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체계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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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체계와 무관?
  • 박은아 기자
  • 승인 2009.03.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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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선진화 토론회서 찬반 양론 격돌…"의료비 오른다'vs'기본수가 변함없다'

 

▲ 이신호 전문위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자본조달 방안을 다양화 해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한다"

지난 13일 열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의료분야 공개토론회'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신호 전문위원은 의료기관 수익 증대를 위해 영리의료 법인 허용과 의료채권제도의 도입, MSO를 통한 경영효율성 증대 등 '의료민영화 핵심 정책'으로 국민적 반발을 일으킨 내용들을 골자로 한 의료기관 참여 다양화 방안을 발표했다.

발제를 통해 이신호 위원은 "국내 의료기관 영업이익률은 1% 미만으로 극히 낮아 병원 경영을 통한 자본의 축적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더욱이 금융시장은 의료기관 회계의 불투명성, 의료기관에 대한 다양한 법적규제 등을 이유로 의료기관에 대한 장기자금 제공을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에 따른 국민의료비 증가 및 의료 양극화 심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에 대해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실체에 대한 논의가 없는 이념적 대립상태"라고 일축하고 현재 건강보험 틀을 유지한 채 기존 비영리 법인의 영리법인 전환은 인정하지 않고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는 형태라면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채권에 대해서도 발행기관 및 자금의 사용용도를 엄격히 규정하고 발행 총액도 의료기관의 순자산액 합계액의 4배 이내로 제한하는 등 규제를 확실히 해 도입한다면 이로 인해 안정적인 장기자금 조달과 의료기관의 투명성 확대 등이 이뤄지는 등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신호 위원은 "영리병원 허용이 고급 서비스 등 의료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국민적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안전망 강화 및 국가가 필수적으로 제공할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영리법인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보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비 부담 줄이진 못할 망정 영리병원 허용?

이날 토론회에는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300여명이 넘는 청중이 참여해 강연장을 꽉 메웠지만 좌석은 겨우 200여 개에 불과해 주최측과 좌석 마련을 요구하는 청중간에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먼저 울산 의대 이상일 교수가 '의료서비스 정보 제공 활성화를 통한 의료의 질 개선'을 주제로 발제했으며 서울대 권순만 교수,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 중앙일보 송상훈 기자, (사)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대표, 복지부 김강립 보건산업정책국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이상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가격 정보, 의료기술의 비용효과 정보, 신의료기술의 효과성 근거, 의료기관 평가 정보 등을 상시로 공개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소비자가 의료제공자를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제공자와의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비자용 진료지침을 만들이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제 후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영리법인 허용에 대한 찬반 논쟁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어 2부에서는 이신호 전문위원의 '의료기관의 자본 참여 다양화 방안'에 대한 발제가 계속됐으며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박인출 회장, 인제대 이기효 교수, 서울대병원 의료정책연구소 권용진 연구위원, 대외법률사무소 김선욱 변호사, 제주 의대 박형근 교수,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창보 소장, 복지부 김강립 보건산업정책국장이 토론 패널로 나서 팽팽한 찬반 논쟁을 펼쳤다.

반대 패널로 나선 김창보 소장은 "정부가 의료기관의 자본 조달 방안 다양화를 통해 수익성 창출하겠다는 것은 결국 민간자본 투입을 유도하고 정부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영리법인보다 비영리 법인 의료기관이 효율성 및 형평성이 더 높다는 영국 보사연 자료가 처음 발제문에는 포함돼 있더니 설득력에 문제가 있자 최종 발제에는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창보 소장은 "소비자의 높은 의료서비스 욕구 충족도 설득력이 없는 게 소비자가 무조건 고급 서비스를 선호하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성이 전제 돼야한다"며 "물가가 오르고 실질 소득은 감소해 저소득층이 병원을 못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비 부담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영리병원 허용하겠다는 것이 제정신인가"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박형근 교수는 "외부 자본을 조달한 영리법인 의료기관은 자본조달에 대한 보상 및 유지를 위해서는 현재 건강보험 수준으로는 부족하므로 결국에는 민간보험과 연계할 수밖에 없다"며 "당연지정제 역시 지금 당장은 제도적으로 유지되겠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는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 혹은 이를 대처할 정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강연장 뒤편에서는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케팅이 진행됐다.
경쟁하면 가격은 내려간다?…공정한 경쟁 유도할 것

반면 찬성 패널로 나선 박인출 회장은 "영리법인 도입이란 의료인만 가능한 병의원 독점권을 개방하는 것으로 자본조달 방식이 한가지 추가되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며 "당연지정제 유지 등 기본 골격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영리법인이 도입된다면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기효 교수는 "민간보험이 건강보험 체계를 약화시킬 수 없다. 당연지정제 유지는 정부의 분명한 입장으로 영리법인이 도입된다 해도 기본적인 진료수가는 변동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에 대해 불신을 갖는 것은 정부가 일관적 정보제공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권용진 연구위원 역시 "의료비 폭등을 얘기하지만 자연증가분 빼내면 영리법인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경쟁이 강화되면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다. 비급여 진료의 가격이 올라가는 건 공정한 경쟁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건강연대, 전국 보건의료 산업노동조합 등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이하 희망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 의도를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영리병원 허용은 결국 정부가 병원이 환자 진료보다는 수익 창출을 위한 기업임을 법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영리병원, 의료채권, 민간보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건강안전망과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국민을 위한 정부로 다시 태어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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