기의 강매로 경제가 휘청거릴 때도 많다.

마약과 인종차별의 중심지며, 어른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그 앞에서 다리꼬고 앉는 예절이라고는 도통 확인할 수 없는 뿌리없는 국가다.

필자에겐 알량한 자존심이 하나있다. 이전에 금융회사 다녔던 기억으로 경제도 보통사람들보단 조금은 안다고 생각하며, 영어 없이도 지금껏 잘 살아왔기 때문에 미제에 대한 아쉬움도 그다지 없었고, 오히려 대학시절에 양키고홈을 외치다가 며칠간 구류를 살다나온 악감정에 사로잡혀 여전히 미제에 거리를 두는 중이다.

다행이 세종대왕님의 덕분으로 내 억지같은 주체를 고집할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들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더욱이 만원짜리에 등장하여 항상 우리 집 경제마저도 지켜주시고, 오늘 영어가 아닌 이러한 글을 쓰는 행복도 말이다.

그러한 필자는 요즘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로부터 충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필자 생각으로 현대 문명생활이 시작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인터넷의 발명으로서 세계를 하나로 묶어내고, 공간과 시간개념을 재정립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수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터넷발명에 버금가는 사건으로서 혼혈인이 그것도 흑인이나 다름없는 유색인이 백인의 보수혈통을 무너뜨리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유색인종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수 백 년간 지속된 편견으로 덧칠된 아프리카 후손으로서, 미국 내 뿌리도 약하고, 편모슬하에 성장한 그의 마음과 정신이지만, 뛰어놀기엔 미국무대조차도 좁아 보일 듯하다.

오히려 한국인이기 때문에 내부에 잠재된 편견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지금 알량한 주체심을 상실하고 있다.

그런 미제들이 세계의 중심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나 성실한 노력만큼 얻을 수 있는 평등한 기회와 도전 그리고 가능성의 땅, 스스로 40여 년이 넘게 사선으로 바라보았던 나는 그들의 건전한 자존심에 경의를 표할뿐이다.

부디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지구촌의 많은 나라들이 영향을 받지만, 오바마의 당선과 리더쉽도 대한민국에 휼륭한 교훈으로 남겨지길 기대한다.

박용덕(경희 치전원 예방/사회치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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