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프리뷰] 치과의업 100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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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프리뷰] 치과의업 100년의 사람들
  • 편집국
  • 승인 2009.04.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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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조영수 - 건치 20주년 특별 심포지움 '치과계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 조영수 원장
오는 26일 건치 20주년 학술대회에 앞서 본지는 학술대회 주요 연자와 내용을 정리해 사전에 소개하는 프리뷰 코너를 진행한다.

이번 프리뷰 연자인 조영수 원장은 '치과의업 100년의 사람들'을 주제로 식민지 조선에 살았던 치과의업자들의 흔적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강연한다.(편집자)

러일전쟁 이후 조선에 등장한 ‘치과의업(齒科醫業)’, 지금은 낯설어진 이 단어는 1960년대 초까지도 의료법령에 명기된 공용어(公用語)였다. 근현대사의 굽이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였던 치과의업자들의 자취를 찾아 그 의미를 생각해 보려 한다.

최정봉이 회고한 ‘치학(齒學) 15년’은 ‘남루한 옷을 걸친 의붓자식’ 같아서 ‘발전은 커녕 퇴보일로(退步一路)만 걸어’ 온 모습이었지만, 그가 ‘우리의 얼이 깃든 한국치과문화’를 꿈꾸고 대한칫과의학사연구회를 꾸릴 수 있었던 힘은 ‘1960년’ 이었다. 한동찬은 그 무렵 치과계의 대표였는데 그의 이름은 1946년 대동신문(大同新聞)과 1924년 월간지 ‘개벽(開闢)’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 

해방 조선의 치과계에는 혼란과 희망이 교차하였다. 조선치과의사회 창립과 경성치전 접수를 ‘준비’했던 문기옥, 식민지 치과계의 대부 나기라 다쓰미의 34년만의 귀향, 미국 유학파 정보라·이유경과 미군정, 치의무국장 원제신의 독직(瀆職), 구강과 개명(改名) 운동과 조선구강위생연구소의 좌초에 이르는 격랑의 시기였다. 이념대립과 한국전쟁으로 치과계도 침묵의 상흔이 깊게 패였다.

식민 지배의 정점이던 1930년대로 가면 연건동 경성제대 의학부 치과의 이꾸다, 소공동 경성치전의 나기라, 서울역 건너편 세브란스 치과의 J.L. Boots를 잇는 일직선이 그려진다. 그들이 키워 낸 조선인들 중 안종서는 나기라의 제자, 세브란스 근무, 한성치과의사회 활동, 만주 개업의 성업(盛業), 해방 후 이승만의 치과 주치의, 5차례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역임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족적을 보여 준다. 배진극은 지극히 어렵다는 경성제대 박사학위도 받고 연구업적도 상당하였으나 해방 후에도 검정시험 출신의 장벽을 넘지 못하였다. 

1910년대에 일본 유학에서 돌아오는 치과의사 1세대로 선두는 경성의 함석태였고 두 번째는 평양의 한동찬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러일전쟁을 계기로 일본인 치과의업자들이 들어오면서 차차 조선인 입치영업자(入齒營業者)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김경집은 당시 유행하던 장식 목적의 개면금관(開面金冠, open-faced crown) 술식(術式)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과 일본풍 모던 보이 모습의 사진도 남겼다. 종로 YMCA 자리에 ‘치과’로 개업한 신정휴, 대구부(大邱府)에서 20여년 개업하면서 ‘치료비 곤란한 하층 선인(鮮人)계급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음을 총독부 경찰이 인정하였던 손계홍 등 이들 입치사(入齒師)의 자취는 해방 후 한지(限地) 치과의사로 아직 남아 있다.

해방 공간으로 다시 돌아와 서로 결이 다른 세 사람을 본다. 경성치전 학생회 위원장 윤철수는 ‘근로대중을 위한 신(新)치과의학 건설’, ‘유산계급 상대의 고급장비 치과요법과 소부르조아 행세를 버릴 것’을 주장하였다. ‘고려산천 내 사랑’의 로광욱은 당시 치대 학생으로 작곡과 성악에 뛰어났을 뿐 아니라 민족음악, 대중음악에 대한 좋은 글을 남겼다. 산업노동예방치과 분야 개척, 구강과 개명(改名) 운동, 국민구강위생연구소 설립 등 큰 업적을 남겼던 김문조는 30년 가까이 떨어져 있던 치과계로 돌아온 후 노령에도 불구하고 계간지 ‘날개’를 발간하면서 장애인 지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하였다.  

100년을 넘긴 조선의 치과의업이 식민적 잔재, 전문직화로 포장한 직업이기주의, 격증하는 상업화의 질곡에서 벗어나 공공복리와 사회적 형평에 기여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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