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전 어느 가을날 평일에 처음으로 광릉숲을 갈 기회가 있었다. 마장동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광릉내에서 내려 흙길을 따라 걸어들어간 광릉숲, 나에게 나무의 크기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바꾸기에 충분한 풍경이었다. 그 숲 속 어딘가에서 크낙새의 울음소리가 들릴까 하는 기대로 축석령까지의 흙길을 왼종일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 후 그 흙길은 포장이 되어버리고 광고사진에 종종 나오는 길 한가운데의 전나무는 차와 사람에 시달려 시름시름 시들어가다가 하나둘 죽어가고 있다. 한동안 산림욕장이라는 이름으로 행락지가 되었다가 다행히 공휴일 입장제한으로 시장바닥 풍경은 겨우 면한 것 같다. 그러나 광릉을 빽빽히 둘러싼 식당과 까페로 자연은 갈 길을 잃었다. 수달이 산다는 왕숙천 상류는 하수구를 방불케 한다.
그래도 아직 거기에는 숲의 바다가 있다. 도회지의 탐욕과 문명인들의 자연의 이기가 비에 씻겨갈 기회가 있으면 광릉숲에 가서 대지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수백년된 나무의 저력을 볼 수 있다.저작권자 © 건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